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코노미스트」공동 기획 연중기획 CEO학 집중탐구⑤ 위기관리…"부사장급이 의외로 개혁 걸림돌이더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코노미스트」공동 기획 연중기획 CEO학 집중탐구⑤ 위기관리…"부사장급이 의외로 개혁 걸림돌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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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우 ㈜벽산 부회장“CEO는 위기와 긴장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결심을 주저하면 자격이 없어요.” | |
백갑종 전 쌍방울 사장“결국 해결책은 현장 속에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 |
백영배 전 나산 사장 “나눔경영이 필요합니다. ‘결실이 나면 같이 나누자’고 해야 합니다.” | |
안복현 삼성BP화학 사장“결과에 대한 과감한 보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 |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 교수 | |
이영관 도레이새한 사장“사장이 오늘 아침에 한 얘기를 현장의 말단직원이 그날 다 알고 있어야 합니다.” | | | <참석자> 김재우 ㈜벽산 부회장 백갑종 전 쌍방울 사장 백영배 전 나산 사장 안복현 삼성BP화학 사장 이영관 도레이새한 사장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 교수 어니스트 섀클턴. 탐험가들에게 이 이름은 존경 그 자체다. 영국 태생인 어니스트 섀클턴은 1914년 8월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영국을 출발, 남극횡단에 나섰지만 떠다니는 얼음에 배가 갇히는 바람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조난을 당했다. 원정대장인 그를 포함한 28명이 가진 것이라고는 구명보트 3대. 사람을 만나려면 적어도 1600㎞를 가야 했고, 가장 가까운 육지는 800㎞나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그곳은 남극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외부로부터 그 어떠한 도움 없이 634일 만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고 영국으로 ‘살아’ 돌아왔다. 생환한 지 58년이 지난 1974년 인듀어런스의 일등항해사였던 라이오넬 그린스트리트는 한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았다. “수많은 원정대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곳에서 당신들이 살아남았던 비결은 무엇이었습니까?” 당시 82세가 된 노련한 뱃사람은 이 질문에 단 한마디로 답했다. “섀클턴!” 요즘 CEO들을 만나면 “서커스 밧줄 위를 걸어가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이 한순간의 틈을 허용치 않기 때문이다. ‘졸면 죽는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발 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위기라고 하는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사실상 날마다 위기다. 기업을 키우는 과정은 어렵고 지난하지만 위기에 빠지는 건 순간이다. 최근 ‘섀클턴’이 회자되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도요타가 무서운 이유 도요타가 무서운 것은 도요타식 생산방식도 있지만 도요타 조직 내에 체화된 위기의식이다. 세계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내는 그 순간 최고경영자는 위기를 외치고,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하는 등 조직 구성원 모두가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힘을 합친다. 「이코노미스트」는 CEO 집중탐구 다섯 번째 주제로 ‘위기관리’를 선정하고, 침몰된 기업과 조직을 회생시킨 경험이 있는 5명의 CEO를 초빙했다. 여느 좌담회와는 달리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길었다. 그럼에도 “맞아요” “그렇죠”라는 맞장구가 유난히 많았다. ‘사연’ 없는 상황은 없었다는 의미다. 좌담회는 8월 16일 서울 장충동 한정식집 ‘대장금’에서 식사와 함께 3시간 동안 진행됐다. 과연 위기는 어디서 오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한근태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살려본 경험이 있으신데 위기는 어디서 오는 겁니까? 그러고 보니 섬유 관련 회사를 경영해보신 분이 세 분이나 됩니다. 이영관 요즘 섬유 관련 회사들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히 화섬업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 화섬업체가 13개가 있는데 5개가 망했어요. 중국 때문이죠. 이제 8개 남았는데 그 8개도 사실 화섬 부문만 보면 전부 적자입니다. (회사들이) 다각화를 한 덕분에 살아남은 거지 그러지 않았으면 다 사망했을 겁니다. 한국 화섬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해 있는 거지요. 화섬업이 이렇게 어렵게 된 근본 원인은 검토 없이 무조건 뛰어든 데 있습니다. 백영배 그렇습니다. 위기는 항상 오고 있지요. ‘좀 천천히 올 거야’ ‘우리는 괜찮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문제입니다. 한근태 언젠가 비디오필름을 생산하는 회사의 컨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오너가 굉장히 답답해 하더군요. 자신이 보기에는 이 산업이 위기인데 임원들은 그걸 못 느낀다는 겁니다. 얘기를 해보니 핵심 임원조차 “브라질 공장은 여전히 잘 벌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하더군요. 위기가 와 있는데 몰랐던 거죠. 백영배 (리더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랫사람들이 위기를 느껴서 알려주기를 바라면 안 됩니다. 그들에게는 그 물이 아주 놀기가 좋거든요. 의외로 개혁의 걸림돌은 차하위자인 경우가 많아요. 이대로만 가면 자기가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데 왜 바꾸느냐는 거지요. (웃음) 안복현 제가 볼 때는 위기를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업종 자체가 사양산업이 되는 경우에는 위기를 감지하고 얼마나 변신을 빨리 하느냐가 해결책이 될 수 있지요. 다른 하나는 잘 되는 업종이라도 변화에 둔감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일어나는 그 자체죠. 조직이 관료적·온정적이 되거나 의사결정이 늦어지면서 변화를 싫어하면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재우 그렇습니다. 위기 감지 능력도 필요하지만 어떤 변화가 몰아치느냐를 알아야 합니다. 옛날 석유화학회사를 시작한 두 회사가 있었는데 한 회사는 다른 경쟁 회사가 설비를 발주하면 ‘미투(me too)’ 하기에 바빴어요. 만들면 팔리는 시대였으니까요. 결국 기업이 얼마만큼 미래를 보려고 하느냐, 그래서 얼마만한 지평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CEO가 눈을 부라리고 있어도 짧은 지평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위기 감지를 못 합니다.
‘조직 치료’ 어디서부터 해야 하나 한근태 무엇이든 우선 순위가 중요할 듯싶은데요. 모든 것이 다 힘들었겠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때가 많은데 어떠셨습니까. 힘든 상황도 많았을 텐데요. 안복현 저는 3단계 원칙을 정했어요. 가장 우선했던 것은 직원들과 위기의식을 공감하는 것이었고 그 다음은 구조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신을 택했죠. 처음에 (제일모직에) 가보니 3년 연속 500억원대의 적자가 쌓여 있더군요. 직원들 사기는 땅에 떨어져 일할 의욕을 상실하고 있고.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어느 순간 ‘아, 사기부터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을 잡아야 일을 할 거 아닙니까. 맨 처음 한 일이 매주 10장씩 편지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으니 살려보자, 나의 경영철학은 이런 거다 등 재임기간 중 82통 850쪽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번 하다가 말겠지’ 하더군요. 계속해서 내 진심을 토로하면서 회사 내용을 그대로 공개했어요. 몇 달이 지나서야 ‘한 번 따라 해볼까’ 하는 분위기가 생기더라고요. 공감대가 형성된 거죠(이 편지들은 얼마 전 『대표이사로부터 온 편지』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둘째로 한 일은 구조조정인데 힘들지만 적자난 사업 부문을 없애고 인력을 조정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제일모직은 섬유회사가 아니라 화학회사로 바뀌었습니다. 매출이 2조5000억원인데 화학에서 1조5000억원이 나고 섬유에서는 1조원밖에 나지 않아요. 변신을 한 거죠. 이영관 도레이와 새한이 합작해 도레이새한을 만들었는데 첫해(1999년) 적자가 380억원이었어요. 이건 한두 사람이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잖습니까. 전 직원에게 회의나 각종 수단을 통해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알렸습니다.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일을 해야겠다, 우리의 비전은 이것이고, 우리가 가져야 할 가치는 이거다, 이렇게 전 직원의 컨센서스를 구했습니다. 그런 뒤 세 가지 액션 플랜(Action Plan)을 세웠어요. 국내와 동남아에 의존하던 시장구조를 미국·유럽·일본 같은 선진국으로 전환하고 순이익이 깎이더라도 기술을 도입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전적인 코스트 절감은 마지막이었죠. 2002년에는 IT소재 사업을 시작해 당시 전량 수입하던 TFT-LCD(초박막액정) 백라이트에 들어가는 필름을 개발, 3년 만에 백몇십억원의 이익을 올렸습니다. 지금 매출이 7000억원대인데 순익 500억원 중에서 300억원이 폴리에스테르 필름에서 나옵니다. 한근태 공통점이 많군요. 백영배 어쩔 수가 없죠. 직원들과 공감대 형성이 안 된 상태에서 혼자 밀어붙여 봐야 허깨비밖에 안 됩니다. 원군은 공감대밖에 없어요. 저는 아무리 법정관리 중인 기업이라 해도 나눔경영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게 잘되면 회사가 다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누가 하겠습니까. ‘이렇게 바꿔서 결실이 나면 같이 나누자’ 이렇게 해야죠. 저는 인센티브 제도를 매우 강조했어요. 지금은 대법관이 되신 양승택 판사가 이해를 많이 해주셨지요. 백갑종 맞습니다. 그 분은 기업 마인드가 있는 분이었어요. 백영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얘기해주는 겁니다.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모든 자료가 투명해야 해요. 사장이 책상 앞에 앉아서 점검하면 말짱 헛일입니다. 현장에 가서 점검하지 않으면 (임직원들이) 데이터를 들고 “다 된다”고 합니다. 저는 전국 500개 대리점을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다 갔어요. 그런데 가서 보니 상황이 너무나 달랐어요. 사장실에서 상황파악할 때는 ‘대리점주가 다 나쁜 놈’이었는데 다녀 보니 제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우리가 잘못하고 있었어요. 변화하려면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백갑종 저는 (쌍방울에) 가보니 사업본부를 많이 만들어놨더군요.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핵심이 아닌 건 다 버렸습니다. 대신 핵심 사업부에는 액수는 적지만 포상을 많이 했어요. 백 사장님이 대리점 순방을 다 하셨다고 했는데 저도 그랬습니다. 소주도 마시고 하다 보니 진솔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언젠가 한 대리점주가 “제발 제품 고급화를 해달라”고 해 왜 고급화가 안 되어 있는지 살펴 보니 원자재 절약한다고 재단사의 손이 작아져 있는 겁니다. 그래서 딸이 생일 선물로 사준 외제 팬티와 경쟁사 팬티를 입어본 뒤 세탁하고 다리미질해서 회사에 갖고 갔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지 않느냐. 경쟁사 제품도 사보지 않느냐”고 했더니 “안 사봤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경영진이 우리 회사 것만 사용하라고 해서 그랬다”는 거예요. (웃음) 우여곡절 끝에 신제품이 나왔는데 전국 대리점에서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한근태 현장이 정말 중요하군요. 김재우 경영자는 주어진 경영자원을 자기가 생각하는 최적으로 배분하는 사람입니다.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 CEO 임기가 3년이 안 돼요. 2년 좀 더 된다고 하는데 그 시간에 뭘 하겠어요? 보통 CEO가 건드릴 수 있는 경영자원은 제조업의 경우 제조설비, 제품 생산기술, 직원, 상품 네 가지인데 임기 3년 동안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어요. 저도 용기를 주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벼랑에 서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모든 것을 다 갖고 가는 건 좋은 게 아닙니다. 혁신은 포기에서 나옵니다. 벽산에 가보니 거래장부가 7000개나 되더군요. “우리 매출의 80%가 어디서 나오느냐”고 했더니 400개 거래처에서 나온다고 해요. 그래서 400개만 남기고 다 없애버렸어요. 권한이양도 마찬가집니다. 권한이양을 했더니 “경험도 없고 책임지기 싫어서 결재를 안 한다”는 소문이 납디다. 하지만 저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의 성취도는 결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봐요.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를 줘야죠. 괜히 “용기를 가지라”고 말로만 하지 않고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하고는 일을 건네줬죠. 한근태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기억들이 있을 텐데요. 지나고 보니 아, 이건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것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안복현 다 아는 얘긴데, (사람) 자를 때와 정리할 때가 가장 고통스럽고 괴롭죠. 이영관 저는 인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아 그런 고통은 없었는데, 가장 중요한 때는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 결과가 나오기 시작할 때입니다. 결과를 정확하게 평가해 공정하게 인센티브를 줘야 하거든요. 장치산업은 한 사람만 특출나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저는 도레이새한의 CEO로서 3개 사항만 (일본) 도레이 본사와 상의를 해요. 내년도 예산과 결과, 그리고 제 연봉이죠. (웃음) 그런데 제가 “2003년에 (흑자) 300억원을 하겠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상황이 어려운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270억~280억원만 해도 대단히 잘하는 거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만약 300억원을 넘으면 그 이상의 이익은 내 마음대로 쓰게 해달라.” 결론적으로 그해 420억원을 했어요. 120억원을 더 한 겁니다. 우리 직원들 100% 보너스 줘도 13억원밖에 안돼요. 기본 보너스가 800~1000%인데 그거 말고 350%씩 더 줬습니다. 한근태 아니 어떻게 하셨기에 그런 성적을 냈습니까? 이영관 제가 일본 갔다와서 전 직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말했습니다. “뭔가 보여주자.” 그해 매년 한두 번씩 가동을 멈출 때마다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일관장치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선순환 공정이 시작됐어요.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직원들이 하게 된 겁니다. 신뢰가 생기는 거죠. 그 뒤에는 사장 역할하기가 아주 쉽더군요. 위기를 빠져나온 거죠. 김재우 위기를 느낄 때 탈출구가 생기는 겁니다. 위기가 아니라고 하면 탈출구가 생기지 않아요. 안복현 제 경영철학은 좋은 실적에 대한 과감한 보상입니다. 한 예로 연말에 목표를 달성한 두 부서장을 부부 동반으로 신라호텔 23층 식당에 초청, 남편 칭찬을 한 뒤 그 자리에서 상금 1000만~2000만원을 부인에게 줬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반찬이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웃음) 기술개발 부서에는 개발한 신제품이 출시돼 순익이 나면 출시 2년 동안 올린 순익의 10%를 줬어요. 모두 몇천만원씩 갖고 갔습니다. 아무튼 칭찬경영을 참 많이 했어요. 결과에 대한 과감한 보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기업 성공의 조건을 다섯 가지로 보는데, 첫째는 명확한 목표 설정이고, 둘째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 즉 전략을 잘 짜야 하고, 셋째는 과감한 실천, 넷째는 업적에 대한 과감한 보상, 다섯째는 사기충천한 열정이 있는 컴퍼니(회사)입니다. 이 다섯 가지만 잘하면 성공기업이 됩니다. 백영배 맞습니다. 평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 투명성이 중요해요. 투명하고 신뢰하지 않으면 절대 따르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쉬쉬하면 안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오픈해서 어떻게 해결되는지 전 직원들이 봐야 다신 안 생깁니다. “창피하니까 조용히 해결해 알았지!” 이러면 안 되는 거지요.
위기 예방, 어떻게 해야 할까 한근태 어쨌든 건강도 평소에 관리해야 하듯 위기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영관 위기는 항상 옵니다. 조직이 복잡해지면 상하좌우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됩니다. 사장이 오늘 아침에 한 얘기는 3교대 하는 현장의 말단직원이 그날 다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면 어디선가 쌓여서 썩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27년을 보내 그런지 현장의 생리를 너무 잘 압니다. 밤 10시 출근-오전 6시 퇴근 조가 있는데 소통이 안 되면 자기네들끼리 모여 탁상공론을 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 ‘이러이러한 거 아닐까’ 이러는 와중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결국 사기가 떨어집니다.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해요. 안복현 제가 편지를 쓴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죠. 제가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옮겨 2500명 직원에게 뿌리니 잘못 전달될 수가 없죠. 회사 돌아가는 내용을 비밀 없이 다 썼어요. 백갑종 사장의 의중을 잘 전하는 것도 좋지만 아래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듣는 것도 중요해요. 일본에는 ‘이(耳)문화’라는 게 있다고 해요. 잘 듣는 거죠. 위에 있으면 밑의 얘기를 잘 안 듣게 돼 있어요. 잘 듣고 정직한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거짓 보고는 거짓 의사결정을 하게 하거든요. 김재우 『질문의 7가지 힘』이라는 책을 보면 두 가지 질문 유형이 있습니다.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인데요. “얘기해보라” 하는 것은 개방형 질문이고, “이번 달 실적이 어떻게 됐나” 하는 것은 폐쇄형 질문이죠. “왜 이달 실적이 내려갔어?” 이렇게 물어보면 숨을 쉬지 못해요. 이영관 저는 현장에 가면 제일 먼저 계단 청소 상태를 봅니다. 다음에는 화장실을 가보고 마지막으로 공구 정리정돈 상태를 보죠. 하나라도 흐트러져 있으면 뭔가 이상이 있는 겁니다. 직원들이 그쪽에 신경을 쓸 수 없는 다른 중요한 일이 터져 있다는 얘기죠. 사장이 온다니까 급하게 청소하고 해도 금방 티가 납니다. 그래서 공장 지을 때 화장실을 신라호텔과 똑같이 만들었어요. 크기, 재질, 밑에 까는 대리석까지 똑같이 했어요. 공장은 평당 120만~150만원 주고 지었는데 화장실에는 평당 750만원이 들었습니다. 가장 지저분하다는 화장실이 자기들 안방보다 깨끗하면 아무도 어지럽히지 않아요. 또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현장으로 넘어갑니다. 현장의 자기 기계에 먼지가 앉지 않아요. 당연히 품질이 좋게 나오고 품질이 좋으니 일본으로까지 수출되고 있습니다. 백갑종 어느 빌딩을 보니 현수막에 E=MC2이라고 씌어 있더군요. 원래는 물리학 법칙인데 ‘경영학적’으로 바꾸면 ‘열정=미션×캐시(현금)×congratulation(칭찬)’이랍니다. 칭찬을 현금으로 하라는 거죠. 백영배 하향 평준화하는 조직이냐, 잘하는 사람 박수쳐 주는 분위기냐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부임 초기에 일 잘하는 직원의 사진을 엘리베이터 앞에 붙여놨는데 그 주인공이 제발 좀 떼어 달라고 사정해 알아 보니 ‘너 혼자 잘 났느냐’는 질시 때문이었어요.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어쨌든 계속했죠. 다들 상 한 번씩 받고 나니 그제야 경쟁 분위기로 바뀌더군요. 김재우 CEO의 제1요건이 결단력 아닙니까. 어쨌든 가장 미묘한 문제는 CEO에게 오게 돼 있어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면서 밤새 씨름하는 성격이라면 이걸(CEO) 할 수 없어요. 긴장에 강한 내성을 가져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즐길 수 있어야 해요. 결심을 주저하면 자격이 없어요. 안복현 동감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그렇지만 괴로운 순간이 한두 번이었겠습니까. (어려움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그런 결과가 오늘인 것이죠. 백갑종 결단을 하고 나면 기뻐해야 해요. 고민하고 있으면 일 못해요. 끝까지 밀어붙어야지. 김재우 얘기를 좀 보완하면, 결단으로 인해 피해보는 사람은 없을까 하는 생각보다 그 결단으로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1000평의 저울에 무게를 다는데 1g이라도 무거운 쪽에 설 수 있는 게 결단이에요. 기울어지는 쪽으로 가 있으면 안 됩니다. 백영배 이 기회를 빌려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중소기업 사장들이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회사 직원들이 “우리 사장이 회사를 위해 정말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만약 회사가 안돼 공장 땅을 팔면 그중 일부는 우리에게 나눠줄 거야” 이 정도의 신뢰는 있어야 합니다. 자꾸 아랫사람한테만 뭘 하라 하면서 자신은 ‘(회사) 안 되면 접고 땅 팔면 OK’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직원들도 그 마음 다 읽고 있어요. 김재우 위기는 그 사람이 얼마나 긴 지평을 바라보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언제든 땅 팔아서 보따리 싸겠다’ 하는 사람들은 길어야 2~3년밖에 못 보는 겁니다. 우리가 하는 얘기를 단순한 방법론으로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김재우 ㈜벽산 부회장 1944년生. 67년 삼성물산 입사. 94년 삼성중공업 본부장. 97년 벽산건설㈜ 사장. 98년 ㈜벽산 사장. 2005년 ~ 現 ㈜벽산 부회장
백갑종 전 쌍방울 사장 1946년生. 목포고-고려대 졸업. 70년 경제기획원 사무관. 77년 율산그룹 본부장. 97년 ㈜신원 사장. 99년 쌍방울 사장(법정관리인). 2001년~現 대공개발 고문
백영배 전 나산 사장 1945년生. 경기상고-연세대 졸업. 67년 동양나이론 입사. 94년 동양나이론 사장. 96년 효성물산 사장. 99년 ㈜나산 사장(법정관리인). 2005년 ㈜유영인더스트리 회장
안복현 삼성BP화학 사장 1949년生. 충주고-경희대 졸업. 71년 제일모직 입사. 77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재무팀장). 98년 제일모직 부사장. 2001년 제일모직 사장. 2004년~現 삼성BP화학 사장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 교수 1956년生. 서울대 졸업. 전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현재 한스컨설팅 대표
이영관 도레이새한 사장 1947년生. 경기 문산고-홍익대 졸업. 73년 제일합섬 입사. 94년 제일합섬 이사. 99년~現 도레이새한 사장 참석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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