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보다 정치적인 북한 압력용 카드 … 한~중~和蘭‘열차페리’왜 늦어지나
경제성보다 정치적인 북한 압력용 카드 … 한~중~和蘭‘열차페리’왜 늦어지나
열차페리는 북한 개방 압력 카드? 국내에서 열차페리 프로젝트가 논의된 건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김대중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한·중 철도교류 협력약정’을 체결했다. 98년 당시 정부에서 이 프로젝트를 북한에 대한 개방 압력 카드로 쓰기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경제성은 크게 없어도 개방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북한에 대해 ‘너희(북한)가 아니라도 서해와 중국을 통해 유럽으로 갈 수 있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정부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주축으로 2000년 말부터 3년간 연구했다. 한국철도연구원은 2003년 9월 3년간의 연구를 끝내고 자료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항만 시설이나 철도 연결 등 여러 문제로 중장기 사업으로 유보된 상태다. 연구 결과를 보면 ‘열차페리는 당장 경제적 실리가 크진 않지만 수출입 물류 비용이 절감될 뿐 아니라 상·하역 시간 단축으로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내용이다. 이후 건설교통부 주관으로 인천항의 제3 부두를 시범항으로 정했다. 그런데 민원이 발생했다. 화물 기차가 제3 부두로 가기 위해 지나가는 곳이 아파트 밀집지역이었던 것. 기존 열차가 지나갈 때도 민원이 엄청났던 터라 열차페리를 위한 철도 노선을 증설하면 주민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게다가 인천시는 송도 신도시에 신항(新港)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인천시는 장기 플랜으로 현재 고철과 석탄 부두 등으로 어지러운 인천 내항을 클린 화물만 취급하거나 요트 정박지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복잡한 화물 수송은 앞으로 개발될 송도 신항으로 모두 보낼 계획이다. 인천 내항에 열차페리 시설을 만들려는 생각이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다. 송도 신항 주변은 신도시가 개발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철로가 생기기 쉽지 않다는 논리도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인천 지자체가 풀 상황으로 남겨졌다. 이후 대안으로 거론된 항이 평택항이다. 중국 TCR의 출발 기점인 롄윈(連雲)의 바로 맞은 편이 평택항이기 때문이다. 평택~롄윈항~TCR 노선은 직선으로 가장 빠른 길이다. 하지만 평택항도 난관에 부닥쳤다. 평택항이 열차페리를 운영하려면 철도 노선을 건설해야 하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부선 평택 정거장에서 포승면에 위치한 평택항으로 연결선이 시공돼야 하는 것이다. 국토 개발계획상 평택항까지의 경부선 연결은 2012년께로 잡혀 있다. 그때까지는 평택항에 열차페리를 가동시킨다는 것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광양항도 중국 산둥반도의 다롄항과 연결하려 했다. 그러나 계획만 세워놓은 채 진전이 없다. 건교부는 평택항은 2015년까지, 광양은 2030년까지 열차페리 운영을 중장기 검토 사업으로 남겨놓았다. 육로와 해로를 이용한 열차페리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복합 운송 시스템이다. 현재 25개국 30여 노선에서 100여 척이 운행 중이다. 유럽 발틱해 연안에서는 열차페리 선박의 기술개발 이후 신규 노선 증설이 계속되고 있다. 한·중 이해관계도 복잡해 중국 정부는 다롄~옌타이 간 열차페리가 운영되면 한국의 서해 항만(인천·광양·평택항)과 다롄·옌타이항을 잇는 열차페리를 운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특히 다롄보다 옌타이시 쪽에서 한국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옌타이시는 이르면 2008년부터 이 노선을 개설하자는 제안이다. 옌타이항은 경제 규모가 크지 않고 항만이나 주변 시설이 열악한 편이라 한국과 열차페리가 운행되면 경제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이 프로젝트를 검토했던 한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옌타이 시장이 사석에서도 곧잘 “한국의 물류가 옌타이항으로 들어오면 중국의 수출 물류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30년 세계 1위의 교역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물동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 개발 사례로 꼽히는 서부 대개발은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 내륙 및 중앙아시아와 한국 간에 각종 원자재 및 생산품의 수출입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하역 시간을 단축하는 열차페리 같은 복합 물류 시스템에 의한 효율적 화물 수송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비관적인 견해도 있다. 해양수산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라 섣불리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며 “만약 중국 옌타이가 허브 항이 되면 우리 항구(북한을 포함)는 이류로 전략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수출업자들에겐 단비 지난해 2월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 주도로 열차페리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인천 시민의 민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막대한 투자비에 비해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다는 등의 문제점이 거론됐다. 게다가 일부 운송업자도 소극적이다. 해운의 가장 큰 특징은 대량 수송이다. 대량 수송되는 만큼 수송비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해운은 인천에서 중국으로 가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8000개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열차페리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최대 160개, 평균 80~90개밖에 수송할 수 없기 때문에 운송업자로서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틈새 시장은 노릴 수 있다. 중국으로 가는 물류 중 컨테이너 박스에 못 들어가는 건설 중장비 등을 실어 나르는 데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열차페리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추진돼야 할 사업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 간 대치라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이 1951년 중단됐다 2003년 6월 14일 연결식을 갖고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남북관계로 대륙과의 연결을 위한 대체 교통로로서 한·중 간 열차페리 운행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름값 폭등으로 수출 물류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수출업자들의 푸념도 그냥 흘려들을 수 없다. 유럽까지는 배로 한 달 이상 걸리고, 비행기로 수송할 경우 물류비용이 곱절이 넘게 든다. 수출업자들이 열차페리를 이용해 시간과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다면 이 프로젝트 추진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림·지도>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김천 묘광 연화지, 침수 해결하고 야경 명소로 새단장
2"겨울왕국이 현실로?" 영양 자작나무숲이 보내는 순백의 초대
3현대차 월드랠리팀,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첫 우승
4'1억 4천만원' 비트코인이 무려 33만개...하루 7000억 수익 '잭팟'
5이스타항공 누적 탑승객 600만명↑...LCC 중 최단 기록
6북한군 500명 사망...우크라 매체 '러시아 쿠르스크, 스톰섀도 미사일 공격'
7“쿠팡의 폭주 멈춰야”...서울 도심서 택배노동자 집회
8다시 만난 ‘정의선·도요타 아키오’...日 WRC 현장서 대면
9 신원식 “트럼프, 尹대통령에 취임 전 만나자고 3~4차례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