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장관급 각료 우여곡절 끝에 13년 만에 첫 입국 … YS-반기문 APEC 막전막후 협상
대만 장관급 각료 우여곡절 끝에 13년 만에 첫 입국 … YS-반기문 APEC 막전막후 협상
김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대만 공식 방문은 세 번째입니다. 한·중 관계를 고려할 때 정치적 부담이 컸을 텐데…. “김 전 대통령이 대만의 공식 초청을 받고 처음 방문하려 할 때는 주한 중국대사관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대사관의 고위 관계자가 중국부터 방문하고 대만 방문을 취소하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대만을 방문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천수이볜 총통이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정치적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는 말을 전달했습니다. 또 단교로 대만 직항 노선이 없어져 우리 국민 편의 차원에서 김 전 대통령이 노력하시는 것입니다.” APEC 정상회의에 대만 측 대표가 참석하는 문제는 어떤 계기로 논의됐습니까. “YS는 중국문화대학에서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에 앞서 1일 천수이볜 총통을 예방했는데, 이 자리에서 천수이볜 총통은 지난해 9월 복항한 이후 일년 새 양국의 민간교류가 활성화돼 통상 규모가 160억 달러가 됐다고 설명했어요. 이 중 60억 달러가 한국이 흑자를 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역 불균형을 이야기한 셈입니다. 또 한국과 대만도 민간교류 차원에서 중국처럼 제한이 없다면 160억 달러가 아니라 1600억 달러도 가능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했습니다. 이어 천수이볜 총통은 부산 APEC에 대만이 참석하고 싶은데 한국 외교부가 적극성을 띠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APEC는 말 그대로 아태경제협력체이고 원래는 경제장관회의가 아니냐고 했어요. 어쨌든 APEC가 경제협력체 정상급 회의인데 대만이 제외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거든요? 단교 이후에 다분히 중국을 의식해 우리 정부가 ‘알아서 기다’ 보니 대만을 배제시키는 것이라고 했어요. 더구나 다른 나라에서 APEC가 개최될 때는 아무런 문제없이 대만이 참석해 왔는데 한국이 너무한다고 하더군. 그는 ‘이번 APEC 비공식 영수회담에 내가 꼭 참석하고 싶은데 대한민국 정부가 막아 현실적으로 안 되니까 내 대신 우리 국회의장을 대만의 대표로 참석하도록 내가 임명했다’고 합디다. 그는 ‘대만이 APEC의 정식 회원국인데 부산 APEC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니 대한민국이 이럴 수 있느냐’고 섭섭함을 표시했습니다.” 귀국한 뒤 YS는 어떤 말씀을 했나요. “귀국한 그날이죠. 4일 오후 9시쯤에 YS께서 우리 집으로 전화를 주셨어요. 하시는 말씀이 정 위원장 수고했다. 조금 전에 반기문 장관하고 통화했다. 대만 대표가 누가 되든 간에 참석할 수 있도록 우리 외교부가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얘길 하셨어요. 그래서 주한 대만대표부 리짜이팡(李在方) 대사한테도 알려주시는 게 좋겠다고 제가 말씀을 드렸지요.” 대만에서 다른 고위급 인사들도 만나셨다고 했는데…. “뤼슈롄 부총통을 먼저 만났습니다. 그런데 뤼슈롄 부총통이 여성 아닙니까? 천수이볜 총통이 두 번째 연임이어서 이번이 끝이거든요. 다음 총통 선거 때는 아마도 민진당에서는 지금 부총통이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김 전 대통령께서 ‘당신이 차기 총통이 되면 좋겠다 정도의 말씀을 하면 외교적 언사도 되고 좋았을 텐데…. YS는 먼저 한국도 박순천 여사가 있다고 말을 꺼내는 거예요. 그러면서 여성이 국가 원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고 했어요. 박순천 여사는 당 대표도 하고 대단했는데 선거 한두 달을 앞두고 당원들의 분위기가 갑자기 변하더라. 박순천 여사 가지고 박정희 대통령한테 대응이 되겠는가. 그래서 그때 원로들의 회의가 이뤄지더니 결국은 박 여사가 안 되고 윤보선씨 쪽으로 되더라. 나는 박 여사를 지지했는데. YS가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그러니 웃기는 했지만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지지 않습니까. YS께서는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굉장히 솔직하게 말씀해 버리는 겁니다.” (웃음) 대만의 중국문화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특강이나 참석자들의 질문은 없었습니까. “특강이 있었습니다만 이 중국문화대학이 대만에서 제일 큰 사립대학입니다. 학생이 2만3000명 정도에 11개 단과대학이 있는 모양인데 장제스(蔣介石) 정부 때 세운 대학이고 우리 한국어과가 있어요. 우리 한국의 유학생도 많이 있고. 근데 학생들 질문보다도 특강을 하면서 이러시더라고요. 또 ‘내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겠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 내가 꼭 와야 하느냐 하고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나는 박사 학위가 여러 개 있거든요?’라고 해서 좌중을 웃겼어요. 남북 관계나 양안 관계에 대해서는 YS의 고견을 듣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탁, 그러십디다. ‘21세기에 들어와서 공산집단이 많이 쇠퇴했는데도 지금 4개국이 남아 있다. 그게 특히 아시아에 남아 있다.’ 그 4개국이라는 게 중국·북한·베트남, 그리고 아마 쿠바를 지칭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시더니 ‘그 4개국에는 민주선거가 없다는 게 특징인데, 언젠가는 민주선거방식이 반드시 올 거다. 그땐 이 공산집단이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크고 작은 전쟁이 우연히 일어날 때도 있었는데 무력을 통해 통일이라는 것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중국에 던지는 하나의 메시지, 즉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이 되더군요.” 감사원장 등도 만나셨지요? “감사원에서 7명인가 참석한 것 같은데, 고시원의 위원도 계시고… 고시원의 위원이라고 하면 적어도 국회의원·장관을 지낸 아주 훌륭한 분들과 학자분들인데. 우리로 치면 옛날에 과거를 집행하던 분들이니까 청렴하고 경륜이 깊고 그렇지요. 그런데 그중의 한 분이 질문을 했어요. 김 전 대통령 때 장관 지낸 사람 중에 부정과 비리로 구속된 사람이 없지 않으냐, 김 전 대통령도 퇴임 후에 다른 대통령들 하고는 다르게 대통령 되기 전에 살던 그 집 그대로 고쳐서 살고, 이러면서 지금까지 살아오시던 중에 행복했던 때가 있었습니까? 그러니까 YS께서 잠깐 생각하시더니 그러십디다. ‘예. 있습니다. 한 2개월 행복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제일 행복했는데 대통령에 당선되고 청와대 갈 때까지 그 2개월 동안은 참 행복했습니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바이든 정부, 반도체 보조금 규모 줄인다…5억 달러 넘게 축소
2김종민 '11세 연하♥' 눈 뜨자마자…"혼자 몸 아녔으면"
310년 간 청약 경쟁률 높은 지역 1위 '세종시'…2위는 부산
4영종도 '누구나집' 입주 지연 1년 째…갈등 여전
5정우성, 문가비 임신시켜 놓고…"외로운 건 어떻게?"
6대한항공, 日 구마모토 노선 재운항...1997년 이후 27년만
7베트남 新 통관법 시행 논의…하노이서 이커머스 포럼
8야구 이어 축구도 점령...골든블랑, 'K리그 우승 축하주' 됐다
9숨은 AI 고수 찾아라…패스트캠퍼스 AI 공모전 ‘GALA’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