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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억울해요. 천재지변인데…”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억울해요. 천재지변인데…”

지난해 말 ‘황우석 교수 논란’이 거세게 불었을 당시 온갖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졌다. 그중에서는 이런 소문도 있었다.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이 삼성을 등에 업은 메디포스트와 손잡고 황 교수의 업적을 빼앗으려 한다.” “황 교수 논란의 핵심은 이권을 둘러싼 황-노 간의 갈등이며 그 갈등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 회사가 메디포스트다.” 왜 이런 소문이 퍼졌을까? 노 이사장이 황 교수 논문에서 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언론을 통해 밝힌 날은 지난해 12월 14일이다. 노 이사장의 발언으로 MBC에 쏠렸던 비난의 화살은 다시 황 교수를 향한 의혹으로 겨눠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언론에는 전일 코스닥 시장 장 마감 이후 올라 온 한 건의 공시가 기사화됐다. ‘성체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인 메디포스트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기관인 미즈메디병원과 공동으로 경기도 판교에 줄기세포연구소 및 줄기세포 치료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한다’는 내용이었다. 보도가 나오자마자 인터넷 게시판이 시끄러워졌다. “1000억원을 유상증자해 두 회사가 공동으로 줄기세포 연구소를 설립한다?” “결국 이거였구나 역시 돈 때문이었어” “노 이사장이 이권 때문에 황 교수와 결별하고 메디포스트를 내세웠다”는 등 온갖 억측과 비난이 봇물처럼 터졌다. 갑자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양윤선(43) 메디포스트 대표는 착잡했다.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고 한다고 해도 들어줄 리 없었다. 한 달여가 지난 1월 18일 서울교대역 근처에 위치한 메디포스트 본사를 찾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양 대표에게 제일 궁금했던 ‘유상증자 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설마 시중에 돌고 있는 그런 억측이 사실은 아니겠죠?” 기자의 질문에 양 대표는 ‘울고 싶어 누가 뺨 때려주기를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원래 유상증자 건은 황 교수님과 상관없이 진행된 겁니다. 판교에 연구소를 짓기 위한 땅을 분양받기 위해 올 1~6월 정도에 추진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줄기세포주들의 주가가 황 교수님 덕분에 급등하는 바람에 이사회에서 이왕 자금을 조달할 거면 좀 당겨서 하자는 의견을 개진했어요. 주식은 덜 발행하면서도 돈을 더 끌어 모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죠.”

황 교수 여파로 주가 반토막 양 대표의 말대로라면 황 교수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유상증자 발표가 언론에 보도된 날 노성일 이사장이 발표를 하면서 ‘오비이락’ 격으로 같이 엮였다는 지적이다. “사실 유상증자 공시를 앞두고 젊은 과학인들의 사이트인 ‘브릭’에 황 교수 논문 조작 얘기가 떠돌았어요. 일이 터지기 일주일 전이었을 거예요. 노 이사장님한테 바로 전화를 돌렸죠. 문제가 생기면 유상증자에 차질이 생길 것이 뻔해 보였거든요. 당시 통화에서 노 이사장님이 ‘11개 줄기세포 중에 최소한 2~3개는 나오지 않았겠느냐, 줄기세포가 한 개밖에 없거나 아니면 전혀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라고 대답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죠.” 하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상황은 돌변했다. 노 이사장이 말을 바꿔 언론을 통해 황 교수 문제를 터뜨리면서 양 대표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애초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금액은 시중에 떠돈 소문처럼 1000억원대가 아니라 정확히 347억원(110만주, 주당 3만1550원)이었다. 증자를 통해 거둬들인 자금 중 절반은 연구소 건립에 쓰고 나머지 절반은 지금 개발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해외 임상에 쓸 계획이었다. 황 교수 논란으로 출렁거리던 이른바 ‘줄기세포 테마주’들은 노 이사장의 ‘확인 사살’ 이후 된 서리를 맞았다. 관련주들이 대부분 반토막이 난 것. 메디포스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내내 5만원대를 웃돌던 주가는 12월 들어 ‘황풍(風)’을 맞으면서 급락했고 1월 20일에는 급기야 최저가인 2만5500원까지 추락했다.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 5일의 8만2300원과 비교하면 거의 4분의 1이 토막 난 셈이다. “바이오 관련주들로서는 황 교수 후광이 사라지길 바라는 일이 있을 수 없죠. 가만 있어도 주가가 올라 주는데. 시중에 도는 말처럼 ‘황 교수 죽이기’에 같이 나섰다면 노 이사장의 발언이 터지기 전에 후다닥 유상증자를 해치우지 않았겠어요. 우리로서도 천재지변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양 대표는 1월 31일자로 실시하려던 유상증자를 한 달 연기했다. 신주발행가도 3만1550원에서 2만700원으로 낮췄다. 주가가 급락한 원인도 있지만 지금처럼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차가운 상태에서는 유상증자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주식을 발행하는 데 들어오는 돈 역시 347억원에서 228억원대로 깎였다. 이래 저래 손해를 본 셈이다.

“해명할 것 또 있다” 양 대표는 최근 또 다른 해명 아닌 해명거리가 생겼다. 언론을 통해 성체줄기세포의 부작용과 문제점이 집중 보도됐기 때문이다. “임상과정에서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환자가 사망한 경우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론에 지적된 문제점들은 상업적 임상시험을 받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응급 임상이나 연구자 임상에서 발생한 것들이죠. 응급 임상은 정식 상업 임상과 달리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죠. 치료제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약을 언제, 몇 번을,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투여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수많은 실험이 이뤄져야 합니다. 아직은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들이 실험단계에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현재 충분한 동물실험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정식 임상에 들어간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는 단 3개뿐이다. 관절염 치료용인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과 파미셀의 뇌졸중 치료제, 세원셀로텍의 뼈 치료제 등이다. 응급 임상은 정식 임상과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시술에 앞서 주의사항과 부작용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한다. “10여 개 업체들이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하고 있죠. 하지만 실제로 연구소와 연구인력을 갖춘 ‘실체’가 있는 회사는 저희와 차바이오텍(성체+배아) 등 3~4군데밖에 없습니다. 바이오 업체에 투자할 때는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정말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갖췄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그렇지만 황 교수님 일로 국내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짧은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산업에서 고부가가치를 일궈낼 수 있는 지혜를 함께 짜낼 때입니다.” 메디포스트는 현재 제대혈은행 분야 이식건수 및 시장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서겠다는 꿈도 꾸고 있다. 생명공학 역사상 영원히 기록될 ‘블록버스터(대작)’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관절염 치료제인 ‘카티스템’ 역시 이르면 2007년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3000억원)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5억 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말 그대로 터뜨리면 대박인 셈이다. 양 대표의 인생을 굳이 표현한다면 ‘수석인생’이다. 서울대 의대를 수석 졸업했고 임상병리과 전문의 자격시험도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황 교수 역풍’을 이겨내고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서도 ‘수석 인생’을 이어갈 수 있을지. 바이오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제대혈 보험 가입하세요 제대혈은 아이를 낳은 뒤 태반과 탯줄에 남아있는 혈액으로 몇 년 전만 해도 폐기 처분됐다. 그러나 최근 제대혈 내에 피를 만드는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와 인체의 각종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가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제대혈은 현재 백혈병, 골수이형성 증후군 등 각종 혈액암, 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성 혈액 질환, 선천성 면역결핍증 등 자가 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골수 이식과 마찬가지로 제대혈 내 조혈모세포를 환자에게 이식, 병에 걸린 혈액을 건강한 피로 재생시킨다. 제대혈을 보관하면 태아나 가족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렸을 경우 골수 이식 기증자를 찾기 어려워 치료 시점을 놓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1964년생, 서울 휘경여고-서울대 졸, 서울대 의학박사, 1989년 서울대 임상병리과 전공의, 1994년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교수, 2000년~現 메디포스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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