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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값 거품 논쟁] “30% 이상 거품”vs“시장 가격일뿐”

[아파트 값 거품 논쟁] “30% 이상 거품”vs“시장 가격일뿐”

"강남 아파트에는 거품이 없습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이나 신도시 아파트 값에 거품이 많은 이유가 뭔가”라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손 교수는 “현재 대부분 언론에서 말하는 ‘거품’의 정의부터 잘못됐다”며 “강남 아파트 가격이 일본처럼 폭락하지 않는 한 거품이 끼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거품이라는 것은 자산의 본질적인 내재가치와 괴리가 크다는 것”이라며 “내재해 있는 미래가치는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강남에 거품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투기 수요가 많다고 해도 실수요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금의 가격까지 오를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가 그렇게 때려잡으려해도 폭락하지 않는 것 자체가 거품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아파트를 지으면 현재 분양가에도 팔리는데 왜 더 싸게 분양하겠느냐”며 “결국 공급이 부족한 것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시장에서 원하는 공급, 즉 양질의 주택과 살기 좋은 주거환경이 공급되지 않은 탓”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정부 책임”이라고 말했다.
‘거품’에 대한 엇갈린 시각 ‘아파트 가격 상승이 정부 탓’이라는 주장은 시민단체들도 동의한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시각이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너무 많다”고 전제하고 “정부의 주택 정책은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했다. 윤 국장은 “토지개발 이익이 환수되지 않고, 투기성 이익도 제대로 환수되지 않다 보니 가격이 잡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에 대한 과소비 성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가 땅으로 집장사를 하고, 내려야 할 건축비는 계속 오르고 있고,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주택금융을 푸는 등 여러 요인들이 맞물려 아파트값 폭등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부 고가 아파트 주거민들의 정서에도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분당의 아파트 값이 올라가면 강남 중심 아파트 주민들은 분당이 오른만큼 아파트 값을 더 올리는 담합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주택 보급률은 102% 수준이지만 무주택자가 43%에 달하는 현실은 그만큼 다주택자들의 재테크성 투기 수요가 많다는 것이고, 이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부추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어설픈 정책을 내놓기 때문에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은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홍준표 의원처럼 “시세차익이 존재하는 한 투기적 가수요는 조장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고, “선 분양 후 개발 위주의 공급자 위주 정책이 문제(김헌동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라는 지적도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에 대한 거품은 ‘강남에 대한 환상’ 또는 분당이나 판교가 강남처럼 될 것이라는 희망이 만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거품’을 보는 시각은 다르다. 하지만 강남과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지나치게 솟아오른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뱅크가 지난 84년부터 20년간의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을 조사한 결과 “약 30%는 거품(81조원)”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2년부터 3년 사이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2배나 올랐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0조원 오른 사이 아파트 시가는 129조원이 늘었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만 ‘대한민국 아파트 값’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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