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본능의 마력
원초적 본능의 마력
Sharon Stone Strikes Again 샤론 스톤(48)이 그동안 영화에서 모든 모습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스톤이 제기한 소송 사건들을 한번 챙겨 보라. 스톤은 2001년 6월 ‘원초적 본능2’(Basic Instinct 2: Risk Addiction)의 제작진을 상대로 1억 달러 소송을 제기했다. 만들겠다던 영화를 만들지 않았으며 (더 중요한 사실은) 자신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스톤은 법정 진술에서 처음에는 또다시 누드로 출연하기가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LA 자택의 영사실에서 ‘원초적 본능’을 돌려 보면서 누드 장면을 찾아내 화면을 정지시킨 다음 옷을 벗었다”고 스톤은 말했다. “제일 친한 친구에게 집으로 오라고 연락했다. 화면 앞에 섰더니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너 너무 멋지다. 찍어도 되겠어.’ 그래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원초적 본능’이 뻔뻔스러운 관음주의, 목숨을 건 위험한 양성애, 얼음 송곳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지도 14년이 지났다. 1992년 꼭 봐야 할 영화로 꼽히면서 (이성연애자들의 공상과 아울러) 동성애자 집단의 분노를 촉발하고, 세계적으로 3억5300만 달러를 벌었다. 그 영화 덕분에 눈에 띄지 않는 미녀 배역만 맡다가 영화 인생을 끝낼 뻔했던 스톤은 하루아침에 섹스 심벌로, 국제적 스타로 다시 태어났다. “그때 어땠는지 말해주겠다”고 스톤은 베벌리힐스 자택의 장미 문양 소파에 앉아 말했다. “‘원초적 본능’이 개봉된 다음주 월요일 선셋 대로로 차를 몰고 나갔다. 신호를 받아 섰는데 사람들이 몰려와서 내 차에 마구 올라왔다. 마치 메뚜기떼 같았다.” ‘원초적 본능2’가 마침내 3월 31일 개봉된다.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듯하다. 그러나 아마도 스톤이나 제작진이 의도했던 이유 때문은 아니지 싶다. 마이클 케이턴-존스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얼음같이 냉혹한 여류작가 캐서린 트래멀(스톤)은 미식축구 선수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범죄 심리학자(영국 배우 데이비드 모리세이)와 한판 대결을 준비한다. 에로틱한 스릴러를 기대한 사람은 단단히 실망할지 모른다. 그러나 색다른 맛이 없어서 오히려 재미난, 그다지 야하지 않은 영화를 기대한 사람은 멋진 ‘쇼걸’ 수준의 근사한 영화를 만나게 된다. 스톤은 모든 장면에서 살금살금 걷고, 부드럽게 속삭이듯 말하고, 거들먹거리면서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를 한다. 그래서 실은 대단치 않은 영화를 대스타의 모습 때문에라도 봐야 할 볼거리로 승격시켰다. 직접 만나본 스톤의 눈동자는 특이하게도 초록에 가까운 파란색인데 카메라에는 그것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깔깔거리며 웃고 순식간에 눈물을 글썽이거나 격정에 사로잡히는 등 쉬이 흥분하는 경향이 좀 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샤론은 10여 년째 에이즈 연구 분야에서 앞장서서 기금을 조성하고 대변인 노릇을 해왔으며, 지금도 이 문제가 언급되면 즉시 감정에 북받쳐 말을 못한다). 베벌리힐스의 자택에서는 옛 할리우드 분위기가 뚜렷하게 풍겼다. 바닥에 흑백 타일을 깐 커다란 현관과 아주 크고 널찍한 계단이 있다. 밑으로 푹 꺼졌으며 길이가 테니스장보다 긴 거실의 네 모퉁이에는 커다란 회색 기둥들이 있다. 거실 천장에는 엄청나게 큰 금과 크리스털 샹들리에 두 개가 매달려 있다.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가족사진 수백 장과 달라이 라마의 대형 액자가 보인다. 계단 꼭대기에는 머지않아 첫돌을 맞는 아기를 보호하는 용도의 문이 있다. 스톤의 소파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노라니 스톤이 언제 웃거나 울거나 소리지르거나 키스하거나 무릎을 칠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흥분은 되지만 매순간 바짝 긴장이 됐다. 확실히 말해두지만 스톤은 ‘원초적 본능2’의 배역을 가벼이 생각하지 않았다. “은근히 힘들었던 배역”이라고 스톤은 말했다. “극기심이 필요하며 침습성이 강하다. 캐서린을 연기할 때는 식사를 못했다. 야생적이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딱하다고 생각했다.” 스톤은 이 영화에 지정학적 메시지도 담겼다고 말했다. “우리의 세계 지도자들을 보라. 사람들은 그들이 부패와 폭력을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뒤로 물러서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어떤 책임도 없다고 주장한다. 캐서린이 바로 그렇다. 그건 도대체 무슨 사회병리학인가? 무슨 의미인가? 오락영화가 그렇게 진지한 의문을 던진다면 훌륭한 토론의 장이라 하겠다.” 사실 여러 해 전부터 진지하게 제기됐던 의문은 굳이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점이었다. 제작자 앤디 바즈나와 마리오 카사를 상대로 한 소장(訴狀)에서 스톤은 영화를 만들든 안 만들든 상관없이 14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두 제작자는 2001년 2월로 된 마감일을 지키지 않았다. 스톤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자신이 날씬한 몸매를 만들고, 의상을 가봉했으며, 속편에 전념할 생각으로 다른 영화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법정 진술에서 제작자들과 당시 감독을 맡기로 했던 존 맥티어넌은 스톤이 벤저민 브랫을 비롯해 상대역으로 나올 배우들을 계속 퇴짜를 놓아 제작 일정이 상당히 미뤄졌다고 주장했다. “스톤은 브랫 정도의 배우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맥티어넌은 법정 진술에서 말했다. “그가 너무 젊어서 상대적으로 자기가 너무 늙어보이리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너무 늙어서 이 영화에 아예 출연하지 말아야겠다는 등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한편 스톤이 퇴짜를 놓지 않은 남자배우들은 연방 스톤을 퇴짜 놓았다. 비고 모텐센, 커트 러셀, 베니치오 델토로, 게다가 심지어 에런 에크하트가 600만 달러짜리 출연 기회를 고사했다. 제작자들은 마침내 2004년 7월 합의로 사건을 해결했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사건이 마무리될 무렵 내 나이가 153세는 될 듯하니까 좋게 해결하기로 한 모양”이라고 스톤은 말했다. 그들이 스톤의 나이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몸매가 끝내주니 말이다. “누드로 나오는 영화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성싶다”고 스톤은 말했다. “내가 그냥 중년이라고만 해도 고맙겠다. 그러나 벗는다는 사실을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았다. 끝 부분에 정말 대담한 장면이 나온다.” 농담이 아니다. 그 일부 장면에선 홀랑 벗고 나온다. 나머지 장면에서는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물 위로 가슴을 드러낸다. 성적이라기보다 폭력적인 장면이며, 무서운 장면이기도 하다. “스톤은 촬영에 앞서 매번 소리를 지르고는 했다. 목청껏 내지르는 비명이었다”고 상대역으로 나온 모리세이는 런던의 택시 안에서 전화로 말했다. “몹시 이상했다. 내가 겁이 날 정도였다. 단지 긴장을 풀려고 그런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굉장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인 같으면 생각도 못할 짓이다.” 그러나 스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요 근래 몇 해 동안 크고 작은 사건을 많이 겪었다. 가벼운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지의 편집인 필 브론스타인과의 결혼생활은 2003년 끝났지만 홀몸으로 두 아들을 키운다. 론은 다섯 살이고 레어드는 첫돌이 다 돼 간다. 화제가 데이트로 넘어가자 혹시 남자들은 간혹 자신을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보지 않고 샤론 스톤이라는 공상의 이미지를 사랑하느냐고 스톤은 물었다. “그런 경험이 있다”고 소파 위에서 발을 모으고 웅크리며 말했다. “어떤 남자와 사귀는데 연애한 지 석 달로 접어들 무렵 내가 독감에 걸리면 무지 화를 내면서 독감 걸린 사람과는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 자기 혼자 농구장 특석으로 간다.” 잠시 뒤 말을 이었다. “남자 안 만난 지가 1년쯤 됐다. 시간을 두고 여러 상처를 치료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일도 상처였고. 나는 특별하며 우리 아이들도 특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소중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스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사람에게 한 가지 귀띔.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내 눈에는 멋있게 보이지 않는다”고 스톤은 말했다. “내가 찾는 남성상은 스폰지밥 파자마를 입고 학예회 맨 앞줄에 앉는 남성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물론 은막에서는 스톤도 실컷 공상을 즐긴다. 지난해 개봉된 ‘브로큰 플라워’(Broken Flowers)에서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고, 올해 개봉되는 ‘알파 독’(Alpha Dog)에서는 인상적인 조연으로 나온다. 그러나 ‘원초적 본능2’는 순전히 대스타의 위력으로 끌어가는 영화다. 요즘 젊은 배우들은 명성을 날리게 돼 갈등을 느끼느니 어쩌니 하면서 방금 침대에서 일어난 듯한 꼴로 시사회장에 나타난다. 그런 시대이니만큼 평론가들이야 뭐라든 배우답게 행동하는 배우에게 뭔가 참신한 면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영화가 스톤의 최고 걸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이 여인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법을 안다. “한번 생각해 보라”고 스톤은 말했다. “사람들은 재미를 원한다. 우리는 그들이 생활의 갈등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직업이다. 나 역시 하루하루 갈등을 많이 겪지만 오마하 주민들이 그런 이야기나 들으러 극장에 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힘 닿는 한 할리우드의 전통적 매력의 불꽃을 계속 살려갈 생각이다. “내 맘대로 하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촬영용 조명을 이리 비춰보라.” 최한림 parasol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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