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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당분간 집·땅 거래 크게 줄 듯

[부동산] 당분간 집·땅 거래 크게 줄 듯

앞으로 집이나 땅을 살 때 신경써야 할 게 많다. 지난 6월 1일부터 실제 거래가격의 등기부등본 게재가 의무화된 데 이어 7월부터는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에선 자금조달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부과나 세무조사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거래가 그만큼 투명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거래가 움츠러드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지난 6월 1일부터 부동산 실거래 가격을 등기부등본에 싣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을 거래하는 경우 거래 당사자(매수자와 매도자)나 중개업자는 계약 체결 뒤 30일(주택거래신고지역 내 공동주택은 15일) 이내에 해당 시·군·구에 실거래가격을 신고해야 한다. 그 이후 시·군·구에서는 거래당사자 등에게‘거래신고필증’을 교부하게 된다. 거래 당사자는 거래신고필증과 부동산 매매목록 등 필요한 서류를 추가해 소유권 이전등기를 신청할 때 등기소에 제출하면 된다. 등기관은 거래신고필증에 기재된 실거래액을 등기부에 기재한다. 실거래 가격은 부동산 등기부의 갑구 권리자 및 기타 사항란에 실리게 된다. 만일 등기부 기재 금액이 지방자치단체 또는 세무관서의 조사에 의해 허위로 밝혀지면 취득세 3배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는 매수자, 매도자 모두에게 부과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거래대상이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에선 취득세의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거래를 알선한 중개업자도 처벌된다. 이중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등록 취소나 6개월 이하의 자격 정지의 벌칙이 주어진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이런 벌칙을 피하기 위해 거래 당사자나 중개업자 모두 제대로 신고할 것”이라며 “거래의 투명화로 부동산 시장의 선진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 6월부터 실거래가 허위 신고자에 대한 색출에 나설 예정이다. 단속 대상은 기준가 150%를 초과 또는 미달하는 업(up), 다운(down)계약이다. 건교부는 신고자료와 국민은행 및 감정원의 시세자료를 정밀 비교, 허위신고 혐의가 높은 거래를 가릴 예정이다. 혐의 물건에 대해서는 현지실사와 인접지역의 거래사례를 수집 비교해 정밀 실사도 벌이게 된다. 또 6월 하순부터는 개별 아파트의 평형별 가격도 공개할 방침이다. 서울 송파구 A아파트 30평형이 몇 건 거래됐고 평균 거래가격이 얼마라는 식이다. 이럴 경우 거래 사실이 그대로 노출돼 부녀회나 정보업체의 시세 왜곡 행위가 차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실거래 가격이 공표되면 부풀려진 호가도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실수요자들로선 제3자의 매매 사례 가액을 알 수 있어‘시세의 객관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이르면 9월부터는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이나 분양권도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런 내용의 공인중개사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권과 조합주택 입주권에 대한 취득·등록세도 프리미엄을 포함한 실거래가로 내야 해 세금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7월부터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에서 아파트나 연립주택을 살 때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별도로 내야 한다. 여기에는 집을 사는데 들어갈 자기 자금과 금융기관 대출액, 사채 등 차입금을 모두 기재해야 한다. 또 매입 계약을 한 주택에 실제 거주할지 여부도 써야 한다. 건교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5월 29일 입법예고했다. 3·30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시행하는 것이다. 자금조달 계획을 허위로 기재하더라도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지만 국세청으로 자료가 넘어가 특별관리를 받게 된다. 특정 지역 집값이 급등하는 등 시장이 불안할 경우에 대비해 쓸 카드로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현재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양천·강동·영등포·마포·성동·동작구, 성남 분당, 용인, 안양 평촌 등 22곳이다. 이 가운데 경남 창원시 명서동을 제외하곤 모두 아파트 거래 신고지역이다. 이 지역에선 전용면적이 18.15평(60㎡)을 넘는 아파트는 신고 대상이다. 창원시 명서동에선 전용면적이 45.37평(150㎡)을 넘는 연립주택은 신고해야 한다. 또 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 내의 모든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신고 대상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다만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이라도 단독주택(원룸주택 포함)이나 다세대주택은 신고대상에서 제외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자금 조달계획서를 제출토록 한 것은 올해부터 실거래가 신고제가 전국적으로 의무화됨에 따라 주택거래신고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주택 가수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거래가 등기 의무화 제도 시행으로 토지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시장은 외지인의 취득제한(3월부터 농지·임야 취득 전 전 세대원 1년 거주)에다 내년 양도세 중과(60%)를 앞두고 찬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조치는 이중 악재가 될 전망이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이번 조치로 토지시장에서 만연하고 있는 다운계약서나 업계약서 관행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거래사실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말했다. 거래 위축과 호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내년부턴 현지인이 보유한 농지나 임야를 팔 때에도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된다. 이럴 경우 취득-양도 단계의 세금이 모두 실거래가로 부과돼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수 있다. 레피드 도시개발 권대중 사장은 “대박을 노리고 토지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땅에 대한 상속세나 증여세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와 증여세 부과 기준은 실거래가가 원칙이지만 땅은 거래가 많지 않아 실거래가의 50∼70%선인 공시가격으로 매겨왔다. 하지만 거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세금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실거래가 등기 의무화는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른 사람들이 거래한 내역이 그대로 공개되면, 외국에서 나타나듯이, 단기간의 집값 폭등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등기된 실거래가 때문에 집값의 하방경직성도 커질 것이란 일부의 분석도 있다. 한편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에서의 자금 조달계획 계획서 제출은 자녀에게 대한 편법 증여 관행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남권 등지에서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부모가 자녀에게 집을 사주는 경우가 많다. 강남구 T부동산공인 관계자는 “중소형 아파트 거래의 20∼30% 정도는 부모가 자녀에게 몰래 사주기 위해 매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할 경우 자녀가 어디서 자금을 마련했는지 다 드러나게 된다. 국세청은 시·군·구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 계획서를 토대로 선별적으로 자금 출처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자산가(큰손)들이 가장 겁을 내는 게 자금 출처 조사인데 주택 가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조달 계획서에 입주 계획서까지 제출하라는 것은 주택거래 허가제를 시행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잡히지 않는 강남권 등의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극약처방’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강원대 부동산학과 김갑열 교수는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에서 집을 살 땐 실거주 목적이 아닌 경우 매입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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