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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마케팅 이번엔 빌딩랩”

“월드컵 마케팅 이번엔 빌딩랩”

6월 12일, 2006 독일 월드컵이 개막한다. 세계 213개 나라에 중계되고, 연 시청 인원이 300억 명에 달하는 이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는 기업들에 ‘마케팅 전쟁터’다. 현대자동차·코카콜라·어바이어 등이 수천만 달러의 후원금을 내고 브랜드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후원사 타이틀이 없어도 월드컵을 노크할 수 있다. 바로 앰부시(ambush) 마케팅을 통해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건물을 월드컵 광고물로 감싸는 ‘빌딩랩’이 대유행이다. 지난 5월 8일 서울의 명소인 강변역 테크노마트가 ‘새 옷’을 갈아입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건물 외벽에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붙인 네온 전구를 점등한 것. 테크노마트 판매동 외벽에도 ‘슛~ 골인!’이라는 구호를 적은 래핑을 했다. 최근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이 회사는 일반인들에게 회사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프라임그룹’이라는 대형 현수막을 붙이기도 했다. 래핑 광고물을 제작한 이 회사 박상후 홍보팀장은 “이번 벽면 래핑 슬로건은 가로 18m, 세로 20m의 글자와 부호가 합쳐진 길이 110m의 초대형 문구로 제작됐다”며 “네온 전구만 10만여 개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최근 각광받는 마케팅 기법이 바로 건물 래핑(wrapping)이다. 래핑 광고란 말 그대로 건물 외벽이나 기둥 겉면에 실사 출력한 인쇄물을 입히는 방식을 말한다. 마치 랩으로 포장하듯 덧씌운다는 데서 래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테크노마트는 물론 교보생명·동아일보 등 서울 중심가의 주요 건물들이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빌딩’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라임그룹 관계자는 “이번 래핑 프로젝트는 99년부터 시작해 온 래핑 캠페인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임그룹은 99년 강변역 테크노마트 개관을 앞두고 온 국민이 단합해 외환위기 파고를 넘자는 뜻의 ‘으랏차차’로 래핑 캠페인을 시작했다. 2000년에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한민족이 주도하자는 결의가 담긴 ‘세계 중심 민족’을, 2001년에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만연한 불신을 걷어내고 화합하자는 뜻의 ‘서로 받아들이자’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이번 ‘대~한민국’ 프로젝트 역시 월드컵의 해를 맞이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과시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99년부터 시작한 프라임이 ‘원조’ 서울 회현동에 있는 신세계도 지난달 초 월드컵 시즌을 맞아 현재 재단장이 진행되고 있는 본점 구관 외부에 ‘2006 코리아 파이팅! 신세계가 함께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대형 응원 현수막을 걸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가로 94m, 세로 23m 크기의 이 현수막은 가로 2m, 세로 23m의 특수 코팅 천 47장을 실사 프린트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며 “현수막 제작에만 열흘 이상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선보였던 외부 현수막 중 최대 크기라고. 서울 을지로의 하나은행 본점은 ‘붉은 악마’의 상징인 빨간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설치미술가 박은미씨가 티셔츠 850벌을 이어 만든 ‘태극의 꿈’이라는 작품이다. 국가대표 축구팀 공식후원사인 하나은행은 본점 1층에 한국 축구 100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사료와 독일 월드컵 출전 32개국 대표팀 유니폼 등을 전시하는 ‘풋볼 빌리지’를 열기도 했다. 월드컵 기간 내내 거리 응원전이 펼쳐질 광화문 일대는 ‘월드컵로(路)’로 변신했다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제작한 이색 조형물과 현수막으로 ‘점령’된 상태. 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교보생명 본사에는 가로 36m, 세로 24m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02년 6월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인 홍명보 선수가 골을 성공시켜 4강 진출을 확정지을 때 장면이 담겨 있다. ‘스포츠 마케팅의 대명사’로 불리는 나이키는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본사 사옥 전면을 자사 광고판으로 활용했다. 나이키는 이곳에 축구 선수를 형상화한 대형 광고판을 걸었다. 청계천 시작점에 있는 동아일보 사옥은 월드컵 기간 중 붉은 악마들의 시선이 가장 머무는 곳. 시민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겠다는 의도다.
“비용 대비 효과 뛰어나” 본격적인 건물 래핑의 원조는 KT다. 2002년 월드컵 당시 KT는 길거리 삼성동 무역센터에 대형 빌딩랩을 해 화제가 됐다. 폭 52m, 높이 130m로 무역센터 건물 12층부터 43층에 이르는 초대형 빌딩랩으로, 빌딩 외벽 유리면 1600장에 디자인이 인쇄된 특수 필름을 한 조각씩 붙여가는 공정으로 15일간 이루어진 ‘대형 작품’이다. 이 빌딩랩은 영국 기네스협회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윈도 그래픽으로 공인받았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TV 광고와 비교하면 금액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민훈 연구원은 “건물 역시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는데 월드컵 같이 일반인들의 호응이 높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맞춰 빌딩랩을 하면 그만큼 높은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단순한 보여주기식 홍보물보다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월7일 열린 의료사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궐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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