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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 꿈 심어 줘야 성장”

“직원에 꿈 심어 줘야 성장”

스템코의 박규복 사장은 현재 15%인 세계 시장 점유율을 오는 2007년에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그는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꿈을 주는 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은 곧 ‘사람 장사’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뜯어보면 버튼을 누르는 부분과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사이에 얇은 필름이 연결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구동 집적회로(IC)용 패키징 필름이라고 불리는 이 부품은 LCD와 이를 제어하는 회로 부품을 전기적인 신호를 통해 연결해 준다. 휴대전화를 작동시키면 버튼에 불이 들어오고 LCD가 반응하는데, 이 부품이 LCD의 빨강겞而?파랑 등 세 가지 색상을 구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충청북도 오창과학산업단지의 외국인 투자 지역에 자리를 잡은 스템코는 이런 구동 IC용 패키징 필름 전문 제조기업이다. 스템코가 만드는 구동 IC용 패키징 필름은 LCD나 PDP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와 카메라폰 등 소형 디지털 기기에 요긴하게 쓰인다. 스템코는 이런 중요한 제품을 만들지만 부품기업이라 사람들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진 않다. 스템코의 역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일본의 세계적인 섬유 회사 도레이가 1995년 손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화학원자재를 생산하는 도레이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삼성의 회로기술을 원했다. 60년대 섬유사업을 시작할 때 신세를 졌던 삼성이 도레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스템코란 합작회사를 세웠다. 자본금 240억원으로 출발한 스템코의 지분은 삼성전기가 30%, 도레이가 70%를 갖고 있다. 원자재는 섬유회사인 도레이가 공급하고, 삼성이 그 위에 회로기술을 결합해 첨단 부품을 만들고 있다. 스템코는 97년 삼성전기의 대전사업장 안에 공장을 세운 후 국내 구동 IC용 패키징 필름 시장을 주도해 왔다. 스템코는 특히 구부리기 쉬운 회로형성 필름 제작기술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생산라인에 도입했다. 아울러 2000년대 들어서는 일본 기업의 기술 지원을 벗어나 독자 개발과 생산체제도 구축했다. 스템코의 주력인 구동 IC용 패키징 필름 시장의 성장 전망은 밝다. 세계적으로 연평균 14% 커질 전망이다. LCD·PDP TV와 휴대전화, 휴대형 전자기기 등이 인기를 끌면서 디스플레이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을 둘러싼 한국·일본·대만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연평균 38%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스템코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 국내 시장 점유율은 40% 선이다. 일본의 MCS·신도·카시오 등이 세계 시장의 강자다. 국내의 경우 LG마이크론과 삼성테크윈이 스템코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무결점 제품을 생산하는 비율을 뜻하는 공정수율에서 스템코는 98%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이 회사 박규복(55) 사장은 “2007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릴 욕심”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한 발판은 마련했다. 스템코는 세계적 첨단 부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05년 4월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 외국인 투자 지역에 1만5,750평을 분양받아 4,268평 규모의 새 공장을 지었다. 3기 라인인 오창공장에서는 월 1,600만 개의 필름이 생산된다. 이뿐만 아니다. 900억원을 들여 기존 조치원공장의 1, 2기 라인을 오창으로 옮기고 4기 라인을 새로 증설할 예정이다. 올해 말이면 이전과 증설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2008년에는 중국에도 진출해 사업 영역도 넓힐 계획”이라는 박 사장은 이런 하드웨어적인 확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바람몰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두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먼저 단기적으로 ‘비전 2220’을 내놓았다. 2008년에 매출 2,000억원, 순이익 200억원, 공정 20마이크로미터(㎛) 목표를 이루자는 내용이다. 박 사장은 이를 위해 기술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매출액의 6% 가량을 연구겙낱?R&D)에 투자하고 있는 스템코는 올해 말에 본관 건물이 완공되면 연구소도 세울 계획이다. 그는 특히 사업의 부침이나 급격한 가격 변동 등이 흔한 첨단 부품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고 덧붙인다. 예컨대 LCD 사업의 경우 가격 20%, 환율 10% 등 1년에 30% 정도의 가격 변동 요인이 생긴다고 한다. 박 사장은 “시장의 가격인하 요구는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며 이를 거부하지 말고 기술력으로 원가를 낮추는 게 살아남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진가는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지론에서다. 그는 이런 단기 비전에 덧붙여 장기 비전도 곧 내놓을 생각이다. 비전의 명칭은 정하지 않았지만 내용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기업’으로 잡았다.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안정돼야 일하는 직원도 먼 미래의 꿈을 갖고 일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다. “직원의 평균 나이가 30세입니다. 앞으로 30년은 더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죠. 본인이 일할 수 있고, 일하길 원한다면 적어도 60세까지는 회사에 남아 은퇴 후 30년을 대비할 수 있는 돈을 모으도록 해줘야죠. 우리나라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합니까.” 박 사장이 이렇게 먼 미래의 모습까지 그리며 장단기 비전을 제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기든 단기든 기업의 경영성과는 결국 직원의 마음에 있다는 믿음에서다. 삼성중공업·삼성전기 등의 생산현장에서 오래 일한 그는 기업은 곧 ‘사람 장사’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가 틈만 나면 공장 주변에 나무를 심고 잡초를 뽑는 등 조경사업에 열심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린 묘목을 심어 훗날 그 그늘 아래에서 후배들이 여유롭게 쉬길 바라는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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