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금호로 수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호로 수렴했다?
"(금호가) 맞지요?” “그렇지 않겠어요.” 6월 22일 오후 2시쯤. 서울 명동 은행회관 엘리베이터에서 공적자금위원회 모 위원과 눈이 맞았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는 ‘금호 대세론’을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그는 “분위기가 그렇게 흐르지 않았느냐. 매끄럽지 못한 매각 과정 때문에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공자위 본회의에는 민간위원 5명과 정부위원 3명 등 8명의 위원 가운데 5명만 참석했다. ‘재적위원 과반수여야 한다’는 위원회 회의 성립 규정을 간신히 채운 것이다. 6조6000억원대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사안은 5명의 손에서 결정됐다. 두 시간 남짓한 본회의는 ‘금호 승리’를 결론내렸다. 세간의 ‘특정 그룹 밀어주기’ 의혹을 의식해서일까. 이날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 자산관리공사(캠코) 김대진 이사는 ‘투명성’ ‘공정성’이라는 말을 무려 13번이나 반복했다. 그러나 공자위원 내부에서조차 이 말을 ‘투명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다. 일부에서는 금호 밀어주기 의혹과 입찰가 유출 등 이견으로 위원들이 불참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3개월 전부터 ‘금호로 내정’ 대우건설의 새 주인은 결정됐지만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은 전혀 가시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매각 중지 무효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 실사를 실력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고된다. 금호 측이 매각주간사인 캠코나 공자위, 정치권과 결탁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우건설 게이트’ 혹은 ‘금호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캠코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직후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창두 노조위원장은 “금호 선정은 정부·여당·캠코의 ‘시나리오에 의한 특정업체 밀어주기’ 결과”라며 “계속 지적돼온 특혜 의혹과 입찰가격 유출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 우선협상대상자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또 “캠코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호의 우선협상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호의 정밀 실사를 실력 저지하고 매각 무효 가처분 신청 대응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와 일부 입찰업체 측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통한 금호 밀어주기 ▶‘금호의 인수 가능성이 크다’는 삼성증권 기업보고서 ▶도덕성 평가·500억원 이상 M&A 경험 기업 우대 등으로 배점기준 변경 ▶총액출자제한제도 예외 인정으로 재벌에 유리한 분위기 조성 ▶사전 입찰가격 유출 등 매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림 참조> 사실 증권가 등에서는 3개월여 전부터 ‘금호 내정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캠코 측의 매각기준 변경이나 입찰가격 유출 등 일련의 과정들이 금호 내정설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당초 채권단이 보유주식 중 50%+1주만 매각한다고 알려졌으나 예비입찰안내서에 채권단이 보유한 72.1%의 주식을 모두 팔 수 있다고 명기해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월에는 정부·여당이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두산·금호·한화그룹 등 재벌그룹에 유리하게 판이 짜이는 것이다. 사실 금호는 출자총액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입질’도 힘들었을 상황이다. 당연히 유진·프라임·삼환기업 등 중견업체들의 불만이 나왔다. 곧이어 캠코는 이번 매각과 관련해 ‘감점제’(최고 10점)를 적용한다는 밝혔다. 당초 캠코는 ‘가격 부문 67%와 자금조달 방안, 경영능력 및 발전 가능성 등 비가격부문 33%를 평가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여기에 분식회계·주가조작·조세포탈 등에 연루된 기업은 최고 10점까지 감점할 수 있다며 새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오너의 비자금 조성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두산이 ‘타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이 발표 직후 두산 관계자는 “정신적인 충격에 빠졌다”며 “1점 감점이면 800억~1000억원 이상 더 써야 만회할 수 있다. 이때 힘이 거의 다 빠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두산은 ‘후보에서 멀어졌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얼마 뒤 한화는 입찰을 포기했다. 실제로 두산은 6조5000억원대의 인수액을 써냈지만 도덕성 감점제 때문에 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캠코가 지난달 23일 최종입찰 안내서에 ‘500억원 이상 M&A 경력과 건설업체 보유’를 경영능력 평가요소에 포함시켰다. 나중에 캠코는 “참고자료 중 하나일 뿐이다. 평가항목에 넣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어쨌든 M&A 이슈가 대기업에 유리(출총제 완화)⇒두산과 한화 제외(도덕성 감점제)⇒금호(계열 건설업체 보유) 등으로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금호가 유력 후보로 ‘남았다’는 의혹이다. 노조와 관련 입찰업체들은 이때부터 “금호에 유리하도록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대우건설 매각에 김재록씨와 산업은행 등이 깊이 관여한 흔적이 보인다”(최경환 의원)며 ‘의혹’을 제기됐다. 여기에 “금호에 유리하다”는 삼성증권 보고서가 나왔다. 삼성증권은 매각 주간사다. 노조 측에선 삼성증권 기업보고서가 금호를 유리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비난했다. 캠코 측은 “전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주의를 촉구했다”고 해명했다. 또 72.1% 일괄 매각과 관련해 “처음부터 일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는데 나중에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매각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같은 감점제를 도입한 것을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매각소위 박상용(연세대 교수) 위원장은 “인수전이 과열 양상으로 가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특히 노조와 특수관계인 우리사주조합이 M&A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압력을 행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조합은 프라임 컨소시엄과 손을 잡았다. 인수전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선정기준 변경, 본입찰 안내서 조항 변경, 입찰가 유출 등 매각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이의제기를 시사하기도 했다. 예비협상자로 선정된 프라임그룹 측은 “공개 입찰이었던 만큼 결과에 승복한다. 다만 부동산 개발부터 설계·시공 등 건설 관련 수직 계열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무산돼 아쉽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 건은 두산그룹 10년 구조조정의 마지막 단추와도 같았는데 결국 무산됐다”며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 입찰을 통해 결정된 것인 만큼 따르겠다”고 말했다. 유진 측은 “공정거래위원회 적발 건수만 176건에 달하는 금호가 도덕성 점수에서 감점이 없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깨끗하게 승복하기로 했다”며 아쉬워했다. 입찰업체들은 매각 과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승복하겠다’는 분위기. 그렇다고 ‘금호 밀어주기’에 대한 의혹들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대우건설 매각은 6월 중 양해각서 체결, 7월부터 실사를 통해 8월에 계약 협상 및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예정돼 있다. 의혹을 말끔히 걷어내는 것이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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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부터 ‘금호로 내정’ 대우건설의 새 주인은 결정됐지만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은 전혀 가시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매각 중지 무효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 실사를 실력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고된다. 금호 측이 매각주간사인 캠코나 공자위, 정치권과 결탁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우건설 게이트’ 혹은 ‘금호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캠코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직후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창두 노조위원장은 “금호 선정은 정부·여당·캠코의 ‘시나리오에 의한 특정업체 밀어주기’ 결과”라며 “계속 지적돼온 특혜 의혹과 입찰가격 유출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 우선협상대상자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또 “캠코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호의 우선협상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호의 정밀 실사를 실력 저지하고 매각 무효 가처분 신청 대응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와 일부 입찰업체 측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통한 금호 밀어주기 ▶‘금호의 인수 가능성이 크다’는 삼성증권 기업보고서 ▶도덕성 평가·500억원 이상 M&A 경험 기업 우대 등으로 배점기준 변경 ▶총액출자제한제도 예외 인정으로 재벌에 유리한 분위기 조성 ▶사전 입찰가격 유출 등 매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림 참조> 사실 증권가 등에서는 3개월여 전부터 ‘금호 내정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캠코 측의 매각기준 변경이나 입찰가격 유출 등 일련의 과정들이 금호 내정설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당초 채권단이 보유주식 중 50%+1주만 매각한다고 알려졌으나 예비입찰안내서에 채권단이 보유한 72.1%의 주식을 모두 팔 수 있다고 명기해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월에는 정부·여당이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두산·금호·한화그룹 등 재벌그룹에 유리하게 판이 짜이는 것이다. 사실 금호는 출자총액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입질’도 힘들었을 상황이다. 당연히 유진·프라임·삼환기업 등 중견업체들의 불만이 나왔다. 곧이어 캠코는 이번 매각과 관련해 ‘감점제’(최고 10점)를 적용한다는 밝혔다. 당초 캠코는 ‘가격 부문 67%와 자금조달 방안, 경영능력 및 발전 가능성 등 비가격부문 33%를 평가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여기에 분식회계·주가조작·조세포탈 등에 연루된 기업은 최고 10점까지 감점할 수 있다며 새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오너의 비자금 조성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두산이 ‘타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이 발표 직후 두산 관계자는 “정신적인 충격에 빠졌다”며 “1점 감점이면 800억~1000억원 이상 더 써야 만회할 수 있다. 이때 힘이 거의 다 빠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두산은 ‘후보에서 멀어졌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얼마 뒤 한화는 입찰을 포기했다. 실제로 두산은 6조5000억원대의 인수액을 써냈지만 도덕성 감점제 때문에 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캠코가 지난달 23일 최종입찰 안내서에 ‘500억원 이상 M&A 경력과 건설업체 보유’를 경영능력 평가요소에 포함시켰다. 나중에 캠코는 “참고자료 중 하나일 뿐이다. 평가항목에 넣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어쨌든 M&A 이슈가 대기업에 유리(출총제 완화)⇒두산과 한화 제외(도덕성 감점제)⇒금호(계열 건설업체 보유) 등으로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금호가 유력 후보로 ‘남았다’는 의혹이다. 노조와 관련 입찰업체들은 이때부터 “금호에 유리하도록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대우건설 매각에 김재록씨와 산업은행 등이 깊이 관여한 흔적이 보인다”(최경환 의원)며 ‘의혹’을 제기됐다. 여기에 “금호에 유리하다”는 삼성증권 보고서가 나왔다. 삼성증권은 매각 주간사다. 노조 측에선 삼성증권 기업보고서가 금호를 유리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비난했다. 캠코 측은 “전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주의를 촉구했다”고 해명했다. 또 72.1% 일괄 매각과 관련해 “처음부터 일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는데 나중에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매각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같은 감점제를 도입한 것을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매각소위 박상용(연세대 교수) 위원장은 “인수전이 과열 양상으로 가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특히 노조와 특수관계인 우리사주조합이 M&A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압력을 행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조합은 프라임 컨소시엄과 손을 잡았다. 인수전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선정기준 변경, 본입찰 안내서 조항 변경, 입찰가 유출 등 매각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이의제기를 시사하기도 했다. 예비협상자로 선정된 프라임그룹 측은 “공개 입찰이었던 만큼 결과에 승복한다. 다만 부동산 개발부터 설계·시공 등 건설 관련 수직 계열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무산돼 아쉽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 건은 두산그룹 10년 구조조정의 마지막 단추와도 같았는데 결국 무산됐다”며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 입찰을 통해 결정된 것인 만큼 따르겠다”고 말했다. 유진 측은 “공정거래위원회 적발 건수만 176건에 달하는 금호가 도덕성 점수에서 감점이 없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깨끗하게 승복하기로 했다”며 아쉬워했다. 입찰업체들은 매각 과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승복하겠다’는 분위기. 그렇다고 ‘금호 밀어주기’에 대한 의혹들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대우건설 매각은 6월 중 양해각서 체결, 7월부터 실사를 통해 8월에 계약 협상 및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예정돼 있다. 의혹을 말끔히 걷어내는 것이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듯하다.
과연 ‘금호 밀어주기’ 있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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