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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이번 귀성길도 역시 고달프겠지

[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이번 귀성길도 역시 고달프겠지

한가위가 멀지 않았다. 명절마다 귀성 전쟁을 치른 이들은 이맘때면 고민에 빠진다. 고향으로 향하자니 지독한 교통체증에 몸이 고생이고, 고향에 가지 않자니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고생이다. ‘귀성·귀경길=고생길’의 이유는 우리네 사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총인구(4727만9000명) 중 거의 절반(2276만7000명)이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에 몰려 살기 때문이다. 수도권이 전체 국토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8%인데 상주인구는 48.2%나 된다. 더구나 국토 면적의 2%에 불과한 수도권 내 과밀억제권역(주요 중심 기능 지역)에 인구의 39.1%가 집중돼 있다. 그러니 아무리 지방으로 통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해도 명절·휴가철이면 저속도로 내지 정체도로가 되고 만다. 전국적으로 인구가 2000년에 비해 5년 사이 114만3000명 늘었는데 수도권 인구는 이보다도 많은 141만2000명 증가했다. <표> 에서 보듯 전남·전북·경북·강원도 등 지방은 물론 부산·대구 등 대도시에서도 수도권으로 옮아갔다는 방증이다. 수도권 안에서도 서울 인구는 줄어드는데 그 대부분을 경기도가 흡수한다. 분당·일산·평촌·산본 등 신도시와 새로 개발되는 용인·파주 등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다른 시·도와 서울 인구를 빨아들인다. 이처럼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니 수도권, 특히 서울은 집이 부족하다. 전국 주택보급률이 지난해 105.9%를 기록했지만 서울은 여전히 90%에 못 미치는 89.7%, 수도권 전체로는 96.8%로 지방 평균(114.2%)보다 17.4%포인트나 낮다. 그런가 하면 보통 사람이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적정 주택보급률 120%’를 넘어선 전남(135.4%)·충남(129.1%)·강원(126.8%)·경북(126.0%)·전북(125.5%) 등 5개 지역 중 충남을 제외한 네 곳에선 인구가 줄고 있다. 젊은이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 직장을 잡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려드니 서울을 중심으로 젊은 거리가 형성됐지만 시골은 50대가 젊은이로 불릴 정도로 늙었다. 전국 234개 시·군·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가 전북 임실군(노인인구 비중 33.8%) 등 63곳인데 대부분 농촌 지역이다. 인구밀도를 보면 더욱 답답해진다. 일찍이 초등학교에서 배웠듯 우리나라 인구밀도(474명/㎢)는 방글라데시·대만에 이어 세계 3위. 5년 전보다 10명 높아졌다. 전국 평균도 높지만 시·도별 격차는 훨씬 심각하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무려 1만6221명/㎢으로 전국 평균의 34배, 가장 낮은 강원도(88명/㎢)의 184배다. 특히 인구밀도가 으뜸인 곳은 목동 아파트 단지를 낀 서울 양천구(2만7256명/㎢)로 가장 낮은 강원도 인제군(19명/㎢)의 1435배나 된다. 인구밀도와 정반대인 인구접근도란 개념이 있다. ㎢당 인구를 같은 간격으로 배치할 경우 개인 간 거리를 말하는데 지난해 45.9m로 5년 사이 0.5m 가까워졌다. 인구접근도는 당연히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강원도(106.5m)가 왕이다. 강원도 인구 146만5000명이 100m 릴레이를 하는 간격으로 서 있는 셈이다. 그런데 서울은 7.9m마다 한 사람씩이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추석 연휴 고속도로의 자동차 접근도나 별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대로 놓아두면 2020년 수도권 인구는 2631만3000명으로 전체의 52.3%가 서울·인천·경기도에 몰리게 된다. 국토 균형개발을 표방하는 정부가 이를 2375만2000명(전체의 47.5%)으로 묶는 수도권 인구상한제를 시행한다는데 잘 될까? 추석 차례상을 물리기가 무섭게 귀경길을 재촉하면서 한 번쯤 이런 망상을 해볼 게다. ‘고향을 찾은 지금 상태에서 다들 살도록 하면 어떨까?’라고. 수도권이 가까울수록 막히는 도로 사정과 삶의 질이 결코 비례하진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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