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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계 올해 ‘빅뱅’일어난다

세계 금융계 올해 ‘빅뱅’일어난다

10년 전 금융계 ‘빅뱅’이 런던을 강타했다. 당시 일련의 규제 철폐 조치가 나오면서 런던 금융시장의 오랜 침체가 역전됐다. 런던은 세계 최대의,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금융 중심지 중 한 곳이 됐다. 나중에 2007년을 되돌아 본다면 올해는 세계적인 금융 빅뱅의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합병·바이아웃(기업인수 후 매각)·기업공개(IPO) 등으로 금융거래가 전례 없이 활발하게 이어진 한 해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거래 폭증이 그 주요 원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지, 아니면 금융계의 붕괴로 끝날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세계적 빅뱅의 첫 불꽃은 이미 보인다. 세계 최대 규모의 IPO는 중국에서 나온다. 일례로 최근 중국공상은행이 홍콩 증시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에서 3500억 달러의 자금이 몰려들었다(추후 더 많은 거래가 예상된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사의 재무 책임자 데이비드 바이너는 자사의 향후 투자 규모가 인터넷 붐 절정기 이후 최대라고 밝혔다. 칼라일 그룹의 설립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최근 1000억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가 2년 안에 등장한다고 예측했다. 1000억 달러면 기존 최대 사모펀드의 거의 3배 규모다.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스터스사의 CEO 블레이크 그로스먼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매력적인 투자가 곧 주류로 부상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수조 달러의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는 뜻이다. 2006년 여름 이후 미국의 뮤추얼펀드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보다 외국 주식에 두 배나 많은 돈을 투자했다.이런 추세는 미국인들이 보유 자금의 다변화를 더 많이 바라기 때문에 더욱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게다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미국의 외채가 급증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미국 자산 인수 바람도 전례 없이 뜨겁게 불 듯하다. 세계는 이런 빅뱅의 순간을 향해 달려왔다. 세계 경제는 70년대 초 이래 가장 가파른 성장률을 유지했고, 인플레와 금리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낮다. 또 국가 간 투자는 급증했고, 무역 장벽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번창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2001∼2004년 일일 외환거래액은 57% 증가한 1조9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파생금융상품의 일일 거래액은 74% 늘어난 2조400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전 세계의 인수합병 규모는 2000년 이래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2006년 미국 뮤추얼펀드의 전체 규모는 지난 4년에 비해 66% 늘어난 10조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의 규제 당국과 중앙은행, 그리고 금융시장은 이 같은 팽창을 폭발 단계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인들은 엔론과 월드컴의 파산 사태 이후 생겨난 까다로운 규제에 지쳤다. 따라서 행크 폴슨 미 재무장관은 규제가 미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해치고 거래를 방해한다며 이를 없애려는 대대적인 정치 운동에 나섰다. 유럽 규제 당국의 이동 방향은 다르지만 그 결과는 유사하다. 유럽연합(EU)을 금융서비스 중심지가 되도록 하는 데 필요한 보다 강력하고 개방된 단일시장으로 만드는 규칙을 수립 중이다. 유럽권에서 공통으로 통용될 IPO 지침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좋은 예다. 한국에서도 파생금융상품의 거래를 촉진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 중이다. 올해는 주식시장 통합도 확산될 듯하다. 따라서 주식·채권·파생상품의 세계적 거래도 자연히 확대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와 선물거래소는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로 거듭나려 힘을 합치는 중이다. 이 같은 통합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도 일어난다. 뉴욕 증권거래소와 유로넥스트는 곧 한 회사가 되고, 런던 증권거래소는 나스닥에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 도쿄 증권거래소와 서울 증권거래소도 업무상 제휴를 고려 중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적어도 6년간은 자금이 풍부하리라 예측된다. 유럽 중앙은행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금리를 대폭 올리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몇 달 전 누계 1조 달러를 돌파한 중국의 재정흑자는 올해엔 1000억 달러가 늘어난 2000억 달러를 기록할 듯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는 유가가 2006년 중반 최고치에서 떨어졌음에도 엄청난 경상흑자를 계속 유지하리라 전망된다. 올해엔 국제 교역의 지정학적 길목과 새로운 금융 수도에서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이 늘어나고 성장세도 더욱 가팔라질 듯하다. 철강과 채굴 부문의 합병 증가, 중남미와 아시아의 교역 확대, 중동과 페르시아만 지역에서의 금융서비스 성장은 향후 더 대규모로 일어날 변화를 예고하는 지표다. 문제는 세계적 금융산업이 규모가 너무 커졌을 뿐 아니라 대출과 위험(리스크)이 지나치게 뒤얽혀 있다는 점이다. 그런 대출과 리스크는 매우 기술적인 문제인 동시에 투명성도 워낙 낮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파티는 어떤 시점에서 중단돼야 한다. 파티가 오래 지속될수록 후유증도 그만큼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한 해 동안만은 호황이 계속된다고 예측한다 해도 무방하다. (필자는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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