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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개발 사업 의문 투성이

유전개발 사업 의문 투성이

그저 그런 ‘M&A 꾼’이었으면 관심도 덜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규선씨다. 그가 누군가? 2002년 ‘최규선 게이트’로 나라를 발칵 뒤집었던 인물 아닌가? 그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최규선’은 다시 살아났다. 증권 시장에서다. 2년 실형을 꽉 채우고 지난해 2월 출소한 지 1년도 안 돼 그는 다시 뉴스 메이커가 됐다. 그의 부인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유아이이앤씨)가 인수한 코스닥 기업 ‘유아이에너지’라는 회사 때문이다. 이 회사 이름은 두 달 전까지 ‘서원 아이앤비’였다. 지난 5년 동안 최대주주만 15번, 대표이사가 13번 바뀐 회사다. 지난해 4월에는 자본 전액 잠식설로 거래정지 상태에서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아 퇴출이 확정됐다. 하지만 상장 폐지 하루 전날 이례적으로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아내 퇴출을 모면했다(적정의견을 낸 대명 회계법인은 의견변경 이유를 묻는 본지 취재를 거부했다). 또 연매출 30억원이 안 되면 퇴출되는 코스닥 시장 요건을 억지로 넘겨 지난해 매출 31억4000만원을 공시한 회사다. 그해 당기순손실은 63억여원. 4년 내리 적자를 지속했다. 2003년 이후로는 유상증자만 아홉 번 했고, 그 사이 무상감자도 있었다. 주가는 2001년 7000원대에서 2004년 85원까지 폭락한 후 2005년 초 5000원대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초 500원대로 급락했다. 그런 회사가 요즘 관심주 중의 관심주로 떠올랐다. 최규선씨가 대표이사를 맡은 전후부터다. 지난해 초까지 5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지난해 12월 말 장중 8000원대를 넘더니 최근 6000~7000원을 오가고 있다. 최씨는 회사 인수 후 상호를 유아이에너지로 바꾸고(2006년 12월 27일) ‘자원 개발 전문회사’를 표방했다. 이후 관련 공시가 잇따라 나왔고, 12월 중순 미국 정치계 거물 출신들을 고문으로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목이 쏠렸다. 물론 그 전부터 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도대체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최규선씨와 유아이에너지에 쏠린 의문을 풀어봤다.

의문 하나 거물들 잇따라 영입 최씨는 유아이에너지 대표이사 취임 직후 잇따라 네 명의 미국 정치계 거물 출신들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프랭크 칼루치(78)다. 칼루치는 미국 국방장관과 CIA 부국장,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현재 칼라일그룹 명예회장이다. 칼라일그룹은 운용 자산만 160억 달러가 넘는 투자회사다. 전 한미은행 대주주이기도 하다.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도 수석고문으로 영입했다. 버클리대학 학장을 지낸 스칼라피노 교수는 전에 대우그룹과 포스코그룹 고문을 지내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스테판 솔라즈 전 미 하원의원도 수석고문으로 선임됐다. 8선 의원 출신인 솔라즈 의원은 현재 미국의 천연자원개발 회사인 글로벌 산타페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니컬러스 벨리오츠 전 미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이집트대사 역임)도 유아이에너지의 고문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어떻게 이런 거물들이 유아이에너지의 고문 자리(비상근)에 앉게 됐을까? 스칼라피노 교수가 최규선 대표와 사제지간이라는 것은 2002년 ‘최규선 게이트’ 때 익히 알려졌다. 최 대표는 버클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솔라즈 의원도 이미 친분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프랭크 칼루치는 왜일까? 이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소로스 회장과 알 왈리드 왕자가 연결시켜 준 것”이라고 했다. 2002년 최규선 게이트가 터졌을 때 조지 소로스 회장과 알왈리드 사우디 왕자가 최씨와 친분이 깊다는 얘기가 회자됐었다. 유아이에너지 관계자는 “최규선 대표가 출소 후 미국과 중동을 계속 오갔고, 지난 1월에도 소로스 회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최 대표가 큰집(교도소)에서부터 자원개발 사업을 구상했고, 출소 후 계속 기반을 마련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문으로 영입한 인물 중 칼루치 칼라일그룹 명예회장과, 니컬러스 벨리오츠 전 중동담당 차관은 ‘버지니아 글로벌 에너지 컨설턴트’라는 회사의 이사라고 유아이에너지는 밝혔다. 지난 1월 31일에는 ‘버지니아 글로벌 에너지 컨설턴트사와 이라크 유전개발 독점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의문 둘 버지니아 글로벌 에너지의 실체 유아이에너지는 “버지니아 글로벌 에너지 컨설턴트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이라크 유전개발 독점권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사의 실체가 불분명하다. 유아이 측은 버지니아 글로벌사가 1975년부터 미국·영국·포르투갈 등의 굴지 정유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원유 및 천연가스 탐사·개발·생산 용역 서비스를 해왔다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 한국석유공사 해외정보팀 관계자는 “버지니아 글로벌이라는 회사를 예전에 들어본 적도 없고, 관련 기사가 난 후 나름대로 찾아봤는데 리스트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유전 컨설팅 회사까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유명한 곳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SK의 자원개발팀 미국담당 관계자 역시 “전혀 들어보지 못한 회사”라고 전했다. 유아이에너지 측은 버지니아 글로벌의 실체를 확인해주는 것을 거부했다. 버지니아 글로벌(미국명 : Virginia global energy consultant)은 구글, 야후닷컴 등 해외 포털은 물론 CNN, USA 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도 검색되지 않았다. 유아이 측은 버지니아 글로벌의 그동안의 실적이나 이력 또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본사 전화번호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버지니아 글로벌과의 계약조항 때문에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사 간의 계약 내용이 아니라 단순히 계약 당사자의 이력이나 실적, 연락처조차 밝힐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의문 셋 왜 유전개발 사업인가 설령 버지지아 글로벌이 알게 모르게 영향력 있는 유전개발 컨설팅사라 해도 자원개발과 관련해 실적·인력·기술·자금도 없는 유아이에너지를 컨소시엄에 참여시켰다는 것 자체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도 한국 내 독점권을 주면서다. 이에 대해 유아이 측은 “기술과 자금이 없지만 컨소시엄에 유아이에너지가 참여한 것은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쉽게 말해 버지니아 글로벌이 최규선 대표의 중동 내 인맥과 정치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패러다임이 바뀌어 인력·기술·자금이 없어도 유전개발 참여는 가능하다”고까지 했다. 유아이에너지가 버지니아 글로벌 컨소시엄 내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가도 의문이다. 회사 측은 “이라크 지역에서 유전개발에 성공하면 일정 몫을 유아이에너지가 가져오게 된다”고 했지만, 뜬구름 같은 얘기다. 회사 측은 “3월께 발표되는 이라크 석유법이 발효되면 미국 주도의 컨소시엄에서 유아이에너지가 세계적인 유수의 석유회사들과 참여, 대규모 자금 유치와 함께 원유개발 사업권의 획득에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여기서 얘기하는 이라크 석유법이란 이라크 석유의 법적 소유권은 국가가 갖지만 석유개발에 참여하는 외국 회사가 수익을 나눠갖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이라크에서는 72년 석유 국유화 이후 처음으로 외국 석유기업이 유전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 법에 대한 논란이 많아 언제 발효될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발효된다 해도 서방의 유력 석유기업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프랭크 칼루치, 솔라즈, 스칼라피노



의문 넷 심상치 않은 주가 움직임 비록 고문 자리지만 미국 정치계 거물 출신 영입과 이라크 유전개발 독점권 체결 등의 공시로 유아이에너지는 주목을 받았다. 일부 언론은 무책임하게 유아이에너지를 ‘에너지 테마주’로 분류해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두 달 동안 이 회사가 발표한 공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까지 주가가 급등할 이유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유아이에너지 측이 지난해 12월 18일 공시한 현대중공업과의 ‘협력각서 체결 건’이 좋은 예다. 이날 유아이에너지는 ‘(이라크 내)쿠르디스탄 자치정부가 발주 예정인 이동식 발전설비 또는 필요할 때 디젤엔진 발전기로 공급될 발전설비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각서를 현대중공업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참으로 보기 힘든 공시다. 만약 발주가 돼 유아이가 수주를 따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발전설비를 공급 받을 수 있다는 ‘희망 공시’였기 때문이다. 유아이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현대중공업은 아예 공시도 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시할 이유가 없는 계약이고 유아이가 쿠르디 정부로부터 수주를 따내면 현대중공업이 발전설비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유아이에너지의 모회사(유아이이앤씨)가 이 지역에 병원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최규선씨 측이 우리는 발전설비까지 공급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통 이런 MOU 건은 공시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라크 쿠르디스탄 원유 및 가스 탐사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이라는 공시도 나왔다. 회사 측은 “아랍에미리트 국왕 셰이크 칼리파의 아들인 셰이크 술탄이 최대주주로 있는 파이어니어사와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했다. 설립 회사의 자본, 향후 사업계획 등은 명시되지 않았다. 결국 유아이에너지 측은 실적이 담보되지 않는 ‘MOU’ 건으로 주가만 띄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이 기존 서원아이앤비 소액주주들과, 급등주에 편승된 개미들은 온라인 증권 게시판에서 ‘파나, 버티나’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유아이에너지가 유전개발 독점권을 따냈다고 했지만, 당장 수익이 실현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올 한 해 이 회사는 무엇으로 매출을 낼 수 있을까? 방법은 기존 재고 제품을 팔거나, 다른 회사 제품을 공급받아 납품하는 브로커 영업이 있다. 현대중공업 계약 건을 상기하면 이해가 쉽다. 이런 방법으로 이 회사는 코스닥 퇴출 하한선인 3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팔 수 있는 제품이 있는 회사의 영업권을 양수해 오는 방법도 있다. 그만큼 현재는 ‘최규선’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회사라는 것이다.

의문 다섯 최규선이 그리는 ‘그림’은 뭘까? 더욱이 유아이에너지의 전 명칭인 서원아이앤비는 명동 사채자금이 개입된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주가 움직임 역시 이해가 어렵다. 지난해 10월까지 1000원대였던 이 회사 주가는 11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최대주주 변경과 대표이사 교체 공시가 나던 12월 13일까지 폭발적으로 올라 이전 보름 동안 상한가만 무려 9차례 기록했다. 유아이에너지 관련 증시 게시판에는 “작전 세력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필이면 최규선씨는 이런 회사를 택했을까? 회사 관계자는 “기존 대주주였던 오상민씨와 최규선 대표가 직접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주변 인사들을 통해 연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최 대표가 현금 보유액(50억~60억원)이 있고, 여러 차례 M&A를 통해 정지작업이 돼 있는 서원아이앤비를 선택하는 것은 그리 나쁜 결정이 아니라고 본다”고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최 대표가 주식 몇십억 챙기려 사업을 벌이고, 미국의 거물들이 자기 이름에 먹칠할 수 있는 결정을 했겠느냐”며 “최 대표는 분명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시간이 모든 의문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했다. 최규선 대표와의 인터뷰 요청에 회사 측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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