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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레코드 망해도 스타벅스 돈 번다

타워레코드 망해도 스타벅스 돈 번다

음반산업은 다양한 사업을 잉태해 왔다. 음반제작사, 공연기획·운영자에서부터 MP3 제조사와 티셔츠 부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음악이라는 콘텐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들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주가 되었던 CD 판매가 영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음반제작사들은 스스로 말하길 “흥행도 영 안 되고 돈도 못 벌고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머니 좌담회에서는 업계의 힘든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터넷 ‘덕분에’ 많은 음악 애호가가 저작권 위반을 감수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다운로드한다. 아티스트들도 이젠 굳이 음반제작사를 찾아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MySpace. com과 같은 온라인 판로가 아티스트들이 음반제작사의 브랜드를 이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반제작사가 호황을 누릴 구실이 없다. 진정 이 업계가 획기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재검토하거나 불법 다운로드를 막지 못한다면 더 심각한 상황이 닥칠 것이다. 일단 빌보드 간담회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음반 프로듀서, 유능한 에이전트, 작사·작곡가와 돈줄을 찾는 사업가 등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음반제작사의 주요 고객인 여성과 비백인계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간담회의 주체는 중년의 백인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과연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자리였는지는 의문스럽다. 올해 참석한 토론자들은 희열에 가득 찬 입장부터 걱정스럽고 좌절된 듯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참석자 중 몇몇은 음악시장의 미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뜨거울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음반시장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반제작사가 아닌 스타벅스사의 경우는 미래가 있을 법하다. 스타벅스 엔터테인먼트(Starbucks Entertainment)의 사장 켄 롬바드는 “지난해에만 360만 개의 CD를 판매했는데 몇 년 전 만해도 거의 못 팔았던 것에 비하면 호조”라고 한다. 이 판매는 스타벅스사 이익에는 그리 큰 기여를 한 건 아니지만 파산한 타워레코드사의 대형 판매점들의 목표 판매치보다는 높다.

CD는 카페라테와 함께 팔아라 일렉트로닉 아트(Electronic Arts)사에서 음반산업의 마케팅 담당 중역인 스티브 슈너는 롬바드에게 동의를 표했다. “비디오 게임기에 팝 음악을 다운로드한다고 하면 게이머들은 음악을 다운받으려고 따로 돈을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음악과 비디오 모두 전자기기와 관련되기 때문에 음악을 스타벅스의 라테와 함께 파는 것보다는 비디오 게임과 묶어 판매하는 것이 그럴싸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할 수 있을까. 오히려 실패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보통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다운로드’한다. 슈너의 말은 이렇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밖에 나가 CD를 구입하기보다 다운로드받는 편이 수월하기 때문에 비디오 게임에 CD를 끼워팔면 더 편하게 느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빌보드 간담회에서 벤처 자본가들은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음반제작사도 대체로 낙관적이었다. 힘들긴 해도 마케팅 전략만 잘 쓰면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윈드스웹트 홀딩스(Windswept Holdings)의 사장인 에번 메도는 최근 1만7750개 음원을 구입했다. “이 중 수익의 85%가 75개의 노래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콘텐트를 어떻게 마케팅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것이다. 유니버설 뮤직(Universal Music Publishing Group)사 사장인 데이비드 렌저는 노래 가사를 옷에 넣게 라이선스화한다든지, 프린스와 같은 스타를 내세운 향수 라인을 만드는 식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음반시장이 불황인 만큼 음반제작사의 고민은 늘어나고 시장이 달라진 만큼 고민도 달라졌다. 한때는 음반 발행사들이 라디오 DJ가 조니 캐시와 같은 가수의 “Ring of Fire” 노래를 틀면 이때마다 가수가 돈을 제대로 받나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업계는 아시아계 휴대전화 벨소리 회사들이 예를 든다면 제임스 본드 주제가를 이용하고 제대로 로열티를 지불하는지 감시해야 한다. 지적재산권이란 개념이 모호한 사회에서는 외국 음반사와 경쟁하는 것도 모자라 감시까지 해야한다. 버그 뮤직(Bug Music) 사장인 존 루돌프는 “인도·러시아·중국과 한국 같은 시장에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는 메이저 음반회사들이 음반제작사에 일절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더 이상하다. 휴대전화 벨소리는 돈 주고 사지만 CD는 사지 않는다.

휴대전화 벨소리는 사도 CD 안 사 MySpace. com과 같은 사회적 교류 웹사이트는 지적재산권의 법적 모호성 문제를 야기했다. 렌저는 “예를 들어 샤워하면서 일반 대중의 범주에 있지 않은 노래를 부르는 어느 뚱뚱한 남자를 주연으로 한 비디오에 대해 음반제작사는 어떻게 저작권 위반을 주장하는가? 가격은 얼마이며 누가 누구에게 지불하는가”라고 묻는다. 최근에 많은 뮤지션은 순회 공연을 하거나 상품을 팔아서만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레코드에 담긴 음악은 이제 노래를 듣기 위해서가 아닌 공연 티켓을 팔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다. 이 간담회에 참석했던 대부분의 공연기획자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 티켓 판매는 14%나 올라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의 전설적인 기획자인 존 셰어는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공연 사업은 엉망이다. 소문에 들리는 수치는 대형 스타 공연과 엄청난 티켓 가격으로 인한 거다. 지난 10년을 보면 전보다 적은 수의 사람이 공연을 보러 간다. 그리고 공연장 맥주 가격은 어찌나 비싼지 팬들은 분개하기 일쑤다. 우리 사업은 파산 직전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업계는 롤링 스톤스나 엘튼 존, 빌리 조엘과 같은 대형 스타들이 사라지고 이 자리를 대신할 젊은 스타들을 발굴해 놓을 준비를 미처 못했다. 셰어는 “예전처럼 대형 스타가 나와 팬들을 다시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마케팅 전략, 공연 수익 등 여러 고민이 있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하면 젊은 층이 돈 내고 노래를 사게 하는가’다. 무료 다운로드를 저지하려는 소송들은 미봉책일 뿐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다. 소송이 많아지면 변호사들만 돈 벌기 좋아지는 것뿐이다.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기술이 발전한다면 노래를 공짜로 다운받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적어도 아주 어렵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그 단계까진 못 미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식이지만 윤리에 호소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리얼네트워크(RealNetWork)사 회장인 롭 글레이저는 “음반 구매자와 아티스트 사이의 암묵적 계약은 음악을 무료로 다운로드 못하게 방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정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스스로 책임지려는 문화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돈 내지 않고 음악을 내려받는 것은 훔치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들이 계속되면 변호사들이 필요하게 될 뿐이다.

음반산업은 제조업 아니다 음반업계의 문제점은 상황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호전되기도 전에 힘든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는 회사가 늘어나든지 변화하기도 전에 아예 끝이 날까 두렵다. 비엠지 뮤직(BMG Music)의 사장 니컬러스 퍼스는 “한 가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10년 내 음반제작사는 음반기획자처럼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음반산업은 제조업이 아니다”는 것이다. 아니면 도어스(Doors)의 멤버인 짐 모리슨의 노래처럼 ‘음악이 끝나면(When the music is over)’ 불을 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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