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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U 이름으로 못 팔 물건 없다”

“맨U 이름으로 못 팔 물건 없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어떻게 최고의 스포츠 클럽이 될 수 있었을까?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보다 매출액도 떨어지고, 프리미어 리그 성적으로는 첼시에 2년 연속 밀렸다. 그럼에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맨U의 자산가치를 14억5300만 달러로 평가했다. ‘세계 프로 축구구단 중 최고’다. 이는 지난해보다 6%나 상승한 수치이며 2위를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10억3600만 달러)보다 4억 달러가량 많다. 지난 4월27일 금호타이어컵 코리안 투어를 공식발표하기 위해 맨U CEO 데이비드 길이 서울에 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친선경기는 올 7월 20일 저녁 8시에 열린다. 기자회견 후 길 사장에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최고의 브랜드를 만드는 비결”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역사, 공격축구 스타일, 폭넓은 팬이라는 3박자가 갖춰져 오늘날의 맨U가 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맨U는 세계적으로 6000만명이 넘는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특히 아시아에는 유럽 다음으로 팬이 많다”며 이번 아시아 투어의 배경을 설명했다.
호날두처럼 화려하게 마케팅하라 “아시아 팬이나 유럽 팬이나 축구를 사랑하고 맨U가 이기길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매출액에서 비중이 다를 뿐입니다.” 맨U 수입의 30%에 해당하는 캐릭터 상품 판매의 반은 해외에서 이루어진다. 길 사장은 “간접적으로 우리의 스폰서인 나이키, AIG와도 연관 있다. 이들은 아시아 고객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 상품 중 6만원짜리 티셔츠만 8만5000장이 팔린다. 현재 전체 축구 용품의 의류시장 규모는 700억원 정도이며, 이 가운데 해외 축구클럽 관련 제품들의 레플리카 시장은 160억원 규모다. ‘레플리카’란 유니폼을 비롯해 클럽 이름이나 로고 등의 디자인이 차용된 트레이닝복이나 티셔츠, 재킷류까지를 포함한다.
나이키의 백은경 과장은 “맨U, 유벤투스, FC 바르셀로나, 인터 밀란, 아스널 등 나이키가 후원하는 5개의 클럽 제품들은 축구팬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 나이키의 레플리카 제품은 매년 25% 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맨U 관련 제품이 가장 인기 있다”고 말했다. 지난가을에는 맨U의 홈 유니폼 2000여 장이 출시된 지 닷새 만에 품절됐다. 나이키가 2002년 13년 간 총 3억3000만 파운드의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결과다. 나이키 기록을 깬 것은 세계적 보험사 AIG. 맨U는 1년 간 선수들이 AIG 로고가 적힌 티셔츠를 입는 것만으로 248억원을 받았다. 당시 길 사장은 “맨U의 셔츠는 세계 스포츠의 아이콘이다. 기업엔 잡기 힘든 기회다. 우리는 최적의 기업을 찾기 위해 애썼다. 맨U를 간절히 원하며 맨U처럼 야망이 있고 맨U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았다”고 말했다. 한 저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이 계약으로 맨U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클럽으로 거듭났다”고 평하기도 했다. 티셔츠와 보험만이 아니다. 2006년 2월 출시한 ‘신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카드’는 1년이 조금 더 지난 2007년 4월 중순 현재 70만 명이 넘는 회원(체크카드 포함)을 확보해 신한카드뿐만 아니라 2006년 전체 카드업계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신한카드의 이재영 과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이 큰 몫을 했다. 2006년에 독일 월드컵이 계획되어 있고, 맨U에 박지성 선수가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제휴카드 발급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맨U의 로고가 새겨진 신용카드는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에서 사랑받고 있다. 맨U가 브랜드 활용을 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길 사장은 “맨U에는 축구선수만 있는 게 아니다. 사치 & 사치 출신의 최고 홍보전문가도 있다. 올 6월이면 세계 공연예술의 혁명이라 불리는 퀴담에서도 인재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처럼 기본기 갖춰라 길 사장은 “그래도 우리에겐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선수 영입시 상업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경기 못하는 선수를 상업적 가치만 있다고 데려오겠는가. 만약 박지성을 벤치에만 묵혀둔다면 박지성에게는 물론 맨U에도 손해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를 잘해야 스폰서 업체로부터 지원도 받는 것이다.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나이키의 마케팅 담당 이안 토드 부사장으로부터 “내년에도 우승컵을 따내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경고를 받았다. 토드 부사장은 “리버풀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고, 첼시는 정규리그를 50년 만에 제패했고, 아스널은 FA컵을 따냈다. 맨U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고작 네 번째로 강한 팀이 된다면 맨U도 별 볼일 없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길 사장은 스스로 CEO로서 기본기를 갖추려고 노력해 왔다.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한다. 버밍엄 대학을 나온 후 자격증을 따려고 계속 노력했고 커리어 관리에 신경 써 왔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고 대답했다.


글로벌 기업들 맨U 활용 “첼시에 빼앗긴 프리미어 리그 우승컵을 뺏고 싶다. 오늘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맨U도 최고지만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는 첼시, 아스널 같은 명문구단이 즐비하다. 특히 첼시는 삼성이 스폰서를 하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2005년 2004~2005 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 첼시와 5년간 5000만 파운드(954억원)에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1000억원을 들인 결과 첼시 선수들은 5년간 ‘삼성 모바일’(SAMSUNG MOBILE)이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첼시의 경기는 53개국 100여 개 채널로 중계된다. 게다가 첼시는 명문클럽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삼성 이미지를 높여줄 것이다. ‘The Blues’라는 애칭의 ‘첼시’와 삼성전자의 ‘Premium & Cool’ 브랜드 이미지는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 결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제일기획 영국법인이 시장조사기관 코넥서스를 통해 영국인 1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가 첼시 후원을 시작했을 당시 첼시 팬들의 삼성 휴대전화 선호도는 2점(100점 만점)에 불과했지만 지난 5월에는 39점으로 상승했다. 첼시 팬들은 영국에서만 3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첼시 팬들 중 83%는 삼성전자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했으며, 일반 축구팬의 62%도 삼성전자를 고가의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있다. 2004년 13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삼성전자 영국법인은 지난해 17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26% 성장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맨U를 활용하는 것과 글로벌 기업 삼성이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첼시를 활용하는 것이 다를 것은 없다. 그러나 국내 최고 기업 삼성조차 ‘애니콜’ 브랜드를 유럽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무려 10년이나 걸린 것을 생각한다면 첼시 효과는 대단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이제 새로운 로마는 맨U와 같은 스포츠 클럽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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