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가 의사보다 대우 좋다”
“기술자가 의사보다 대우 좋다”
![]() |
▶김 지사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와 우호협력을 체결했다. |
|
“한국 현실과 너무 달라 창피” 그러나 마음 한쪽은 무거웠다. 인도는 이미 세계시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국·인도·싱가포르·홍콩 등 각국이 분초를 다투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가장 경쟁력이 높다는 수도권을 꽁꽁 묶을 궁리에 아까운 시간 다 보낸다. 내일의 대한민국 국력을 결정지을 공장도, 학교도, 문화시설도 세우지 못하게 한다. 규제에 묶여 ‘죽은 땅’으로 방치돼 있는 땅이 수도권에만 수천만 평에 이른다. 그러면서 말로만 경제 선진국, 교육 선진국, 문화 선진국을 외친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자칭 IT 강국, 한국에는 왜 ‘인포시스’ 같은 기업이 없는 것일까. 이공계 출신과 기술자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구호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인도의 기술자들이 대학교수, 의사, 변호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은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인도에서 대학 졸업 후 받는 IT 기술자들의 초임이 월 1000달러다. 우리 돈으로 100만원쯤 되니 그렇게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도 대학교수의 월급이 400달러라는 점에 비춰 이들 IT 기술자에 대한 예우가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기술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후손들의 삶을 결정하는 문제다. 이공계 출신이 의사 시험 보고, 변호사 시험 보고, 공무원 시험 보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내일은 없다. 인도는 IT 강국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만 존재하는 나라는 아니었다.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 웃통을 벗고 일하는 ‘도비갓’이라는 빨래터에서 나는 인도의 어둠을 보았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당신 같은 높은 분이 왜 이곳까지 찾아왔느냐.” 그래서 “당신들 사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자 “우리 정치인은 아직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반가워했다. 우리를 안내했던 인도 고위관료 수행운전사조차 “비천한 이곳을 찾는 인도 지도자는 없다”고 말했다. 이게 오늘날 또 다른 인도의 실상이고, 인도인의 눈에 비친 인도 지도자의 모습이다. 무르티 회장과 같은 기업인은 21세기의 간디 노릇을 하는 반면, 정치인은 그렇지 못했다. 정치인은 과연 어때야 하는가. 간디 기념관을 설레는 마음으로 찾았다. 하지만 간디 기념관은 너무나 초라하고 낡아서 실망감이 없지 않았다. 모금함에 얼마의 기부금을 내면서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고, 국가 지도자에 대한 정부의 예우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상념이 일었다. 나는 인도의 경제중심지 마하라슈트라 주와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우호협력을 체결했다. 사실 놀라운 성과다. 마하라슈트라 주는 경기도 면적의 31배, 인구만도 1억 명에 가까운 거대 도시다. 경기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규모다. 마하라슈트라가 추진하고 있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만도 국제공항 3개, 항구 50개, 철도, 도로, 신도시, 자동차 등 어마어마하다. 잘만 하면 우리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 줄 수 있는 도시다.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 데쉬무크 주 총리가 “경기도는 아주 특별하다”고 말했다. 마하라슈트라가 왜 많은 도시를 두고 대한민국 경기도를 사업 파트너로 삼았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개방성이고, 배우겠다는 학습의 자세다. 마하라슈트라는 삼성, LG, 현대차의 투자를 유치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마하라슈트라가 경기도를 파트너로 삼았듯이, 우리 경기도 역시 마하라슈트라가 필요하다.
일본…대졸 초임 우리보다도 적어 | ||
기업들 한국 투자 주저… 우리 아이들은 뭘 먹고 사나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민주 44.8%, 국힘 35.7% 오차 범위 밖 앞서... 정권교체 56.9%, 연장 37.0%
2 트럼프 “중국과의 무역적자 해결 안되면 中과 협상 없다”
3비트코인, 트럼프 상호관세 충격에 8만달러선 붕괴
4대기업 바라기 청년들?…임금 격차 무시 못해
5해외는 열고, 한국은 막고…가상자산 거래소 격차 커진다
6"교육비 감당 어쩌나?"…교육물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상승
7 미국 관세 강행, 지수 선물 일제 폭락…나스닥 5%↓
8‘일단 안된다’는 당국…경쟁력 잃는 국내 거래소들
9정부·대학·기업, 청년 취업난에 팔 걷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