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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terview] “정규직 일자리 500만 개 만들겠다”

[人terview] “정규직 일자리 500만 개 만들겠다”

8월 2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출마 선언 직후 0.1%였던 지지율이 3%대까지 오른 가운데 인터넷에서 이른바 ‘문풍(文風)’이 불고 있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와 약한 조직력을 이유로 그의 ‘진짜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인정받는 경영자의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길을 택했다. 왜? 궁금증을 갖고 문 후보를 만났다.
9월 6일 서울프라자호텔 비즈니스 센터. 기자는 문국현 전 사장의 정수리와 먼저 인사를 해야 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문 후보는 말 그대로 질문지를 ‘스터디’하고 있었다. 인사를 건넸다. 고개를 든 문 전 사장은 언론에 비치는 것처럼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에 잠을 충분히 못 잤다는 그는 “그래도 전 직장(유한킴벌리)에서는 1년에 120일을 외국에서 살았는데 비행기를 안 타니 좋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 직장 얘기를 꺼내자 “가슴 한쪽이 시리다”고 말했다. 직장을 그만두던 날, 직원들이 작업 현장부터 정문까지 줄을 서 배웅했다는 것이다. “33년 동안 다닌 직장을 나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부르짖으며 고생시키고 야단만 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두고 이쪽(정치권)으로 가야 하나 싶었지만 5000만 명을 생각하는 사명감이 더 깊었습니다.” 그는 회사를 나오면서 직원들에게 “절대 나를 따라 나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회사에 생길 공백도 걱정이었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는 다짐이 필요했다. 명함도 새로 만들었다. 출마 선언 후 인터넷 홈페이지도 새롭게 개설했다. 그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홈페이지와 관련해) 준비가 미흡함을 양해해 달라는 글이 뜬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다. 자유게시판은 과부하를 일으킬 정도로 접속자가 많다. 문 전 사장은 “지지율 0.1%라도 수치로 따지면 4만 명”이라며 “많은 분이 원하는 변화의 중심에서 태풍의 눈이 되겠다”고 말했다. 변화. 새 지도자 선출을 앞두고 변화를 바라지 않는 국민은 없다. 문제는 현재가 아닌 막연한 변화를 원하느냐, 아니면 문국현만이 일으킬 수 있는 변화를 원하느냐다. “한쪽은 경선에서 싸우고, 다른 한쪽은 세력은 있되 희망을 못 주니 식상하던 차에 문국현을 밀어주자고 생각한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21세기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 2008년 체제를 원하더군요. 두 그룹의 열망이 인터넷에서 폭발한 것이지요.” 문 전 사장은 방송과 신문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전파의 힘이 아무리 세도 다른 후보들을 따라잡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그는 “원래 정치하던 사람들이 지금까지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희망이 없다”며 “열흘 만에 지지율이 3% 가까이 올랐으니 9월 말이면 훨씬 높은 지지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많은 분이 궁금하실 겁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사회적 지위도 있고, 해외에서는 국빈 대우까지 받는 경영자가 왜 정들었던 유한양행, 유한킴벌리를 떠나면서까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설까.” 그는 “국가 사정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이 처한 절박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은 국민에게 자꾸 실망을 주지요. 국가의 운명이 달린 절체절명의 시기인 줄도 모르고 개인 흠을 파헤치고, 감추기에 급급하잖아요. 기업인으로서 큰 책임을 느꼈습니다. 전문성과 의지를 갖춘 사람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는 경제인은 주로 사유재를, 정치인은 공공재를 생산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점점 정치와 경제가 비슷해져 간다고 했다. 새로운 지도자는 국제 감각과 국민의 신뢰, 전문성을 고루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대통령’은 더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남북 교류 활성화 ▶국가 품격 제고를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 지도자의 비전과 우선 순위에 따라 다수 국민의 행복이 결정되기에 ‘아래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버림받은 중소기업이 300만 개, 거기 속한 이들이 2000만 명이 넘습니다. 그들을 대변하고 중소기업을 국제적으로 유망한 기업으로 기를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해요. 수출을 해본 사람이 수출 활로를 열 수 있는 겁니다. 사람은 본래 자기가 재미있는 것만 하게 마련이라 다른 후보는 운하 운운하고 있지요.” 남북 교류도 중요한 문제다. 남북관계를 국가 번영의 계기로 만들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더 이상 도약할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다. 문 전 사장은 “내년 상반기에 환동해경제협력벨트를 이루려면 올해 말부터 영향력 있는 대선 후보가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정부패로 손상된 국가 품격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큰 아픔과 손실을 무릅쓰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다. 국민 개개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란다. 일자리를 늘려 가정을 지키고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그것이 그가 얘기하는 ‘진짜 경제’다. 작은 것이 아름다운 줄 모르고 큰 것만 보는 것은 ‘가짜 경제’라고 했다. “청년 실업이 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 양반들의 허탈함을 어떡합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도 갈 데가 없잖아요. 그 부모들은 더하겠지요. 외환위기 때 해고당한 부모들이 자식까지 직장을 못 구하면 그 절망감을 어떡합니까.” 문국현의 머릿속은 국민의 절박한 심정을 해소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 취직하고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유한킴벌리에서의 경험을 살려 산재를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세웠다고 한다. 임기 동안 500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하는데 현실성은 있는 것일까. 그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8년 동안 2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 것을 예로 들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사람 중심, 일자리 중심’정책을 재현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일본은 대기업을 통하지 않고 중소기업이 알아서 수출합니다. 우리라고 못하겠습니까. 인재를 키우고, 중소기업에 자부심을 심어주면 품질이 좋아지고 경쟁력이 생깁니다. 당장 일본 부품을 쓰는 우리나라 대기업들부터 국내 부품을 쓰게 될 겁니다. 눈에 보이는 대기업 50개만 신경 쓴다면 3000억 달러 수출은 껍데기로 남을 뿐입니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한다지만 안철수씨를 보세요. 젊은이들의 우상 아닙니까. 우리나라에 훌륭한 중소기업인이 수천 명은 있습니다.” 그는 의외로 평범한 가장이다. 현재 한 주부의 남편이며 두 딸의 아버지다. “집사람은 쏘나타를 두고 BMW(Bus, Metro, Walk)를 탑니다. 이제까지 가정 도우미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요. 큰딸은 유치원 선생님이었는데 첫 직장에서 해고된 후로 분하고 슬픈 마음이 몇 달을 가더군요. 두 번째 들어간 직장에서도 형식적으로만 정규직이라 정규직의 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습니다. 결국 정규직 시험을 보겠다고 다시 회사를 그만뒀어요. 둘째는 취업난을 피해 대학 졸업을 미루고 외국계 회사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고요.” 그는 ‘내 집 장만’의 기억을 떠올리며 부동산 정책을 말했다. 문 전 사장은 1981년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했다. “27평이었는데 한 번 보고 저녁에 바로 계약을 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서울공항으로 가는 통로라 소음이 엄청나더라고요. 3개월 만에 집을 버리고 나오는데 팔 때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 다음 장만한 집이 삼풍아파트였는데 1995년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이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유한킴벌리 사장이 된 1995년부터 다시 전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거의 1, 2년에 한 번씩 이사했으니 부동산 전문가라기보단 희생자가 된 것 같네요.”(웃음) 문 전 사장은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뜻은 순수했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지적했다. 집값이 오른 사람은 재산세 부담에 집을 팔기도 쉽지 않고, 아직 집을 못 산 사람은 집값만큼 원망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정책은 심리까지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의 반값 아파트’를 내세웠다. 부패를 없애고 후분양제를 도입해 공적 기능을 늘리고, 땅은 임차료만 내면 25~30%까지 아파트값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 사람들은 내 집 장만이 꿈이었지요. 그때는 집 자체가 부족했고, 지금은 일자리가 부족합니다. 집값은 너무 비싸고요.” 마지막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면 무엇을 할 것인지 물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기업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되게 한다”며 “다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에 나가는 사람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미래지향적 전문가들이 국회의 3분의 1을 차지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고, 반 이상이 되면 그건 국가의 축복입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마이 라이프』라는 자서전에서 일자리 정책의 성과를 보여줬다. 책의 마지막 장은 ‘250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내용으로 이뤄진다. 문 전 사장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투로 인터뷰를 맺었다. “제가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나, 비정규직이 얼마나 정규직으로 바뀌었나 매달 점검할 겁니다. 문국현의 『마이 라이프』 마지막 장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두고 보면 알겠지요.”


왜 출마했나? ● 중소기업 살리려고 130만 대기업 인력보다 2000만 중소기업 인력 대변하겠다 ● 일자리 문제 해결하려고 850만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루고, 500만 일자리 만들겠다 ● 남북 교류 활성화하려고 환동해경제협력벨트 조성해 25년 먹을거리 만들겠다 ● 국가 품격 높이려고 소수 귀족주의 없애고 국민의 신뢰 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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