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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축제도 정치화한다

삼바축제도 정치화한다

▶일본일들의 브라질 이주 1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

브라질의 카니발은 전통적으로 떠들썩한 전국적 잔치다. 긴장에서 해방돼 멋지게 입고 춤추면서 고달픈 일상생활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축제 지휘자들이 갑자기 진지해지면서 사순절 카운트다운을 기념하는 이 행사가 정치 성명과 주의주장이 난무하는 포럼으로 변했다. 공연자들은 삼바드롬에서 세계 기아나 인종차별 같은 주제에 맞춰 엉덩이 춤을 춘다. 어떤 해에는 어느 유명한 학교에서 가짜 악당들을 동원해 기관총을 휘두르게 하면서 국제 마약밀매를 비난하는 행사를 벌였다. 상파울루 삼바단 X9는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삼았다. 무대차량을 거대한 바다거북, 고래, 줄어드는 부빙 위의 백곰 등으로 장식했다. 올해의 고뇌상은 단연코 유니두스 두 비라도우루의 몫이다. 5000명으로 이뤄진 이 리우 앙상블은 할리우드 공포영화에서 대학살에 이르는 오싹한 세상만물을 모두 기념했다. 핵심은 3층 높이의 홀로코스트 무대차량이다. 나치 강제수용소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시신의 조각을 쌓아 올리고 춤추는 히틀러들이 끌게 한다. 참석자들은 “내 사랑이여, 누가 오는지 보시오/너무 추워서 소름이 돋는구려”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이미지를 대하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신나게 춤추는 반나체 여성과 남성의 음악 행진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가족들이 보기에는 끔찍한 광경”이라고 사이먼 위젠탈 센터가 비라도우루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에서 주장했다. 상파울루의 이스라엘 협회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행렬 시작이 48시간도 채 남지 않은 지난 1월 31일 한 판사가 그 무대차량의 행진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검열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사순제의 시작을 알리는 성회일(재의 수요일)을 맞아 탬버린 소리가 그쳤을 무렵엔 논쟁도 대부분 끝났다. 그러나 잔치 참석자들은 이것이 과연 반축제의 서막인가 하는 의문을 품을 만도 했다. 물론 브라질 국민은 인생의 슬픔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데 타고났다. “슬픔은 끝이 없어도/행복은 끝이 있다네”라는 보사노바 가사도 있다. 머리 좋은 삼바 지휘자는 항상 거리축제를 교활한 정치 풍자와 우스꽝스러운 사회 논평의 무대로 이용했다. 다만 올해의 홍보전은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이런 고상한 생각이 반드시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진지한 생각에서 나오지는 않았다. 대체로 돈 벌려는 방편이다. 옛날에 브라질 카니발은 안락한 공동체 행사였다. 장려하다기보다 가벼웠고, 플래카드를 들기보다는 춤추기를 선호했다. 그런데 위성 텔레비전, 실리콘 성형술, 10t짜리 컴퓨터 무대차량이 등장하면서 사순절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 행사는 브라질인들의 노래처럼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제”로 변했다. 요즘에는 삼바 학교 하나가 80분 동안 지속되는 이 행진을 준비하는 데 1년의 태반이 걸리고 돈은 300만 달러 이상이 든다. 이제는 행렬이 수천 만 관객에게 중계되기 때문에 은행과 맥주회사 등 기업들이 삼바드롬을 자기네 브랜드로 도배질할 권리를 따려고 줄을 선다. 일부 삼바 학교는 아예 노골적인 간판으로 변질돼 주문대로 삼바를 춘다. 항공사, 과자회사, 음료회사, 자동차회사, 제철사가 모두 카니발 가사에서 불후의 생명을 얻었다. 무대차량의 지나친 디자인을 주문하는 장본인이 바로 이 기업들이다. 과거에는 지하세계가 카니발을 지원했다. 범죄조직 우두머리들이 행진을 이용해 자신의 명성을 세탁했다. 이제는 관리들이 편승해 사진촬영 기회와 군중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대가로 돈을 쏟아 붓는다. 공직자들이 관객을 차지하려는 싸움(그것이 가난과의 투쟁이 됐든, 잊혀진 영웅의 찬양이 됐든)에 뛰어들면서 명분은 신상품이 됐다. 네 현지 학교가 리우데자네이루 시청 지원으로 브라질의 대표도시에 포르투갈 왕국 도래 2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벌였다(그 대가로 아무도 황제를 비웃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어느 대형 노조는 유니두스 데 빌라 이사벨의 행진을 후원했고 이들은 기꺼이 노조 찬가를 불렀다. 외국 정부들조차 이런 선전에 관심을 보인다. 2006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석유달러의 일부를 빌라 이사벨에 쏟아 부었고, 그들은 차베스가 중남미에서 일으키려는 볼리바르식 혁명을 찬양하는 삼바로 보답했다. “소이 로코 포르 티, 아메리카(네가 좋아 죽겠어, 아메리카)”라는 내용이었다. 투자는 성과가 있었다. 빌라 이사벨이 그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같은 명분 놀이에 모두가 푹 빠지지는 않는다. “돈 자체를 위한 돈벌이가 축제의 재미를 망친다”고 비평가 에우헤니우 레알이 최근 카니발 블로그에서 한탄했다. 브라질로선 다행히도 대다수의 파티 참석자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축제를 휴일로 생각하지 선전무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전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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