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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 관광에 200억원

우주정거장 관광에 200억원

▶우주비행에 나서기전,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맨 왼쪽)씨가 러시아 우주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우주는 이제 돈이다. 인류는 우주에 오르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주를 이용해 돈을 버는 새로운 산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국이 거액을 러시아에 지급하고 이소연씨를 우주로 올려 보낸 것도 넓은 의미에선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첫 한국인 우주인 탄생을 계기로 우주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다.
구체적인 우주산업으로 처음 등장한 것이 우주관광이다. 민간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주관광은 여행 종류에 따라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지구궤도를 벗어나 달이나 화성으로 여행하는 행성 여행이 가장 비싼 여행이다. 민간 차원에선 아직 성사된 적이 없고, 계획만 있다. 그 다음이 지구 저궤도(지상 160~ 2000km) 여행이다. 지구의 모습을 목격하고 우주정거장에서 머물며 실험을 비롯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섯 명이 이 여행을 떠났다. 가격은 200억원 정도다. 마지막으로 가장 싼 우주여행이 그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며 무중력을 체험하는 것이다. 지구를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우주관광인가, 우주여행인가= 우주관광의 첫 테이프는 2001년 미국인 기업가 데니스 티토가 끊었다. 그는 개인으로선 최초로 우주여행을 했다. 2001년 4월 28일 러시아의 소유스 TM-32를 타고 7일 22시간 4분 동안 우주에 머물렀다. 그동안 지구를 128바퀴 돌았다. 사실 티토보다 앞서 민간인 신분으로 우주를 여행한 인물은 있었다. 1990년 우주를 다녀온 일본인 아키야마 도요히로(秋山豊寬)와 1991년 우주여행을 한 영국인 헬렌 셔먼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남의 돈으로 우주여행을 했기 때문에 자기 돈을 내고 하는 ‘우주관광’과는 다르다. 그래서 최초의 우주관광객은 티토로 치는 게 일반적이다.


각국 회사별 우주산업 진출 현황

□ 미르코프(상업 우주업체) - 유인 우주정거장 리스 계약 - 우주정거장행 유인 우주비행 - 우주 화물 운송 - 우주 유영 사업

□ 스페이스 어드벤처스 - 우주 관광상품으로 1억2000만 달러 매출 - 아랍에미리트·싱가포르에 우주공항 건설 - 2011년까지 최초 민간 달 여행 계획

□ 버진 갤랙틱 - 2010년 최초의 상용 우주선 스페이스십2 운항 - 우주여행 요금은 20만 달러
잠시 영국과 일본 이야기를 좀 하자. 화학자인 셔먼은 영국 기업들이 자국인 최초의 우주인을 만들기 위해 기금을 모아 만든 ‘주노 프로젝트’에 응모해 뽑혔다. 로또 기금에서도 일부 자금을 댔다. 1만300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다른 3명과 함께 선발된 그는 소련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는 최종 후보에 뽑혔으며, 공군 조종사인 티모시 메이스 대위가 대기 요원으로 선택됐다. 셔먼은 1991년 5월 18일부터 일주일 동안 소유스 TM-12를 타고 우주여행을 했으며, 미르 우주정거장을 방문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부 영국인은 그를 ‘우주 로또에 당첨된 인물’이라고 부른다. 메이스는 결국 우주로 가지 못했으며, 대신 우주인의 딸과 결혼했다. 나중에 남아공에서 넬슨 만델라 대통령 전용헬기 조종사로 일했다. 일본은 조금 특수하다. 일본 TBS 기자인 아키야마는 회사 지원으로 1989년 8월 17일 우주요원이 됐다. 당시 소련의 유리 가가린 우주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90년 12월 소유스 TM-11을 타고 7일간 우주여행을 했으며 미르 우주정거장까지 다녀왔다. 그는 일본인으론 첫 우주인이지만, 항상 ‘아마추어 우주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유는 그가 ‘새치기’를 했기 때문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일본인을 우주에 보내기로 하고 85년 모리 마모루(毛利衛), 무카이 지아키(向井千秋), 도이 다카오(土井隆雄)를 후보로 뽑자 TBS가 일본인 우주인 1호를 자기 방송사에서 만들기로 하고 자사 기자를 뽑아 소련으로 보낸 것이다. 물론 모든 비용은 회사에서 부담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에서 훈련 받은 뒤 스페이스 셔틀 엔데버 호를 타고 92년 9월 12일부터 20일까지 탑승과학기술자로서 임무를 수행한 그를 일본에선 최초의 프로 우주비행사라고 부른다. 그는 탑승운용기술자 자격으로 2000년 2월 12일부터 23일까지 두 번째 우주비행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레이더로 지구 지형을 정밀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로써 그는 일본인으로 두 차례 우주비행을 한 첫 인물이 됐다. 도이는 97년 11월 19일부터 12월 5일까지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호에 탑승해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임무 수행 도중 우주유영을 했다. 일본인으로선 최초로 우주유영 경험자가 된 것이다. 모리의 동기인 무카이는 98년 10월 29일부터 11월 7일까지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에 탑승해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일본의 첫 여성 우주인이 됐다.

◇스페이스 어드벤처스사 우주관광사업 주도= 자 그럼 인류 최초의 우주 관광객인 티토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티토가 최초의 우주 관광객이 된 것은 여러 사람의 꿈 덕분이다. 가장 먼저 꿈을 꾼 이는 제프리 멘버라는 미국인이다. 그는 1999년 상업 우주업체인 미르코프를 설립했다. 그는 민간자금을 들인 것으로는 첫 유인 우주정거장 리스 계약(99년 12월), 우주정거장행 유인 우주비행(2000년 4월 4일 출발, 6월 16일 귀환), 우주 화물운송(2000년 4월 27일), 우주유영 사업(2000년 5월 12일) 등을 해냈다. 러시아 우주정거장인 미르를 이용한 사업이다.


우주여행 비용 우주정거장 관광

2000만 달러 세미 우주관광

20만 달러 가격파괴형 저가 여행

10만 달러
그 다음으로 해낸 것이 최초의 우주관광객 계약이었다. 티토와 2000년 6월 19일 맺은 계약이다. 미르코프가 판매한 개인 우주여행 상품을 구입한 티토는 이 회사의 주선에 따라 러시아 우주항공청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우주인 훈련 승인을 받았다. 우주관광 프로젝트는 스페이스 어드벤처스라는 회사로 넘어갔으나 티토는 우주정거장 미르가 2001년 3월 23일 폐기된 다음달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우주관광을 했다. 사라진 미르 대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다녀왔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된 이소연씨의 여정과 거의 동일하다. 티토는 이 관광에 2000만 달러(약 200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1200만 달러 정도만 줬을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사실 이 관광을 최종 주선한 스페이스 어드벤처스사는 현재 우주관광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199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금까지 1억2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데니스 티토에 이어 2002년 4월엔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업가인 마크 셔틀워스가 똑같은 우주관광을 하고 ‘최초의 아프리카 우주인’이 됐다. 그 다음 2005년 10월엔 미국인 사업가인 그레고리 올슨이 ISS를 방문했다. 2006년 9월엔 이란계 미국인 사업가 아누셰 안사리가 최초의 여성 우주관광객이 됐다. 2007년 4월엔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응용소프트그룹 사장을 지낸 헝가리계 미국인 사업가 찰스 시모니가 우주관광을 즐겼다. 올해는 러시아 의원인 블라디미르 그루즈데프와 미국인 게임 디자이너 리처드 개리오트가 우주관광을 예약하고 있다. 업계에선 우주관광이 앞으로 20년 안에 연 매출 1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페이스 어드벤처스는 이미 5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에 글로벌 스페이스포트(우주 공항)를 하나씩 건설하고, 최초의 민간 달 여행을 2011년까지 해낼 계획이다. 야심만만한 CEO인 에릭 앤더슨의 야망이다.

▶2002년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우주관광용 스페이스 셔틀.



◇보다 저렴한 세미 우주관광도= 이소연씨처럼 우주정거장까지 날아가는 고가의 우주여행 말고, 낮은 고도에서 무중력 정도만 체험해보는 세미 우주관광도 인기다. 우주를 맛만 보는 것이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어 업계에선 이 분야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2020년께면 매년 1만 명 이상이 세미 우주관광을 즐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미 영국의 사업가이자 탐험가인 리처드 브랜슨 소유의 버진 갤랙틱과 XCOR 에어로스페이스가 진출했으며, 우주관광의 선구자인 스페이스 어드벤처스도 이 저가 분야로 진출을 확정했다. 로켓플레인 키슬러 등 수많은 민간업체가 진출을 고려 또는 시도하고 있다. 이 여행은 최근까지 20만 달러가 정가였다. 버진 갤랙틱은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인 스페이스십2의 설계를 마치고 1월 이를 공개했다. 이 회사는 2010년 스페이스십2의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요금을 우선 20만 달러로 잡고, 차츰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월스트리트 저널은 3월 27일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우주여행 시대를 열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가격 파괴’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우주관광업체인 XCOR 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동자다. 이 회사의 제프 그리슨 CEO는 이날 민간인 우주여행용 우주선을 공개하면서 요금을 30분 비행에 10만 달러 선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슨이 공개한 링스 우주선은 조종사 1명과 승객 1명이 탈 수 있는 길이 8.5m의 소형으로 음속 2배의 속도로 지상 61㎞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우주선은 비행기처럼 이착륙이 가능하며 하루 네 차례 비행할 수 있다.

◇국력 과시와 자존심 위한 우주개발= 오일 달러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러시아는 재정문제로 한때 방치하다시피 했던 우주항공산업을 이젠 국가 우선과제로 키우고 있다. 올해 우주개발 예산으로 10년 전의 10배인 15억 달러를 배정했다. 미국 나사는 16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쓰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우주여행을 사실상 상품으로 개발해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영국·일본·한국의 우주인을 실어 보낸 것도 그 하나다. 여기에 보태 저가의 무중력 경험 상품도 개발하고 있어 미국과의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국력 과시와 자존심 세우기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러시아는 2025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낸 뒤 영구 기지를 건설하고, 2025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극동 지역에 새 우주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나사는 2020년 달에 영구기지 건설을 시작해 2024년까지 상주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2037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낼 장기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인도·일본도 나라 이름을 걸고 우주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중국은 11월에 첫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인도도 찬드라얀 1호 달 탐사선을 올해나 내년 중에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일본도 다양한 우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좋게 보면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우주산업 선점 경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우주개발을 통해 국가 자존심을 높이려는 국수주의적인 행동이다. 저 하늘 높은 곳에서도 경쟁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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