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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주역들] “리츠 시장의 미래에셋 되겠다”

[자본시장의 주역들] “리츠 시장의 미래에셋 되겠다”

▶1970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한국산업은행 입사, 1996년 장기신용은행 이사, 1999년 국민은행 상무, 2001년 경남은행장, 2006년~현재 코람코자산신탁 사장

얼마 전 여의도 한화증권 빌딩이 3201억원에 팔렸다. 2003년 한화증권이 ‘코크렙 제3호 기업 구조조정 부동산 투자회사(코크렙 제3호)’에 매각했던 빌딩을 되산 것이다. 이 빌딩을 팔아 코크렙 제3호는 5년 만에 1800억원가량의 차익을 올렸다. 이번 매매에서는 원래 주인이 한화증권 빌딩을 되찾았다는 것보다, 코크렙 제3호가 큰 관심을 끌었다. 과연 어떤 회사기에 한화증권 빌딩을 사고팔아 5년 만에 1800억원가량의 차익을 남겼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회사는 코람코자산신탁이 만든 회사형 리츠 상품(용어설명 참조)으로 코크렙 시리즈 중 하나다. 코크렙 제3호는 여의도 한화증권 빌딩과 논현동 아이빌힐타운 빌딩에 투자해 임대 및 매각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우리은행(100억원), 산업은행(70억원) 등 기관투자가와 개인들(230억원)이 주요 투자자로 참가했다. 투자자들이 받은 배당수익만 해도 연평균 10.6%에 이른다. 리츠자산관리와 부동산신탁을 주 업무로 하고 있는 코람코자산신탁은 2002년부터 코크렙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13호까지 출시됐으며, 총 10개의 상품이 운용 중이다(표 참조). 이들 상품 역시 빌딩 임대료와 매각 차익을 바탕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현재 코람코자산신탁을 이끌고 있는 강신철 사장은 “한화증권 빌딩 매각 차익 1000억원 이상을 투자자에게 배당할 계획”이라며 “코크렙 제3호가 투자한 논현동 아이빌힐타운 빌딩도 최근 155억원에 팔려 투자자 배당액은 더욱 커질 것 같다”고 밝혔다.


용어설명

리츠=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의 약자로 부동산투자신탁이라는 뜻이다. 소액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증권의 뮤추얼펀드와 유사해 ‘부동산 뮤추얼펀드’라고도 한다. 리츠는 설립 형태에 따라 회사형과 신탁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회사형은 뮤추얼펀드와 마찬가지로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으는 형태로 투자자에게 일정기간(6개월 또는 1년)마다 배당을 한다. 증권시장에 상장해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신탁형은 수익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으는 형태로 상장할 수 없다.
코람코자산신탁과 이 회사의 대표상품인 코크렙 시리즈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5월 코크렙 제1호는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화빌딩을 3500억원에 되팔아 2200억원의 차익을 올려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상품은 지난해 청산됐지만, 당시 연평균 43%의 놀라운 수익률을 올려 리츠 상품의 고수익성을 세상에 알렸다. 한화증권 빌딩에 투자한 코크렙 제3호가 연평균 수익률 71%를 달성해 그 명성을 이어나갔다. 우리나라 리츠 시장은 아직 미미하다. 2003~2004년을 시작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현재 리츠 상품을 운용하는 회사는 6개가량. 이들이 내놓은 리츠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8% 안팎이다. 이에 비하면 코크렙 시리즈는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코크렙 제1호와 같이 청산된 코크렙 제2호는 연평균 수익률 12%를 기록했다. 제1호와 제3호보다 수익률이 낮지만, 다른 상품과 비교해 보면 괜찮은 편이다. 강 사장은 “현재 운용 중인 나머지 코크렙 상품들도 연평균 수익률 10%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크렙 상품이 타사 상품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돈이 될 만한 오피스 빌딩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강 사장이 말하는 돈이 될 만한 오피스 빌딩이란 강남·광화문·여의도 일대에 있고, 공실률이 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갖춰야 팔 때도 높은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강 사장의 설명이다. 실제 코크렙 상품 10개 중 7개가 이 일대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조건도 중요하지만 현재 웬만한 국내 오피스 빌딩에 투자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강 사장의 생각이다. “우리나라 오피스 빌딩 시장은 미국·일본에 비해 저평가돼 있습니다. 가치에 비해 20~30%가량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죠.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은 주택과 아파트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년 제공됐어야 할 148만㎡(45만 평)의 절반 정도밖에 공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제서야 오피스 빌딩이 제대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죠. 앞으로 5~10년 동안은 계속 오피스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강 사장은 앞으로도 오피스 빌딩에 집중해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 코크렙 시리즈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강 사장은 올해 안에 ‘개발형’ 코크렙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강 사장은 이 상품을 “우리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소개했다. 개발형이란 지어질 예정인 빌딩에 투자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설립된 코크렙 상품들은 이미 지어진 빌딩을 매입한 후 상품으로 만드는 ‘완성형’이었다.

공모 후 매입하는 상품도 개발
개발형으로 투자될 대상은 서울 영등포역 경방백화점 옆에 들어설 오피스 빌딩. 코람코자산신탁은 이 새로운 빌딩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투자금액은 총 1170억원이다. 강 사장은 “연평균 수익률을 최소 9%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강 사장은 코크렙 제14호 설정이 완성되면 ‘블라인드 펀드’도 만들 계획이다. 블라인드 펀드란 투자 자금을 먼저 모은 후 매물 빌딩이 나오면 바로 사들여 수익을 올리는 방식의 상품을 의미한다. 현재 미래에셋이 판매하고 있는 인사이트 펀드와 비슷한 것이다. “지금까지 리츠는 당연히 ‘선 매입 후 공모’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매물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불안감과 상품 설정 후 수익률이 불투명했기 때문이죠. ‘선 공모 후 매입’ 상품을 도입해 코람코가 그 고정관념을 깨보겠습니다.” 강 사장은 지금까지 수많은 시험을 해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국민연금을 오피스 시장의 주요 투자자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코크렙NPS 제1호와 제2호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2006년 국민연금이 부동산 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국민연금을 찾아갔습니다. 주식이나 일반 펀드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사모형 리츠 설립을 권유했죠.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더군요. 하지만 우리의 기존 상품 수익률을 살펴보고 좋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시 마침 국민연금이 잠실 시그마타워 매입을 추진 중이었죠. 국민연금 측에서 이 빌딩을 10년짜리 리츠 상품으로 만들자고 먼저 제안하더군요.” 국민연금은 코크렙NPS 제1호에만 830억원을 투자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상품 설립 6개월 만에 22억원을 배당했다. 현재까지 75억원가량이 배당된 상태다. 코크렙NPS 제1호와 제2호는 지난해 연평균 수익률 7%와 10%를 기록했다. 그는 “최근 들어 경찰공제회, 건설공제조합, 공무원연금과도 사모형 리츠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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