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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속 철저히 해 피해 막는다

문단속 철저히 해 피해 막는다

어음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만 사용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권 국가들도 어음을 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엄격한 통제로 어음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한국 어음제도의 표본은 일본이다. 1971년 5월 일본은 어음시장을 창설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인터뱅크 시장은 단기 자금거래의 장으로서 ‘콜시장’과 다소 긴 자금거래의 장인 어음시장이라는 ‘2개 장’으로 기능이 분화됐고, 일본 단기금융 시장의 중추적 존재로 성장했다. 일본의 어음거래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어음 소지인이 그 어음을 매수자 측에 배서양도하고, 매수자 측은 어음 금액에서 만기일까지의 이자 및 기타 비용을 포함한 할인액를 공제한 금액을 매도자에게 지급(어음할인)함으로써 성립한다. 일본 어음시장에서 매매대상이 되는 것은 ▶금융기관 이외의 기업이 발행한 우량한 상공업어음·무역어음·엔화표시 기한부 수출입어음·일본은행 매출어음·증권어음 등 ‘원(原)어음’ ▶위 어음 외 국채·지방채·정부보증채·금융채 등 공사채 및 외화어음(일본 어음법상 어음으로 외화표시 한 것)을 담보로 금융기관이 발행한 자기인수·단자회사 명의의 ‘환어음’(표지어음) 등 두 종류다. 원어음의 경우 거래량이 많지 않은 반면 표지어음의 거래량이 절대적이다. 일본 어음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어음전매’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점이다. 1978년 6월 일본은 매입한 후 그 다음 주부터 보유한 어음을 팔아도 되는 어음전매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어음을 매입한 사람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 어음시장은 최근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 97년 상거래에서 40%에 육박하던 어음결제 비중이 현재 3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어음거래가 축소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금결제와 팩토링 활성화 덕분이다. 팩토링이란 매출채권인수업을 말한다. 쉽게 말해 매출채권을 간단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게 팩토링이다. 이 때문에 매출자, 매입자 모두 큰 부담 없이 외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어음시장의 표본 역할을 했던 일본에서도 이처럼 어음거래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도 독특한 어음제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은행인수어음(BA·bankers’ acceptance)은 수출입기업이 발행한 기한부 환어음에 대해 지급은행이 약정대로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어음 표면에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 어음은 인수은행이 할인매입한 후 만기까지 보유하기도 하지만 중개기관을 통해 유통시장에서 매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인수어음의 만기는 9개월에 달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개 30~180일에 그친다. 미국엔 기업어음 시장도 있다. 이는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은행지주회사·금융기관 등이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무담보 융통어음’ 시장이다. 발행 방법은 딜러를 통한 ‘간접발행’과 투자자에게 직접 파는 ‘직접발행’으로 나뉘는데, 기업어음은 간접발행이 주종을 이룬다. 기업어음 발행업체는 주요 신용평가기관이 평가한 투자등급 이상인 업체를 원칙으로 한다. 중개업무는 메릴린치, 골드먼삭스 등 투자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담당한다. 발행 조건을 보면 만기는 270일 이내까지 가능하지만 30일 이하가 대부분이다. 최저거래 단위에 대한 명시적인 제한은 없으나 대부분 10만 달러 이상이다. 이자지급 방식은 할인 또는 부리식이 있지만 대부분 할인식이다. 하지만 미국의 어음시장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위축되고 있다. 과거엔 어음이 주요 결제수단 중 하나였지만 현재는 외상매출채권을 대상으로 하는 팩토링이 활성화되면서 사용 빈도가 감소하고 있다. 또 어음시장이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부분 미국 어음은 증권거래위원회 및 주정부에 등록의무가 있다. 만기 9개월 이하 어음만 등록 면제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어음의 통제가 강력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미국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어음발행 기업과 은행 모두 지급의무를 지기 때문에 단기금융시장에서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이 원어음을 분할하거나 통합해 새로운 어음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우리의 표지어음과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은 은행어음·기업어음으로 구분
프랑스와 독일도 어음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엄격한 통제절차를 통해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어음발행 구조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프랑스의 어음결제 비율은 80%에 달한다. 하지만 1차 유통만 허용해 연쇄 부도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어음결제 비중이 10% 미만에 머물고 있는 독일도 ▶배서 및 양도불허 ▶3인에 의해 보증된 만기 3개월 미만의 어음만 할인 ▶어음 부도자는 5년간 사업재개 불가, 추후 소득 발생시 채무상환 등 엄격한 어음운용 규정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는 ‘RIBA’와 ‘CAMBIALE’ 등 두 가지 어음 종류가 있는데, 전체 기업 간 신용거래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반면 발행기준을 까다롭게 한 덕분에, 어음 폐해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RIBA의 경우 결제하기 위해선 상품 판매자가 판매사실 증명서류를 거래은행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CAMBIALE는 상품 판매자가 구매자 발행 지불증서를 은행에 제출해야만 현금화할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 중 어음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은 곳은 중국과 대만이다. 1996년 어음제도를 도입한 중국은 은행이 기업의 100% 보증금을 받아 발행하는 ‘은행어음’과 상거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업어음’으로 구분돼 있다. 대만은 우리나라 어음제도와 엇비슷한 ‘지표(支票)’ 제도가 있는데, 기업 간 대금결제에서 무려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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