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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도 재테크 기법 도입해야”

“나랏돈도 재테크 기법 도입해야”

지난 3월 부임한 김근수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이 펀드 매니저를 자처하고 나섰다. 디벨로퍼도 자임했다. 민간의 재테크 개념을 도입해 나랏돈, 나라 땅을 내 돈처럼 굴리고, 내 땅처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17년 만에 친정인 국고국으로 돌아온 그가 나라 곳간 채우기 프로젝트의 시동을 걸었다.

▶1958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영국 맨체스터대 경제학석사 1979년 행정고시 합격, 재무부 금융정책실·금융국·증권국·국고국,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 근무 2002년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실·경제보좌관실 근무 2004년 재경부 외환제도과장·외환제도혁신팀장 역임 2005년 전경련 파견 근무 2006년 재경부 규제혁신심의관 2007년 국무조정실 재경금융심의관 2008년 3월~현재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국고국 직원들은 나랏돈을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나 국유지를 개발하는 디벨로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랏돈 관리에도 민간의 재테크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요. 국유재산도 내 땅, 내 건물처럼 관리하는 겁니다.” 김근수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은 “나랏돈도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자금 공급도 중요하지만 자금 관리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시대에 곳간지기가 곳간 열쇠만 지키고 있는 건 일종의 직무유기입니다. 결과적으로 기회비용을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당장 오는 10월부터 국고금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나랏돈을 RP·MMF·CMA 등 단기금융상품에 추가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월 단위로 세운 국고금 운용 계획에 따라 10일 단위로 집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고금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집행 주기가 5일로 단축된다. 여태 닷새 동안 한국은행의 국고계정에 묶여 있던 돈은 연간 최대 108조원 규모. 이 돈을 연리 5%로 운용한다고 가정할 때 740억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수익 등을 다시 금융상품에 운용하면 연 60억원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국고국은 기대하고 있다. 디벨로핑 사례로는 남대문세무서 청사를 재건축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낡은 3층 건물이었던 이 청사는 지난 7월 지상 15층·지하 4층의 근린생활시설 ‘나라키움 저동빌딩’으로 탈바꿈했다. 친환경적인 에너지 절약형 빌딩으로 거듭남으로써 재산 가치(909억원으로 추정)는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국고국 측은 세무서로 쓰고 남는 공간을 임대해 연간 54억원의 임대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위탁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것이 모두 9건이다. 국유 재산의 디벨로퍼가 되겠다는 호언장담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은행·가스공사 등 정부 보유 주식을 대차거래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의결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일정 기간 차익거래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고 연 3~4%의 수익을 추가로 올리는 것이 골자.

▶남대문세무서를 헐고 지은 나라키움 저동빌딩. 연간 54억원의 임대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운용수익을 높이기 위해 민간 펀드 매니저를 뽑을 계획도 있습니까? “지난해 채권운용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를 5급 계약직으로 채용했습니다. 현재 국채시장 동향 분석, 국채상품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죠. 앞으로도 필요한 분야가 있으면 민간 전문가 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겁니다.” 국채과에서 일하는 오창수 사무관이 이 사람. 한양증권·교보투신·CJ자산운용 등에서 약 16년 동안 채권운용 업무를 담당했다. 정부 수립 당시 회계국으로 출범한 국고국은 1961년 여름 국고국으로 변경된 이래 지금까지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고과는 정부 수립 당시의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조직이 60년 동안 이름을 유지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국고국은 국고금·국유재산을 관리할 뿐 아니라 국채를 발행한다. 나라살림에 필요한 자금을 세금만으로 충당할 수 없을 때 국채를 발행하거나 한국은행에서 빌려다 채우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 증권처럼 우리나라 국고채도 인기가 높나요? “우리 국고채는 발행물량과 시장유동성이 풍부해 투자 매력도가 높습니다. 외국인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죠. 지난 6월 말 현재 전체 국고채 잔액의 10% 선인 약 30조원어치를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엔 홍콩 등 국제금융 중심지에서 우리나라 국고채에 대한 투자설명회(IR)를 열려고 합니다.” 정부는 변동금리부 국채도 발행하려고 한다. 문제는 변동금리 채권을 발행할 경우 금리 변동에 따라 지급 이자 비용이 변동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금리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금리스왑거래를 병행할 계획이다. 국고국은 김 국장에게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국고국 사무관 시절 그는 민법상의 취득시효를 배제하던 국유재산법이 위헌판결을 받게 생긴 것을 보고 국유지 권리보전 조치를 취해 허다한 국유지가 무단 점유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94년엔 신용정보법 제정 실무를 맡았다. 이 법의 제정으로 금융사들이 은행연합회를 통해 가계대출 정보를 공유하게 됐다. 은행 빚으로 인한 개인파산을 차단하는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그는 “이 법이 5년만 일찍 만들어졌어도 IMF 체제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김 국장은 IMF 체제 후 지난 10년간 재정이 늘어나고 국채시장도 커졌지만 복지 지출 증가로 장차 재정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통일비용 부담이나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로 재정 여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더 현상 유지나 하는 국고 관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는 통일에 대비해 독일의 예를 참고로 많은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재정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미래의 재정 부담 능력을 파악해 국가의 미래에 대비하는 게 국고국의 일이죠.”


“밥값 받으러 오지 마세요”


온라인으로 정부기관 소액 결제

정부 과천청사 주변 식당 주인들은 앞으로 돈을 받기 위해 청사를 찾아갈 일이 없어진다. 인쇄물을 납품한 인쇄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구매한 작은 물품 대금의 결제가 앞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액수가 얼마 안 되어도 영수증을 제출하러 정부 청사를 방문해야 했다. 소액 결제가 정부 청사 방문 없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게 됨에 따라 절감되는 비용은 약 6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기획재정부가 시범적으로 운용해 보고 전 부처로 확산할 계획이다. 공신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이다. 디브레인은 한국은행 전산망·금융망과 연결돼 결제대금을 채권자 예금계좌로 전자 이체해 준다. 디브레인은 한마디로 재정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라고 할 수 있다. 전자정부도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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