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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Market View] 年30% 수익 낸‘바이코리아 펀드’10년을 돌아보라

[World Market View] 年30% 수익 낸‘바이코리아 펀드’10년을 돌아보라


한국에서 펀드상품이 등장한 것은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한 1999년 ‘바이코리아 펀드’가 처음이다. 외환위기 극복에 대한 희망이 커지면서 증시가 다시 활황세를 보이던 시점이다.

이 펀드는 단기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웬만한 사람이면 하나씩 가입했던 ‘국민 펀드’가 됐다. 하지만 곧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라는 시련이 닥쳤다. 바이코리아 펀드는 9개월 만에 원금의 77%를 날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닷컴 버블에 취해 몰려든 사람들은 큰 폭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앞다퉈 환매에 나섰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일은 한국 사회 특유의 ‘쏠림’ 현상이 빚어낸 해프닝쯤으로 여겨져 잊혀졌다.

그러나 이 펀드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폴레옹 정통 1호 주식’으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다. 태어난 지 10년을 맞은 이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9월 24일 현재 298%에 이른다. 공포와 조급증을 이겨내고 인내심을 갖고 버텨온 투자자들은 연 평균 30%에 가까운 수익률을 누린 셈이다.

새삼스레 바이코리아 펀드를 다시 언급한 건 요즘 펀드 환매를 고려하는 이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올 9월은 1년 같은 한 달이었다. 월 초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외환 유동성이 말라붙을 것이라는 ‘9월 위기설’이 기승을 부리더니 추석 무렵엔 미국의 금융시장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졌다.

미국 정부가 급기야 세금 투입이란 최후의 선택을 감행했지만 정치권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시장은 일희일비하며 제자리 뛰기를 한다. 한국 증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미국보다 먼저, 또 많이 빠진 탓도 있지만 9월 27일 1470선까지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공매도 제한 등 곰(하락장)의 발목을 묶는 조치가 나왔고,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나선 것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열풍을 불러일으켜온 적립식 펀드의 기세는 뚜렷이 잦아들었다. 9월 이후 주식형 펀드는 1조2000억원이나 줄었다. 감소 규모는 국내 주식형과 해외 주식형이 엇비슷하다.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 돼 온 적립식 펀드 계좌도 올 7월 감소세로 돌아서 17만 개가량 줄었다. 9월 중순까지의 약세장을 지나오며 이 숫자는 좀 더 많아졌을 듯하다.

지난주 반등도 마이너스 수익률로 고민해 오던 투자자들에게는 환매 찬스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마침 적립식 투자가 거치식에 비해 수익률이 나을 게 없다는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요즘 같은 장세에선 거치식의 수익률이 적립식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하지만 해지를 고려하기 전에 한번쯤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식을 제외한 다른 투자처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금리 상승세는 채권 수익률을 크게 떨어뜨렸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은 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나 상품 등 틈새시장도 급등락이 너무 심해 투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방어에는 은행 예·적금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세금을 내고 나면 실질 가치는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이런 딜레마는 결국 모든 투자 수단이 경기를 반영하기 때문에 빚어진다. 경기가 좋아질 때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일 투자 수단을 찾는 역발상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수단이 주식이라는 것은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의 주요 시장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일이다. 적립식 펀드의 전제가 장기 투자라는 점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3년 이상을 투자한다고 하면 한두 번 하락장을 거치는 게 불가피한 일이다. 한국 증시만 돌이켜봐도 2000년 IT 버블 붕괴 이후 9·11 테러, 카드 사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고비마다 일희일비하지 않았던 이들이 높은 수익률이란 보상을 누렸다. 하락을 경험한 뒤 상승장에서는 거치식보다 적립식 투자의 수익률이 더 높아지게 마련이다.

물론 금융위기에서 실물 침체로 옮겨가고 있는 현재의 경제 흐름은 생각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지평선을 좀 더 멀리 두고 느긋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펀드 투자는 종목이 아닌 시장을 사는 행위다. 미시적인 변수보다는 큰 흐름을 살펴야 한다. 지금 시장을 뒤흔드는 일들에 얽매이지 않고 시야를 더 넓히고 앞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큰 파도 뒤에 펼쳐질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항로를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2년 뒤, 혹은 5년 뒤 세계 경제는 어떻게 갈까? 지금보다 퇴보할 것이라고 본다면 증시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인구가 줄어들고 모든 국가와 산업이 쪼그라드는 상황이 올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의 종언과 함께 자본주의는 몰락하게 될까? 지금의 혼란 속에서 세계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데 영원히 실패한단 말인가? 미래에 대한 나름의 시나리오를 그려본 뒤 펀드 환매에 대한 결정을 해도 때는 늦지 않다.

[필자는 ‘중앙SUNDAY’에서 국제경제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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