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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이 기차를 탄 까닭

CEO들이 기차를 탄 까닭

기후변화에 대비해 수익을 올리고 환경도 살리는 효과적인 방법이 뭘까. 평소 여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온 CEO들이 기차를 타고 그 방법을 고민했다.

왼쪽부터 손욱 농심 회장, 이석연 법제처장, 이완근 신성홀딩스 회장, 노재근 코아스웰 회장

무당벌레는 지구를 살리는 곤충으로 불린다. 무당벌레를 쓰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진딧물을 퇴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3일 CEO 16명이 이 무당벌레의 이름을 딴 친환경 열차 ‘레이디버드(ladybird)’를 타고 청평에 다녀왔다. 이 여행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과 환경재단이 준비한 기후변화리더십 과정 2기의 야외 수업으로 마련됐다.

1기 수료자들과 학계·정계 인사도 참석했다. 이 과정을 맡고 있는 김현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 적은 기차를 타고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방법을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차는 에너지 미래 운송 수단으로 꼽히며 이미 독일, 일본에서는 다시 각광받고 있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기차는 에너지 소비량이 자동차의 8분의 1 정도로 적으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화물차의 13분의 1에 불과하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70%에 이른다. 김 교수는 기차를 운송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많다고 소개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자동차 부품 수송에 기차를 이용한다.

신일본제철과 패밀리마트, 세븐일레븐도 기차를 운송 수단으로 쓴다. 워크숍겮섰犬?용 임대 전용 열차 레이디버드를 개발한 코레일 측 관계자는 “현재 25% 정도인 국내 철도수송비율을 1%만 늘려도 연간 6000억 원의 에너지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의에 이어 김용택 시인이 시 한 편을 낭송했다.


그는 2기 수강생 가운데 한 명이다. 섬진강변 초등학교에서 38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한 그가 “애들이 하는 짓이 지 아비와 비슷하고, 공부도 비슷하게 한다”고 말하자 기차 안에 웃음이 퍼졌다. CEO들은 도시락을 들며 기차와 얽힌 추억을 하나 둘 꺼냈다. 한준호 삼천리 부회장은 대학 시절을 떠올렸다.

“방학이면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고향인 대구에 갔어요. 기차가 지금 같지 않았죠. 승객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손욱 농심 회장은 청평역에서 데이트를 한 추억에 잠겼다. “옛날 생각이 나네요. 아마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걸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 주제가 자연스럽게 기후변화 대비 방법으로 넘어갔다. 1기를 마친 김문영 알티전자 사장이 화제의 인물이었다. 알티전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기 제조와 관련해 독일의 조명 제조업체인 오스람과의 제휴 협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LED 조명기기는 형광물질을 사용하는 형광등보다 전력 소비량이 적은 친환경 제품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CEO들도 김 사장처럼 기후변화에 대비한다. 한준호 삼천리 부회장은 벙커C유를 사용하는 국내 업체가 도시가스를 쓰도록 하거나, 지역난방공사와 함께 아파트 단지의 난방 연료를 기름에서 도시가스로 바꾸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들려줬다. 삼천리는 깨끗한 연료로 바꿈으로써 덜 배출하게 된 온실가스의 양을 관련 국제기구에 보고하고 인정받아 선진국에 판매할 계획이다.

기술 개발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손욱 농심 회장은 “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기차 밖 풍경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며 “환경을 많이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실천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농업 비중 확대를 들었다. “농작물은 탄소를 산소로 바꿔줍니다. 기후변화 준비에 1차 산업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죠.”

손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활용에도 관심이 많다. 우선 농심의 충남 아산 공장에서 지열에너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제주도에 건설하고 있는 물류창고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용 패널을 설치할 예정이다.



기후변화리더십 과정 2기 열차 수업 참석 CEO :

강경호
한국철도공사 사장,

김문영 알티전자 사장,

김태영 필립스전자 사장,

노재근 코아스웰 회장,

박경수 피에스케이 사장,

백완규 제이에이치케어 회장,

변인근 중앙디자인 회장,
손욱 농심 회장,

이상헌 안진기술 사장,

이여성 현대로템 부회장,

이완근 신성홀딩스 회장,

이정수 유니슨 회장,

조영천 코오롱 베니트 사장,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

최창근 고려아연 부회장,

한준호 삼천리 부회장

“기후변화 대비” 앞장서는 손경식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후변화리더십 과정 1기를 수료했다. 손 회장은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한다. 그는 20여 년 전부터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직접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 “빙하가 녹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난 캐나다에서 녹는 빙하를 봤어요. 지금도 그렇게 빙하가 사라지는 곳이 많습니다.”

11월 11일 서울 성북동 삼청각에서 열린 기후변화리더십 과정 1기 송년회에서 만난 손 회장은 현재진행형인 기후변화에 국내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제품을 생산하거나 사용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규제하는 나라 수가 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이 머지않아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에서는 2015년부터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km당 125g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제품을 생산해 폐기할 때까지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을 제품에 기재하도록 한 제도도 등장했다. 영국과 스웨덴에서는 지난해 이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제품 구매를 권장한다. “이런 나라에 수출을 하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죠.”

손 회장이 경영하는 CJ그룹은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기를 적극 실천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식용유 생산 공장인 인천2공장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열 교환 설비를 도입했다.

종합물류회사인 CJ GLS는 유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배송 장소까지의 최단 거리를 찾는 배송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손 회장은 국내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다른 방법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탄소배출권 거래를 들었다.

대한상의는 산하에 지속가능경영원을 운영한다. 이 연구소는 기업이 환경을 보전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수행하며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지속가능경영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손 회장은 국내 산업계 종사자들이 기후변화 협약에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그는 11월 지속가능경영원에서 <기후변화와 국제동향> 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교토의정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등 기후변화 관련 내용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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