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 지방정부 소통 잘 안된다”
“중앙과 지방정부 소통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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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발표와 관련해 비수도권 반발이 거센 듯하더니 금세 수그러든 느낌입니다.
“여러 시·도지사와 함께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받아줄 것인가, 받아주지 말고 비토할 것인가를 논의했어요. 여러 지자체장과 비수도권 의원이 정부가 곧 발표할 지방발전대책 내용을 보고 방향을 결정하자고 했습니다.”
- 지방발전대책이 미흡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지자체장들이 릴레이 단식이라도 해야 한다면 제일 먼저 하겠습니다. ‘13+13(13개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과 13명의 지역 국회의원 모임)’ 협의체도 결과를 보고 행동 수위를 결정하자는 데 합의한 상태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충청북도의 대통령 업무보고 때 ‘수도권 규제를 풀 계획이 없다’고 했습니다. 생각이 달라졌다고 보십니까?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아마도 대통령은 얼마 전(9월) 정부가 발표한 지방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지방발전대책이라고 보고받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알맹이도 없고, 졸속이며, 기존에 산발돼 있던 사업을 하나로 묶은 것에 불과해요. 충북 입장에서 보면 50조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에서 1조2500억원만 배당 받았어요. 원래 하려고 했던 것에 예산 조금 더 얹어 준 것이 무슨 지방발전대책입니까? 대통령에게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 중앙정부와 소통이 잘 안 되나요?
“지방에서 느끼는 정책적 괴리를 중앙정부나 대통령은 모를 거예요. 청와대 국정기획비서관실, 국토해양부도 지방 실정에 대해 정확히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30 수도권 규제 합리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자체와는 의견 협의조차 없었어요. 심지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전혀 내용을 몰랐다고 하니…. 지금이 70, 80년대도 아니고,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 왜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먼저 손을 댔다고 보십니까?
“경기도 쪽에서 목소리를 크게 낸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또 재계에서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고 한 것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조바심을 부추기며 졸속 정책을 내놓게 된 것이라는 감이 듭니다.”
- 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의 이익을 지방으로 환원하겠다고 하는데요.
“한마디로 난센스입니다. 향후에 규제 완화에 따른 개발 이익이 나도 수도권 자체가 다른 지자체로 환원하는 것을 용납 안 할 거예요. 또 지금이야 이슈화가 됐기 때문에 호들갑을 떨지만 내년 이맘때쯤 되면, 정책의 우선 순위도 바뀌고 언제 약속을 했느냐는 분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 행정이 벌어지는 것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습니다.”
- 곧 발표될 지방발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충북 입장은 무엇입니까?
“충북은 전국을 4개 초광역권으로 나누는 것을 검토 중인 중앙정부에 대해 중부내륙 첨단벨트·관광벨트를 추가해 줄 것을 요청했고, 대통령도 일리가 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또 2019년 완공 예정인 충청고속도로도 앞당겨 2015년 완공될 수 있도록 하고, 음성군 태생리에 국가산업단지 지정 등을 요청했어요. 우리가 바라는 것은 1회성으로 SOC 예산을 배정해주는 것보다는 기업이 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것입니다.”
충북 온 기업에 50억~100억 지원
이와 관련, 정 지사는 지난 12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전국 시·도지사 회의 직후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의 설명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께서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에게 충북이 원하는 것을 반영해 주는 것을 검토해 보라는 취지의 표현을 두 번이나 했다”고 밝혔다.
- 지사 취임 후 기업 유치에 성과가 큰 것으로 압니다.
“108개 기업과 17조원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어요. 단순히 홍보용 숫자가 아닙니다. 유치 기업의 80%가 상장 제조기업이에요. 하이닉스반도체, SK케미칼, 현대오토넷, 유한킴벌리 등이 대표적이죠. 협약 역시 단순한 MOU(양해각서)가 아니라 땅을 사야지만 투자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스스로 충북으로 온 기업이 아니라 우리가 유치한 기업만 카운트한 것입니다.”
- 비결이 뭡니까?
“지자체로는 유일하게 서울에 투자유치센터를 설치해 공무원 여덟 명을 배치했습니다. 나는 그들을 ‘기업유치 사냥꾼’이라고 불렀어요. 사냥꾼들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내가 우연히 당신들을 봤을 때 눈에 핏발이 안 서 있으면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었어요. 한 직원은 LG생명과학을 유치하기 위해 100번 정도 회사를 찾아가 설득했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충북으로 온 기업에 50억~100억원을 지원합니다. 기업을 유치한 공무원에게도 최대 2400만원까지 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 수도권 규제 완화로 비수도권으로 간 기업이 U턴 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조짐이 있습니까?
“U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충북 증평산업단지에 정밀화학공장을 짓기로 했던 SK케미칼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도 한 요인이겠지만,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로 현 수원공장 내 이전·신축이 가능해진 것도 한 이유가 된 것 같아요.”
수도권 규제와 지방발전 종합대책도 관심이지만, 정우택 지사가 최근 가장 심혈을 쏟는 것은 사실 ‘첨단의료 복합단지’ 유치다. 이 단지는 정부가 2008년부터 30년 동안 5조6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99만㎡(연구센터 33만㎡, 연구기관 66만㎡) 규모로 조성하려는 신약과 첨단의료기기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클러스터다. 현재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유치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충북은 이에 앞서 오송 지역에 생명과학단지 조성을 완료했다.
- 유치에 자신 있습니까?
“경제논리와 객관적 평가대로라면 100% 자신 있습니다. 충북은 일찍 바이오 산업에 눈을 떴습니다. 오송 생명과학단지는 1997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돼 10년에 걸쳐 만들어졌어요. 이곳에 58개의 신약 회사가 들어오기로 돼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가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유치전에 뛰어든 것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죠. 국가 차원에서도 첨단의료 복합단지가 들어설 수 있는 입지가 마련돼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간다면 중복투자, 예산낭비 비판이 일 것입니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정치권이 정치 논리로 개입하는 것이죠.”
이와 관련, 최근 충북에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일이 있었다. 도 차원에서 진행한 첨단의료 복합단지 유치 서명운동이었다. 충북도민은 약 151만 명(2007년 인구 통계 기준)이다. 이 중 약 130만 명이 서명했다는 것이 충북도청의 설명이다. 도민 중 0~14세 인구는 27만3000명이다. 다시 말해 중·고생은 물론 성인 거의 모두가 참여했다는 얘기다. 정 지사는 “그만큼 경제특별도 충북을 살려보자는 염원이 담긴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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