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지역이 강한 나라 만든다
강한 지역이 강한 나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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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쟁력 전체를 보라! 지역발전과 관련해 이 말을 부정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지역발전을 국가적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세계 각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발전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세욱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B)의 종합국가경쟁력지수에서 10위 안에 드는 국가는 모두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지역 도시 경쟁력의 총화가 국가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은 ‘지방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 트렌드와 함께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방법이다. 지역발전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계적·산술적 지역균형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역발전은커녕 하향 평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간 ‘도토리 키 맞추기’에 급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는 아이에게 젖 주듯, 사업성을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지자체가 원하는 사업은 무엇이든 지원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정부 예산을 더 많이 따내기 위해, 또는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국가 경쟁력과 무관한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양산해서도 안 된다.
이는 지역 이기주의의 또 다른 단면일 뿐 지역발전과는 무관하다. 무안 국제공항의 예를 보자. 무안공항은 8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해 11월 8일 무안군 망운면 256만7690㎡의 부지에 연간 14만 회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항공기 9대가 동시에 주기할 수 있는 계류장, 연간 519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여객터미널 등을 갖춰 개항했다.
개항 초기 중국 상하이, 창사, 대만, 일본 등 8개 노선에 주 42편이 운항돼 출발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이 공항은 개항 1년 만에 ‘무늬만 국제공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재 이용객은 하루 평균 370명에 불과하고, 탑승률은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유가나 경기침체가 무안 국제공항의 실패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사업성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거나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많다.
지역 이기주의가 빚은 전형적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지역발전 정책을 마련하면서 지자체의 이기주의 때문에 홍역을 앓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11월 중순 지자체로부터 건의사항을 모았는데, 굵직한 것만 400여 건이나 됐다”며 “이를 다 들어주면 아마 예산만 1000조원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이 더 많은 예산을 따내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마구잡이로 올렸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발전 정책을 추진할 때 정치논리를 배제해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발전이 특정 지역을 넘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입지조건과 지역 경쟁력을 외면하고 나눠먹기로 지역발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 지역의 요구가 반영돼 추진될 계획인 ‘4대강 정비사업’ 등 각종 지역발전 정책을 정치논리로 비판하고 재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 오히려 각종 지역발전 정책의 사업적 타당성과 효과를 꼼꼼히 검토한 후 문제가 있다면 비판하는 게 생산적이다. 강한 지역이 강한 국가를 만든다. 지금은 이 명제에 따라 지역발전 정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추진할 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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