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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스타들이 말한다:영화 같은 내 인생

최고 스타들이 말한다:영화 같은 내 인생


앤 해서웨이‘레이첼 결혼하다’

연례 아카데미상 유력후보 원탁 토론(올해로 12번째다)을 진행하는 뉴스위크 기자에겐 남들이 누리지 못할 몇 가지 ‘특혜’가 있다. 최고 스타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지만 그들이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특히나 쏠쏠하다.

예컨대 브래드 피트(‘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우연히 자신과 앤절리나 졸리가 말리부에 있는 자택을 내놓았다고 말하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트로픽 선더’)가 값이 얼마든 자신이 사겠다고 즉석에서 말했다. “지난해엔 수입이 꽤 괜찮았거든”이라면서 다우니가 익살을 부렸다.

앤 해서웨이(‘레이첼 결혼하다’)는 프랭크 란젤라(‘프로스트 vs 닉슨’)에게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으로 할리우드 신출내기인 샐리 호킨스(‘해피 고 러키’)가 자신도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하고 싶다고 하자 미키 루크(‘레슬러’)가 갑자기 마치 그녀의 큰오빠라도 되는 양 “(이런 무시무시한 곳에선) 될 수 있으면 서둘러 떠나는 게 좋을 걸”이라고 경고했다. 다행히도 호킨스는 대담이 끝날 때까지 남아 있었다. 은막 스타들의 허심탄회한 토론을 지상중계한다.



연극·영화·TV를 불문하고 이제껏 본 것 중 최고의 연기를 꼽으라면 어떤 게 떠오르는지 자연스럽게 얘기해 볼까요?



프랭크 란젤라:
난 ‘내추럴 어펙션’이라는 연극에서 킴 스탠리가 보여준 연기야. 막이 오르면 그녀가 한 배우와 침대에서 자고 있어.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 다리를 침대 곁으로 걸치고 담배를 물어 불을 붙인 뒤 담배 연기를 깊이 빨아들이지. 그녀가 누군지 30초 만에 알아챌 만큼 연기가 뚜렷하더군. [피트를 보며] 어이, 브래드. 자네는 내 연기가 최고였다고 말해도 상관없어.



브래드 피트: 전 마이크 리 감독의 ‘네이키드’에서 데이비드 듈리스를 꼽겠어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의 진 와일더도 떠올라요. 전 어린이 영화를 많이 보거든요. 영화가 시작되면 그가 공장에서 나오는데 발을 절잖아요. 관객들은 왜 그러는지 모르죠. 그런데 그가 발을 헛디디면서 다시 잘 걷거든요. 그 후론 그가 무슨 일을 할지 종잡을 수 없어요. 미키, 당신은 뭔가 떠오르는 거 없어요?

미키 루크: 질문이 뭐였더라? 아 그렇지,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연기가 생각난다. ‘젊은이의 양지’에서 셸리 윈터스가 그에게 비명을 지를 때 보여줬던 연기 말이야. 또 ‘길다’에서 리타 헤이워스도 생각나. 아주 멋진 연기였거든. 그걸 보면서 난 그녀가 여태까지 살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 전화번호라도 챙겨 둘 걸 그랬나?!



브래드 피트: ‘신비한 체험’의 로버트(다우니 주니어)도 생각나요.



로버트 다우니: 허 참, 형편없는 영화였는데…. 브래드, 날 조롱하는 건 좋지 않아! 한번 막 가보자는 거야?



브래드 피트: 그러지, 뭐!



로버트 다우니: 이건 사실 첫 질문치곤 아주 고약하네요. 다음 두 달 동안 내가 혹평받을 영화는 전혀 없거든.



앤 해서웨이: 브로드웨이 연극 ‘프루프’에서 메리-루이스 파커를 봤는데 ‘F… You’라는 욕설의 대사 표현을 아주 잘하더군요. 그녀는 앉은 채로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 갑자기 ‘F…’이라고 말하다가 멈춰요. 상대 배우가 너무 당황해서 다음 대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가 ‘You’를 내뱉었어요.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요. 프랭크, 그런데 제가 정말 형편없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배우가 연기를 시작할 때 이것쯤은 미리 알아뒀으면 좋겠다고 여길 만한 게 있다면 얘기해 줄래요?

프랭크 란젤라: 나는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 내가 그걸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난 무대에선 무슨 역할이든 할 수 있었어. 두려움이 없었거든. 하지만 영화를 처음 시작해서 몇 편을 찍을 때 난 완전히 늙은 이탈리아 귀부인이 돼버린 느낌이었어. 카메라가 내 영혼을 빼앗아간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지. 결국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마음을 열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 나섰지. 혹시 우리 중에서 예닐곱 살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 있어?



브래드 피트: 아니, 전 전혀 몰랐어요. 제가 나고 자란 곳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거든요.



프랭크 란젤라: 어디서 자랐지?



브래드 피트: 오클라호마, 그리고 나중엔 미주리주에서요. 대학 졸업을 2주가량 앞두고 모두가 일자리를 얻어서 떠나고 있을 때 나는 그 걸 지켜보고만 있었어요. 그때 전 전혀 준비가 안 됐거든요. 그때서야 저는 스스로 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느 날 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나이 스물두 살인데 돈이 한 푼 없었어요. 그래서 2주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몇 백 달러를 모아 차에 옷가지를 싣고 베벌리, 아니 사실은 버뱅크로 왔었어요.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마침내 엑스트라 역을 따냈어요. 그땐 촬영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거웠지요. 로버트, 사실 난 당신의 영화 ‘회색 도시’에서도 엑스트라를 했었는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트로픽 선더’



로버트 다우니: 하하, 친구. 누군가 그 얘기를 해주더군. 난 사실일 리 없다고 했지. 그 파티 장면은 아마 22년은 족히 지났을 걸. 자네가 거기 있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단역이라도 맡게 힘써줬을 텐데. 난 이렇게 말했겠지. “저기 그 친구가 있어. 그를 봐!”



브래드 피트: 엑스트라로 1년 반 남짓 일했었지. TV 드라마 ‘댈러스’에서도 엑스트라를 맡기도 했어.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는데 무슨 용 빼는 재주라도 있었겠어?



앤 해서웨이: 그 이야기에 LA의 모든 배우가 위안을 느끼며 기뻐하겠군요. 난 열다섯 살에 버거킹 광고에서 엑스트라를 맡았어요. 기관지염이 심했는데도 연기가 너무나 하고 싶어서 꾹 참았죠.



샐리 호킨스: 저도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엑스트라로 나왔어요. 자자 빙크스와 함께 나온 몹신(Mob Scene)이었는데 열 번 남짓 반복해서 나왔죠.



프랭크 란젤라: 첫 번째 영화에서 난 꽤나 운이 좋았어. 제목이 ‘12개의 의자’였는데, 멜 브룩스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유고슬라비아인 300명을 지휘하는 걸 지켜봤거든. 정말 대단했지.



브래드 피트: 당신은 어려서부터 자신이 연기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았나요?



프랭크 란젤라: 일곱 살 때 알았지.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서는 ‘학예회에 나갈 꼬마요정들이 필요해’라고 말씀하셨지. 우리 형제간에 경쟁심이 발동했기 때문이기도 해. 우리 누나가 그때 연극의 주연을 맡았었거든. 그래서 내가 손을 번쩍 들어 꼬마요정 역할을 자임했었지.



로버트 다우니: 루크, 이젠 처음에 했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도 되겠죠? 영감을 줬던 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난 ‘나인 앤 하프 윅스’에서 당신과 킴 베이싱어의 연기가 생각나요.



미키 루크: 아마 나보다 자네가 더 잘 기억할거야.



로버트 다우니: 지금은 제가 입에 침 바르는 말을 하기엔 너무 컸죠? 그러니 이건 진심이에요. 그걸 봤을 때 제가 본 남자 역할 중에서 가장 섹시하고 가장 신비롭고, 복잡하며,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주 부끄러웠죠. 진짜 연기를 아는 사람이 하는 연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여튼 제 느낌이 그랬어요.



미키 루크: 사실 난 그 영화를 그런 식으로 찍고 싶지 않았어. 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보다 훨씬 튀는 영화로 찍고 싶었거든. 애드리언 린 감독도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킴이 그걸 원치 않더라고. 난 완전히 막 나가기를 원했는데….



브래드 피트: ‘엔젤 하트’에선 막 나갔잖아요.



미키 루크: 누가 그래?



브래드 피트: 그건 신화 중 하나죠. 내가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할리우드에 신(神)이 세 명 있었어요. 하나는 (숀) 펜이고 다른 하나는 (게리) 올드먼, 나머지는 당신이었죠.



미키 루크:‘엔젤 하트’를 하면서 많이 배웠지. 로버트 드 니로 맞은편에 앉았었거든.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내가 가진 한 가지 단점은 주의력이 산만하고 집중력이 약하다는 점이었지. 스포츠(레슬링)를 할 때도 그런 점이 부족해서 더는 성공할 수 없었지. 드 니로를 보면서 정말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됐지. ‘엔젤 하트’를 만든 앨런 파커 감독은 나를 이렇게 놀려댔지. “저기 저 사람 좀 보라고. 대사를 줄줄 외우잖아. 그런데 자넨 빌어먹을 아이스크림을 먹는 여자를 꼬실 생각뿐이야.”


프랭크 란젤라‘프로스트 vs 닉슨’



브래드, ‘번 애프터 리딩’에서 채드 펠트하이머 같은 완전한 바보를 연기할 때 등장인물에 대해 개인적인 편견을 털어버리기가 어렵던가요




브래드 피트: 장담컨대 내가 죽으면 그 영화로 내가 기억될 겁니다. 그 영화는 우리가 지난 몇 년간 경험했던 미국의 오만을 잘 그려냈거든요.



앤절리나(졸리)가 그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는 게 정말인가요?




브래드 피트: 봤어요. 촬영장에도 온 걸요. 내가 분장을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더군요. “솔직히 말해 성적으로 당신에게 끌리지 않기는 지금이 처음이야.”



배우들을 인터뷰하면 요즘은 특히 인터넷 때문에 공과 사를 구분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해요. 이 중에서 자신의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해본 사람 있나요?




브래드 피트: 뭔 소리예요? 그런 일을 도대체 왜 하죠?



한 번도 없단 말인가요?




브래드 피트: 한 번도 없어요. 사실 난 컴퓨터 조작법도 잘 몰라요.



블랙베리(e-메일과 웹 검색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를 갖고 있어요?




브래드 피트: 물론.



앤, 당신은 어때요? 구글에서 자신을 검색하지 않나요?




앤 해서웨이: 아니요.



프랭크 란젤라: 좋을 게 없지.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고 또 자만심이 부풀대로 부풀기 쉽거든.



샐리 호킨스: 인터넷에 오른 글은 절대로 믿지 말라는 얘기를 어떻게 생각해요?



로버트 다우니: 아뇨, 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한 걸요. 웃을거리가 많거든. 어떤 이들은 나에 대한 애정을 과장해서 표현하기도 하죠. 마치 나를 잘 아는 듯이 말이에요. 또 어떤 사람들은 다른 뭔가를 하느라 바쁜 와중에 채팅 사이트에 들어가 치사한 인신공격을 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이 정확히 집어내더라고요. 내 결점을 얼마나 잘 꼬집어내는지. 정말 재미있다니까.



브래드 피트: 홍보수단으로서 인터넷은 제어가 불가능해요.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되거든요. 그냥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결국 직접 뛰어들어 홍보를 해야 해요. 거기에 뛰어들어 개인 생활을 얘기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기 영화를 무시하는 꼴이 돼버리거든요. 정당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프랭크 란젤라: 난 화석화된 공룡이나 마찬가지야. 이번 영화(프로스트 vs 닉슨) 이전까지 난 홍보담당자도 없었거든. 이번엔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고용했지. 제작사는 내가 모든 인터뷰에 응하고 토크쇼에 나가기를 원했지만, 난 배우로서 신비로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배우의 모든 걸 다 알고 싶어 하지.

하지만 우리는 틈이 날 때마다 그것과 싸워야 해.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개인적으로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영화 속의 나를 믿지 않게 되거든. 그러니 그들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브래드 피트: 하지만 그런 견지에선 완벽하게 행동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봐요.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5년이란 세월을 고생했어요.

그래서 그는 제대로 대접받기를 원하죠. 그러니 반박할 건 하고 밝힐 건 밝혀야 해요. 앤 해서웨이: 이쯤에서 저도 실토해야 할 거 같네요. 구글에서 날 검색해봤느냐고 물었을 때 거짓말을 했어요. 사실 저도 검색을 하거든요.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기 때문에 부끄러워서 그렇게 대답했지만….



로버트 다우니: 잠깐만! 구글에서 자신을 검색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까?


브래드 피트‘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앤 해서웨이: 인터넷을 보면서 한동안은 배꼽을 잡고 웃었어요. 웃기는 얘기가 널려 있더라고요.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정보가 뉴스로 전파되는 상황이라 이전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거든요. 그 점이 아주 불편하죠. 브래드, 당신은 물론 더한 일도 겪었겠지만 눈 하나만 깜박여도 인터넷에 도배질이 된다는 사실이 끔찍하지 않나요?



브래드 피트: 요즘 연기자가 되려는 사람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넷 평에 신경 쓰면 초점을 잘못 맞추기 십상이죠.



로버트 다우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이언 맨’ 개봉 때문에 일본에 갔을 때였죠. 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를 걷듯이 당당하게 입국했어요. 그런데 그들이 이렇게 말했어요. [일본 사람들의 영어 발음을 흉내 낸다] “선생님 여권에 문제가 좀 있군요. 아주 심각한 범죄 활동(마약 복용)과 연관됐어요.” 난 “맞아요, 맞아”라고 응수했죠. “입국 신고서에 왜 그걸 적지 않았죠?” 난 “그냥 피곤해서 잊었어요”라고 대답했죠. “신문을 해야겠어요.” 나는 “신문이라고요? 좋아요. 합시다.” 6시간 뒤 난 신문실에 앉아 있었어. 그런데 한 여성이 들어오더라고요. “구치소나 교도소에 들어간 적이 있나요?” “두 군데 다 들어갔어요.” “얼마 동안이죠?” “16개월.” “1995년 첫 번째 위반한 죄목을 알고 있나요?” “너무 여러 번 체포됐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그럼 우리나라에 입국할 수 없어요.” 나중에 결국 그들은 내 기자회견을 위해 입국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어요. “하지만 다시는 일본엔 오지 마세요”라고 그들이 말하더군요. 그 뒤 우리는 도쿄의 ‘아이언 셰프(Iron Chef:유명 주방장)’ 레스토랑에 가서 최고급 고베 쇠고기 요리를 먹었어요. 그 다음 이틀간 내 몸이 반으로 구겨져 엄청 혼쭐났어요.



프랭크 란젤라: 뭔 소린지 도통 모르겠군.



로버트 다우니: 진짜 비싼 쇠고기를 먹었는데 그 때문에 식중독에 걸려 이틀 동안 토사곽란에 시달렸다는 말이에요.



프랭크 란젤라: 자기만 아는 용어를 사용하니 딴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지!



로버트 다우니: 그런 다음엔 영화 시사회장의 레드 카펫에 일본 로봇이 나타났어요. 그 로봇은 어마어마한 사케 통을 들고 있었어요. 난 크리스마스에 할 일이 있어서 그걸 다 마시면 곤란하니까 좀 치워 달라고 했거든요. 그들은 내가 로봇 ‘아이언 맨’으로 그 술통을 부숴 뚜껑을 열어주길 원하더라고요.



프랭크 란젤라: 그럼, 이쪽에 앉아 있는 분들[앤 해서웨이, 브래드 피트, 로버트 다우니]에게 뭐 좀 물어도 될까? 특히 당신들이 아주 인기가 좋기 때문에 묻는 거요. 영화가 돈이 되거나 되지 않는다는 홍보담당자들의 생각이 당신네들의 출연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혹 주변에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다음번엔 꼭 돈 찍는 기계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나?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다음에도 나는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겠다”고 말하나?



브래드 피트: 난 더 이상 나 자신을 입증해 보일 게 없어요. 유일하게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내가 관심이 있는 일을 하는 겁니다. 2년 전에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을 찍었는데 실패작으로 기록됐어요. 하지만 난 그 영화를 좋아했고 그 영화를 찍으면서 멋진 경험을 했어요.



로버트 다우니: 실패작으로 기록됐다면서?



샐리 호킨스: 말도 안 돼. ‘제시 제임스’는 정말 굉장한 작품인데….



브래드 피트: 고마워요. 그렇게 본 사람도 있죠. 내 요점은 내가 언제든 자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거죠. 내가 좋아하면 다른 몇 사람도 좋아할 거라고 믿어요. 내가 만족한다면 그건 하나의 새로운 발견인 셈이죠.



앤 해서웨이: 나는 늘 대안이 있어요. 영화가 잘 풀리지 않으면 다시 연극을 하면 된다는 게 전략이죠. ‘브로크백 마운틴’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찍은 후 그만큼 유명해졌으면 이젠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엔 실패하더라도 아무런 문제 없다고 생각했었죠. 나는 그걸 내 영화의 종점이라고 설정했어요. 그런 다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 ‘레이첼 결혼하다’를 찍고 스캔들로 오명도 썼어요(남자친구가 사기꾼으로 기소됐다). 그런데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유명해지더라고요. 정말 희한한 경험이었죠. 하지만 그런 인기는 너무나 일시적이어서 별 가치가 없다고 느껴져요. 그 이전에 나는 늘 원하는 걸 해왔어요. 내가 좀 더 나은 전략가로 상황을 잘 파악하면 좋겠어요. 하지만 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더 큰 흥미를 느껴요.



로버트 다우니: 이런 이야기는 인기에 도움도 안 되고 아내가 비밀로 하라고 했지만 말해야겠네요. 최근엔 내가 찍은 대형 상업 영화는 내 스스로도 만족스럽고 관객 반응도 좋아요. 하지만 인디 영화를 하면 돈도 안 되고 귀찮은 일이 너무 많아요. 그런 신통찮은 영화를 찍으면 선댄스 영화제에 가서 억지로 술도 마셔야 하지요. 그 다음은? 아마 3개월간 동네에서 셰익스피어 연극에도 출연해야 할 걸요.
샐리 호킨스: 나도 그래 봤어요.



앤 해서웨이: 난 그걸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배우인데 아주 잘해요. 가수로도 유명하죠. 하지만 그의 경력에서 가장 좋게 평가받는 건 결국 브로드웨이에 오르지 못한 쇼를 위한 브로드웨이 사전 공연이었어요. 자녀 3명을 키웠고 아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이건 불공평하잖아요.


샐리 호킨스‘해피 고 러키’



하지만 앤, 어머니가 유튜브에 올라 있잖아요.




앤 해서웨이: 엄마가 왜요?



아주 멋진 노래를 하는 장면이 올라 있는데요.




앤 해서웨이: 아, 그래요? 난 몰랐어요. 다들 한번 보세요. 뉴스위크 기자들은 꼭 봐야 해요. 우리 엄마가 얼마나 잘하시는데요.



앤, 조너선 뎀이 망가지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당신의 재능을 알아본 첫 감독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감독의 눈을 어떻게 믿게 됐죠?




앤 해서웨이: 조너선은 인간으로서 멋지고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친절하다고 생각해요. 뭘 숨기고 말고 할 게 없어요. 아무리 숨겨도 그의 눈에는 보이는 듯해요. 그는 그 점을 공개적으로 말해줬고, 내가 상처받을까 봐 신경도 써줬어요. 그는 어느 정도는 심리치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브래드 피트: 성적으로 이끌리는 점도 무시하지 못하겠지.



앤 해서웨이: 물론 그런 점도 있죠.




프랭크 란젤라: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이 방면에서 오래 일해 왔잖아? 우리는 배우라서 어둠에서 빛으로 나가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지. 감독이 “액션!”이라고 하면 갑자기 렌즈 앞에서 벌거벗는 기분이라는 걸 우리만이 알 수 있거든. 그래서 배우가 얼마나 약한 인간인지 이해해주는 감독이 필요해. 감독은 말 한마디로 배우의 영혼을 박살낼 수 있거든. 만일 내가 감독을 믿는다고 느끼면 난 그에게 모든 걸 다 바칠 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난 속으로 이렇게 되뇌지. “간섭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둬. 내게 상처주지 말아줘. 나를 돕지 못할망정 적어도 날 다치게 하진 말란 말이야!”



샐리 호킨스: 마음을 여는 동시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 하죠. 작품을 많이 해도 바로 지난번 작품의 수준 이상은 안 되는 것 같아요. 늘 어렵고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샐리, 마이크 리 감독과 일하기 시작했을 때 ‘해피 고 러키’는 바로 당신을 위한 영화란 걸 몰랐다는 게 사실이에요?
샐리 호킨스: 운이 좋으면 괜찮은 배역을 맡을 거라 생각했지만 얼마나 좋은 역을 맡을지는 몰랐죠.




로버트 다우니: 늘 낙관적이고 명랑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영화를 찍는 도중 내내 그런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전해 들었는데 정말이에요?



샐리 호킨스: 그 역할은 겉으론 늘 긍정적이고 명랑하지만 내면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죠. 절대 단조롭지 않아요. 나는 늘 어두운 면을 드러내려 애썼어요. “그래, 그녀는 이럴 수 있어!”라며 나를 독려했어요. 하지만 마이크는 집요하게 동정심이 많은 요정 같은 인물을 연기하라고 요구했어요.



여러분 중 몇몇은 영화를 찍는 동안 등장인물에 몰입해 혼연일체가 된다고 들었어요. 프랭크, 당신은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대통령 각하라고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지요?




앤 해서웨이: 재밌다.



프랭크 란젤라: 영화를 찍기 전엔 아니야. 난 동료들과 둘러앉아 도넛을 먹으며 케빈 베이컨과 음담패설을 즐기곤 했지.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면서 난 론 하워드 감독에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닉슨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어. 나를 둘러싼 긴장감이 팽팽해야 하기 때문이야. 내가 카메라를 벗어났다고 해서 극중인물을 버리고 농담을 하기 시작하면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느낀 위협을 느낄 수 없거든. 그래서 32일 동안 계속 그랬지.



아직도 사람들한테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길 청하나요?




프랭크 란젤라: 침대에서만 그렇지. 브래드, 자넨 어때? ‘벤저민 버튼’에서 6개월 된 아이 역을 연기할 때 그 상황을 일상에서도 했었나?



브래드 피트: 하지만 그 아이는 실제로 내가 연기한 게 아닌 걸요!



브래드, ‘어린 늙은이’ 버튼을 연기할 때 그를 실제 늙었다고 생각했나요, 아니면 몸만 늙은 아이라고 생각했나요?




브래드 피트: 몸만 늙은 아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프랭크가 더 어려운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도 잘 알려졌고 만화처럼 정형화된 닉슨 역할을 했잖아요. 어떻게 그런 정형화된 인물의 틀에 갇히지 않고 인간성을 부여할 수 있었는지… 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나한테는 그게 수수께끼예요.



프랭크 란젤라: 미국 배우와 영국 배우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이 많지. 영국 배우들은 외부에서 접근하지만 우리 같은 미국 배우들은 내부에서 접근한다고 말이야.



브래드 피트: 나는 그걸 정신적 정화라고 말하고 싶어요. 오늘 여기 나온 여러분 모두는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을 갖고 있는 듯하군요. 샐리, 포피는 아주 화려한 색상의 옷이 그렇고, 프랭크, 당신은 가발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로버트, 당신은 ‘트로픽 선더’에서 흑인 분장을 해야 하는 게 걱정스럽던가요?


미키 루크‘레슬러’



로버트 다우니: 벤 스틸러 감독 겸 주연이 내게 출연을 제안한 것 자체가 희한했죠. “이러이러한 코미디 영화가 있는데 ‘화이트 칙스’(두 명의 사고뭉치 흑인 형사가 백인 여자로 위장하고 벌이는 해프닝 영화)와 비슷한 유형이지만 설정이 정반대야. 백인이 흑인으로 분장해야 하거든.”

난 이런 발칙한 발상이 다 있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미가 당겼죠. 아버지(영화제작자인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가 1968년 ‘푸트니 스우프’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광고회사를 인수하는 흑인에 관한 영화였어요. 광고와 인생, 그리고 권력을 얻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한 혁명적인 영화였죠.

이 영화의 내레이션을 아버지 혼자서 하셨어요. 그래서 흑인 배우의 목소리도 아버지의 목소리였죠. 참 희한하죠? 때로는 아버지가 했던 역할이 내 인생의 여정에 되돌아온 느낌이 들거든요. 난 그 영화를 하기로 결정했고 2주 뒤 하와이에 갔어요. 분장 테스트를 했는데 제대로 됐죠. 바로 그거예요.

뭔가 두려움을 느끼면 바로 그것을 해야 해요. 나는 그 역할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군림하고 반감을 갖게 하고 괴상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유대인인 벤 스틸러 감독에게 유대인을 비하하는 발언까지 했는걸요. 그게 인종차별주의자의 언행이라고 인식했거든요.



극중인물에 실제 몰입했다는 얘기지요?




로버트 다우니: 재미있더라고요. 영화 자체가 터무니없는 내용이었거든요. 하지만 자기 역할에 몰입하는 건 너무나 현실적이에요. 앞서 말한 닉슨에 관한 이야기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보통 땐 달라요. 그런 순간이 닥치면 마치 뜨거운 불에 대인 듯 몸을 움츠리곤 하지요. 벤 스틸러는 정말 잘하더군요. 나는 머리가 약간 돌아서 그냥 즐겼어요. 단 하나 ‘완전 또라이’ 장면은 내가 좀 연구를 했어요. 하지만 나머지는 대사를 대충 훑어보고 좀 더 낫게 대치하려 애썼어요. 어떻게 하면 음향 담당자를 배꼽 잡게 만들까 궁리했거든요. 하지만 그의 얼굴엔 미동도 없더라고요.


샐리 호킨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웃겨요?



로버트 다우니: 울고불고 온갖 짓을 다해야 했지. 벤은 진짜 까다롭게 굴었어요. 한번 상상해봐요. 그는 말하자면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뒤로 팔이 묶인 채로 영화를 찍은 셈이야. 그 같은 성격에 그건 정말 힘든 일이었을 거야. 미키, ‘레슬러’에서 당신의 역할은 연기라는 느낌을 주지 않을 만큼 실감 나더군요.



미키 루크: 정말 힘들더군. 예산이 충분치 않아 촬영 초기에 실제로 내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어. 오히려 그게 다행스럽더라고. 감독의 신뢰 문제를 말하자면 난 그를 신뢰할 뿐만 아니라 존경했지. 많은 배우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지 막상 카메라 앞에선 일을 망치잖아.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은 철저한 사전 연구를 해. 아주 비상한 재주를 가졌지. 그는 나를 몰아붙여 내가 가진 최고의 연기력을 뽑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더군.



브래드 피트: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찍었다고 들었는데 정말 끔찍한 일정이었겠네요.



미키 루크: 정말 힘에 부쳤어. 7개월간 살을 찌우고, 4개월 동안 레슬링 연습을 했지. 돈 한 푼도 못 받고, 지시한 대로 해야 했지만 제작진 앞에서 싫은 기색도 못했지. 난 감독이 정말 머리가 비상하고 배짱도 있다고 생각했어. 예산이 정말 형편없이 적더라고. 레슬링 장면을 찍을 때 실제 경기가 열리는 곳을 택했는데, 촬영을 신속히 진행해야 했어. 난 내 역할을 꿰고 있어야 했고 상대는 내 움직임을 다 알고 있어야 했지. 실제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세 번을 찍었어. 300명의 광분한 레슬링 팬 앞에서 촬영을 하자니 부담감이 엄청나게 컸었지.
상처도 많이 입었어요?



미키 루크: 물론이죠. 내가 누구에게 내 모든 걸 줘본 지 10년이 넘었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자 기분이 아주 좋았죠. 사실 어떻게 느꼈는지 잘 생각나지도 않아. 80년대 왕년의 레슬링 스타들인 릭 플레어, 브루투스 비프케이크 등이 모두 시사회에 왔었죠. 우린 그들한테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에 마음이 아주 조마조마했어요. 그런데 프로레슬러로 명성을 떨쳤던 로디 파이퍼가 영화를 보면서 울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모두는 그런대로 우리가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지.



앤 해서웨이: 나도 어릴 땐 파이퍼의 인형을 갖고 놀았는데….



미키 루크: 아주 멋진 레슬러지.



로버트 다우니: 배우들과 입씨름 하면서 배우를 힘들게 하는 감독이 최고인 거 같아요. 그래야만 수동적·공격적 성격장애증에 걸리지 않을 테니까. 분노를 속으로 키우지 않는다는 얘기죠. 가이 리치(‘셜록 홈스’에서 다우니를 감독하고 있다)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봐, 자넨 말이야 정말 못된 존재야.

모두가 그렇게 느낀다고!” 그러면 난 이렇게 응수했죠. “진짜요? 그럼 당신은 레인 맨이야. 머저리하곤….” 그런 식으로 서로 속내를 다 털면서 풀어요. 그때 아내가 거기에 있었는데 정말 아슬아슬했죠. 하지만 그렇게 모든 걸 털어놓으면 다음날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할 수 있었어요. 과거는 과거이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생각한 거죠.

뒤끝이 없는 거죠. 난 감독과 친밀한 관계를 원해요. 다른 사람이 끼어들 수 없는 그런 관계죠. 하지만 감독들은 그런 걸 원치 않더군요. 그런 관계가 되지 않으면 난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감독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죠. 때로는 거기에 지위 관계가 있기도 해요.

올리버 스톤 감독과 영화를 찍을 때 나는 그의 의자 아래에 앉아서 손을 뻗쳐 그의 손을 잡았어요.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자네 말이야, 어젯밤 술집에서 마치 독도마뱀처럼 굴더군.”


샐리 호킨스: 저는 마이크 감독과 일할 때 즉흥 장면을 내가 아주 잘했는데 마이크는 그걸 쳐다보지도 않고 차 뒤에서 잠만 자고 있더군요.



로버트 다우니: 그는 차 안에서 연출을 하는 건가?



샐리 호킨스: 그게 아니라 런던 거리에서 실시간 운전 교육을 하는 즉흥 장면이었어요. 며칠을 그렇게 하다 보니 마이크는 뒷좌석에 누워 있더군요.



그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나요?




샐리 호킨스: 아뇨. 속기실력이 뛰어난 대본 감독을 같이 태워 메모를 하게 한 다음 리허설에 들어가서 그것을 다시 갈고닦아 대본을 만들어요.



이제 미국에서 일하기로 했나요?




샐리 호킨스: 그러고 싶어요. LA는 이번이 두 번째예요.



프랭크 란젤라: 애도를 표해야겠군.



미키 루크: (이런 무시무시한 곳은) 될 수 있으면 빨리 떠나는 게 좋을 텐데!?



앤 해서웨이: 한 가지 여쭤볼게요. ‘레이첼 결혼하다’를 포함해 우리 세 명은 휴대용 카메라로 영화를 찍었잖아요. 그런데 미키, 그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미키 루크: 아주 큰 도움이 됐지. 난 같이 영화에 출연한 에번 레이첼 우드를 알지도 못했어. 우리는 서로 자기 소개도 하지 않았지. 우리가 함께 찍은 장면은 진짜 복잡하고 어려웠거든. 하지만 소형 휴대용 카메라의 이동성 덕분에 그렇게 많이 찍지 않아도 됐어. 세 번을 찍으면 난 두 번까지 전력을 다해버리거든. 세 번째 찍을 때 감독이 이렇게 말했어. “미키, 그녀의 연기를 봐. 자넨 정말 밥맛이야.” 그러면 난 이렇게 대답했지. “그래, 그녀가 잘하고 난 밥맛이야. 하지만 이미 두 번이나 잘 찍은 게 있잖나. 뭐가 불만이야.”



브래드 피트: 여기 앉아서 생각해 보니 그렇게 30년 동안이나 험난한 세월을 헤치고 영화로 성공한 세 명의 선배 배우와 내가 함께 앉아 있네요. 그 자체가 정말 대단한 업적이에요.



프랭크 란젤라: 난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이가 많거든.



브래드 피트: 그럼 40년인가요? 아니면 거의 50년?



미키 루크: 잠깐만. 난 중간에 10년이나 쉬었거든.



로버트 다우니: 당신은 10년을 쉬었다고 하지만 난 25년 동안 알코올 중독에다 마약에다 내 몸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그동안 65편 가까운 영화를 찍었어요. 그 일 때문에 버텨낼 수 있었어요. 다음날 촬영 계획이 있는 것이 내 삶에서 유일한 안정제였거든요. 내가 당신에게 물을 게 있어요, 미키, ‘아이언맨 2’에 출연하는 걸 고려해줄 수 있어요?



미키 루크: 자네와 함께 말이지? 그렇다면야.



그럼 약속이 된 거예요?




로버트 다우니: 아니죠. 난 그에게 단지 고려해 달라고 했을 뿐인 걸요. 그게 다예요.



앤 해서웨이: 로버트, ‘프린세스 다이어리 3’에 출연을 고려해 주실래요? 나와 함께 말이에요. 그게 내 질문이에요. [웃음]



이제 마칠 시간이 됐어요. 모두 수고하셨어요.




프랭크 란젤라: 이건 반드시 기록해 둬요. 난 여기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인데도 대담 도중 한 번도 화장실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오.



오스카, 누구 품에 안길까

아카데미상은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아카데미상은 아카데미 회원이 선정한다. 배우조합, 감독협회, 촬영감독협회 같은 부문별 직능단체에서 특정한 실적이 있는 이들이 아카데미 회원으로 추천된다.

평론가, 신문기자, 극장업자, 영화팬들은 자격이 없다. 아카데미는 노미네이션(nomination)이라는 후보 형태로 먼저 선출된다. 회원 자신이 소속한 부문에서 각각 5편(연기부문은 주연, 조연의 남녀배우 각 5인)의 후보를 기명으로 투표한다. 여기서 뽑은 5편(혹은 5사람)을 알파벳 순으로 수상식이 있기 6주 전에 발표한다.

노미네이션(후보 지명)만으로도 대단한 영예다. 최종 투표에는 현역에서 활약하는 400여 명의 회원만이 참여한다. 전 부분에 걸쳐 각 1편을 무기명으로 투표해서 수상작을 가린다. 올해의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22일 LA 할리우드 코닥 시어터에서 배우 휴 잭맨의 사회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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