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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창조기업’ 으로 중산층 저변 확충할 것

‘1인 창조기업’ 으로 중산층 저변 확충할 것


3월 23일 오후 광화문 KT빌딩 12층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49) 위원장이 이경순 누브티스 대표와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지난해 6월 1기 청와대 수석들과 함께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자리에서 내려온 지 8개월, 장관급인 미래기획위원장으로 복귀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돌아온 곽승준’은 여전히 강했지만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대담 내내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곽 위원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주재한 전체회의를 통해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의 핵심 정책인 ‘휴먼뉴딜’을 공개했다. ‘녹색뉴딜’과 ‘휴먼뉴딜’을 정책의 양대 축으로 삼아 이번 경제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곽 위원장의 말이 언론을 통해 한창 전파되고 있을 즈음 그를 만났다.

MB의 정책 브레인인 곽 위원장과 이 대표의 대화 행간에서 향후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를 읽기 충분했다. 이경순: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이어령 교수의 특강에 갔다가 한국은 앞으로 김치로 먹고살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말이었지만 지금 그렇게 돼 가는 것을 보면서 감탄을 합니다.

지금 면세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게 김치 아닙니까. 이어령 교수님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다시 되새겨집니다. 그런 면에서 곽 위원장의 고충이 크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곽승준: 김치도 그렇지만 한식 자체가 한국의 중요한 미래 먹을거리 산업입니다. 지금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특급호텔이 두세 개에 불과합니다.

자체 수익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결과겠지만 아쉬움이 크죠. 예전처럼 애국심과 한국적 유대감을 강조해서 되는 일은 아니고 인센티브 같은 추진 동력을 줘야 하겠죠. 한식은 우리의 미래산업 가운데 아직 세계화가 안 돼 있는 만큼 이를 활성화할 잠재력도 크다는 게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작업도 준비 중입니다.



로버트 죌릭 세계은행 총재의 언급 주목




이경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 때부터 MB다운 정책에 대해 같이 고민하시지 않았습니까? 요즘은 대통령과 어떤 이슈로 소통하고 계십니까.
곽승준: 대통령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철학은 언제나 ‘따뜻한 시장경제’입니다. 대통령도 저도 우리가 미래를 설계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들은 간단합니다.

정부는 잘사는 사람 그리고 잘하는 기업을 특별히 지원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대신 과거처럼 이들의 발목을 잡는 일만 삼가면 되죠. 기업들이 투명경영을 하고 세금을 잘 내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회 풍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은 국민에게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이 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시장경제의 이치 아닙니까. 여기에 보태 저희는 정부가 소외된 사람과 시장경제에서 탈락한 사람들 그리고 영세자영업자들과 신용불량자들을 다시 시장경제 시스템 안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대로 된 역할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철학 위에서 우리가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고요.




이경순: 그 기본골격을 어떻게 설정하고 계신지요?
곽승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먼저 작은 정부입니다. 공공부문의 개혁이 있어야 합니다.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야만 작은 정부가 가동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이자율을 내리고 자금을 풀었다고 해서 투자와 소비로 직결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거죠. 시스템이 불합리하면 잘 돌아가지 않는 법입니다. 또 하나는 그동안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아왔던 규제들을 완화하는 것입니다.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정부의 기능이 더 강화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금융서비스 수준은 초등학생 수준입니다. 초등학생이 사고 좀 쳤다고 대학에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개방화 원칙이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70~80%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금 경제위기도 해외에서 시작된 거죠. 한국이 경제회복기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일어날 수 있는가는 해외시장과의 교류에 달렸습니다. 개방화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곽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내놓았다. 녹색뉴딜은 물론 휴먼뉴딜에서 미디어법 통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이는 대통령과 정책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2001년부터 함께 ‘MB노믹스’를 집대성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대통령 선거 때는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정책기획팀장을 맡았다. 금산분리, 산업은행 민영화 등 정부 주요 정책에는 곽 위원장의 손때가 묻어 있다.



이경순: 최근 한국경제가 어렵습니다. 누구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민들은 더욱 힘듭니다. 이 경제난을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곽승준: 경제문제는 윤증현 장관의 새로운 경제팀이 컨트롤 타워가 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 장관과 제 생각은 일치합니다. 일단 현재 경제위기와 10년 전에 겪었던 외환위기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10년 전에는 예컨대 폭탄을 맞아서 사망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살아남을지 또 누가 죽을지 알아내기 힘든 모호한 상황입니다.



공교육 경쟁력 확보하고 입시제도도 손봐

일각에서 왜 구조조정을 빨리 하지 않느냐고 얘기하는데 이는 쉬운 게 아닙니다. 이럴 때는 항생제를 주는 것처럼 먼저 선 자금지원이 우선입니다. 자금을 지원해 살아남을 자와 못 남을 자를 나눠야 합니다. 그렇지만 경제위기라고 해서 작은 정부, 규제완화, 개방화 같은 개혁을 등한시하고 미룬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한국은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버트 죌릭 세계은행 총재가 ‘한국이 위기에서 가장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국가’라고 얘기했습니다.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죠.



이경순: 그렇지만 정책마다 반대에 부닥쳐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곽승준: 지금 국민이 ‘미래’라는 말을 듣고 떠올리는 것이 무엇입니까.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보다는 바로 ‘두려움’입니다. 당장 6개월 후에 자신이 직장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를 두려워한다는 말입니다.

미래란 기대와 희망을 갖고 두근거리며 기다려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터널을 지나면 희망 찬 밝은 빛이 비칠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저희는 ‘휴먼뉴딜’을 ‘녹색뉴딜’과 함께 국정운영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선포식을 했습니다. 휴먼뉴딜은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핵심은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경제가 발전한 선진국일수록 중산층이 두껍습니다. 중산층은 세금을 내고 소비를 하는 경제의 주축이기 때문입니다.



이경순: 중산층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30~40대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이번 한파로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중산층을 두껍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이 있습니까?
곽승준: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복지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빈곤층이나 그 바로 위 차상위층도 중산층으로 올려야 하고 탈락을 방지해야 합니다.

서민들은 가계 수입을 인위적으로 늘릴 수 없습니다. 결국 비용을 줄여야 가계가 건전해집니다. 가계 비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교육비, 주거비, 보육비 아닙니까? 사교육비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줄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이경순: 그렇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지 않고서는 서민들이 허리를 펼 수가 없죠.
곽승준: 사교육비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공교육 경쟁력을 확보하고 입시제도도 손봐야 합니다. 우수한 여성인력을 쓰려고 할 때 걸림돌은 보육비죠. 이처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교육비, 보육비 등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더구나 중산층은 직장을 잃게 돼도 공공 일자리로 가지 않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는 이들을 구제할 수 없다는 얘기죠. 정부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1인 창조기업을 권장하려는 이유입니다. 제도 개편과 함께 세제혜택도 줄 계획입니다.



이경순: 공공개혁의 전도사시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공공개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음 위원장께서 시작하셨던 때와 비교해 지금의 진도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곽승준: 대표적으로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기술보증보험과 신용보증보험, 산업은행 민영화가 있습니다. 산은 민영화는 정책금융공사법이 통과돼 정책파트와 투자은행 파트를 분리해 매각할 예정입니다.

주공과 토공 통합법은 4월에 다시 논의됩니다. 기보와 신보 통합은 아직 법이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70%가 이들 공공부문의 개혁을 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을 다 잘해도 이 일들을 못하면 공공개혁은 힘들어집니다. 곽 위원장은 대학교수 시절 ‘랩 부르는 교수님’으로도 유명했다.

친화력이 뛰어나고 유머가 풍부해 젊은 학생들과 거리낌없이 어울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교수였다. 하지만 곽 위원장이 랩을 부르게 된 것도 다 명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경순: 요즘도 랩을 즐기십니까?
곽승준: 하하. 제가 2001년부터 6년 동안 고려대 신문사의 주간 겸 편집인을 했습니다. 이 자리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자립니다. 함께 끌고 나가야 할 학생기자가 40명이나 됩니다. 아이템 회의를 함께 하다 보면 학생들이 내놓는 1면 톱기사 거리로 참 대단한 것이 많이 나옵니다. 기사 아이템 내용의 문제라기보다는 소통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학생기자들과 툭 터놓고 대화하면서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결국 학생들 사이로 파고들어가야 합니다. 그들과 같이 호흡하다 보면 답이 나옵니다. 학생기자들과 노래방에 가서 저 혼자 ‘삼포로 가는 길’을 부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다시는 같이 가려고 안 할 겁니다.



이경순: 소통을 위해 랩 세계로 뛰어들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한데요.
곽승준: 사실 랩을 부르기 위해 나름대로 피나는 연습을 했습니다. 저희 세대에는 생소한 리듬이니까 연습을 많이 해야 했죠. 차 안에서도 듣고 혼자 MP3플레이어를 들어가며 백 번 이상 반복 연습했습니다.



젊은 대학생 기자와 소통 위해 랩 익혔다


그러다 보면 학생들과 대화가 되고 함께 호흡하게 됩니다. 지금도 가끔씩은 랩을 하죠. 자주는 아니고, 지금 제 최신곡은 빅뱅의 ‘붉은 노을’입니다. 랩과 함께 문자메시지도 연습 많이 했습니다. 학생들은 소통의 방법으로 전화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를 선호합니다. 문자 보내는 연습까지 했습니다. 이모티콘, 그거 공부 안 하면 잘 모릅니다.(웃음) 결국 소통하기 위해 랩을 하고 문자메시지를 열심히 보낸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이경순: 지난해 ‘노 타이’로 유명하셨는데, 오늘은 타이를 매셨네요.
곽승준: 제가 지난해 여름 청와대로 출퇴근할 때 잠깐 그랬던 건데 의외로 많은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네요. 그냥 더워서 안 맸습니다. 제가 청와대 수석을 할 때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넥타이를 안 맸었죠.

그러다 보니 다른 분들도 점점 많아졌고 나중에는 자체적으로 안 매는 것으로 정하기도 했었죠. 사실 넥타이 매고 안 매고에 따라 여름에 체감온도 차가 1~2도씩 납니다. 유가가 높아서 트렌드가 그렇게 갔던 것 아닌가도 싶네요.



이경순: 불황기에 넥타이가 오히려 더 많이 유행하기도 합니다. 불황이니까 비싼 양복을 새로 사서 멋을 낼 수 없으니까 그 대신 넥타이로 멋을 내는 사회 분위기도 있죠.
곽승준: 아, 디자이너다운 해석이군요. 잘 새겨 듣겠습니다.



이경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 위원장과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계시는데요. 세 분이서 새벽까지 불 켜놓고 사무실에서 많은 고민을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주 만나시나요?
곽승준: 같은 건물에 같이 있어서 그런 것이지 절대 정책사랑방 같은 건 없습니다. KT빌딩으로 오게 된 것은 예산절감 차원인 부분이 많습니다. 최시중 위원장, 강만수 전 장관은 예전부터 알던 분들이니까 가끔 인사 드리러 뵙는 것이죠. 알려진 것처럼 정책사랑방은 아닙니다.

광화문 KT빌딩에는 1년 전부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최시중 위원장에 이어 올 들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2월 중순에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경쟁력강화워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이 빌딩으로 출근을 시작하면서 새삼 주목 받고 있다.

곽승준 위원장이 이끄는 미래기획위원회가 ‘휴먼뉴딜’을 내놓아 회자되면서 강만수 전 장관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통해 내놓을 슬로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경순: 갈수록 디자인이 경제와 사회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 발표하신 ‘1인 창조기업’도 같은 맥락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도권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자신만의 예술을 하는 젊은 디자이너가 많습니다. 특히 디자인 산업에서 더 그러합니다. 일자리는 한정됐고 인재들은 넘치는 데다 유통경로가 상당히 왜곡돼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백화점 유통망이 제대로 기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디자이너가 많습니다. 일례로 백화점은 평당 매출액이 저조하면 수시로 디자이너 숍을 철수시키기도 하죠. 물론 시장경제 논리가 작용하기도 하지만 창의적인 젊은 디자이너들은 무척 힘들어 합니다. 1인 창조기업은 그런 면에서 디자인 산업에도 상당히 효과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뭐 하나만 잘 만들어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클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곽승준:청년들 일자리를 양적으로 늘린다고 해서 실업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늘려야겠죠. 그중 하나가 금융서비스죠. 청년들은 금융서비스 산업이 자신들에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를 늘려야 합니다. 두 번째가 문화콘텐트 사업입니다.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방송통신 융합부터 시작해 대혁명이 시작될 것입니다. 1990년대 IT붐이 일어나면서 다소 부작용도 있었지만 결국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IT를 한국의 대표산업으로 살려 놓았습니다. 이번에는 문화콘텐트 산업에서 붐을 일으켜 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콘텐트 산업이야말로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이기 때문이죠. 말씀하신 대로 청담동이나 홍대앞에서 좌판 등을 하는 능력 있는 청년도 많죠. 이 부분은 다소 다른 논리긴 하겠지만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회복기 크게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이경순: 청년실업자들에게 막연하게 눈높이를 낮춰 3D산업에 가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능력을 지닌 청년실업자가 모두 그곳에서 일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곽승준: 인구 5000만을 먹여 살리려면 첨단산업도 중요하고 제조업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비스산업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죠. 디자인 등 문화산업 그리고 금융산업 같은 서비스산업의 고용창출효과는 무척 큽니다.

1990년대 들어서 중·고등학생들이 팝송 대신 가요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큰 역할을 했던 게 ‘서태지와 아이들’의 파워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음악산업이 굉장히 커졌죠. 한국영화도 마찬가지로 ‘쉬리’ 이후 부흥기를 구가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두 부문 모두 시들합니다. 음반시장도 한국영화 시장도 굉장히 안 좋아졌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불법복제 때문입니다.



이경순: 도덕성 혹은 윤리성이 결여된 때문이죠.
곽승준: 물론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불법복제를 막을 것입니다. 여기에 미디어법에 나오는 무한 경쟁시대를 열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면 산업 부흥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문화산업의 발전을 쥐고 있는 것이죠.



이경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청년들이 해외 어디든 원하는 곳에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10년, 20년 후에는 나라의 힘이 되지 않겠습니까?
곽승준: 정부도 10만 글로벌 인재양성을 목표로 인턴제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남이 시장에 가니 나도 시장에 간다’는 말이 있죠. 밴드왜건 효과가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바람(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에게서 역동성의 DNA를 봅니다. ‘다이내믹 코리아’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어두운 경기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와 밝은 빛을 만나는 경기 회복기에 단번에 크게 치고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이런 역동성에 기인합니다.



이경순: 그렇다고 개혁과 부패척결 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곽승준: 물론 그냥 되는 것은 아니죠.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개혁정책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작은 정부, 규제완화, 개방화 같은 개혁정책들이 성공했을 때에야 역동성의 위력이 배가될 것입니다.

앞으로 세계경제가 좋아질 때 함께 빠른 효과를 얻어야 하니까 개방화가 필요하고, 잘 안 돌아가는 시스템은 바꿔줘야 하니까 작은 정부와 공공부문 개혁이 필요하며 규제완화를 시켜줘야 민간 중심의 경제가 힘을 얻습니다. 이런 개혁정책들이 성공할 수 있는 미래의 정책들을 궁리하는 게 지금 제 일입니다.

녹색뉴딜과 양축…‘미래 중산층’ 육성 카드
휴먼뉴딜이란
정부가 조직적으로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집행해 경기부흥을 꾀하겠다는 정책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23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 등 관계부처 장관 등과 함께 대통령 주재 전체회의에서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녹색뉴딜로 하드 인프라를 조성하고 휴먼뉴딜로 소프트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휴먼뉴딜은 우리 경제의 위기 대항력과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미래 중산층’을 크게 늘리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중장기적으로 중산층을 늘리고 육성할 계획이다. 휴먼뉴딜 정책은 앞으로 매월 열릴 관계장관회의와 당정협의회를 통해 다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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