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시대를 끝낸다”
“타이거 우즈 시대를 끝낸다”
1 타고난 자질이 뛰어난 로리 맥일로이 2 프로 무대에 뛰어든 대니 리 3 아시안투어를 뛰고 있는 노승열 4 ‘수줍은 왕자’로 불리는 이시카와 료 |
세계 골프 투어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북아일랜드의 로리 맥일로이(19), 뉴질랜드의 대니 리(18·한국 이름 이진명), 한국의 노승열(17), 그리고 일본의 이시카와 료(17)가 주인공이다. 꽃미남 같은 외모에 호쾌한 드라이버 샷과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33세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이들의 활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와 다른 세대지만 보기 좋아요. 골프계에도 젊은 피가 필요하죠.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우승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속마음도 그럴까? 골프 선수의 전성기는 30대라는 말이 있지만 무릎 수술 이후 재기의 칼을 갈고 있는 타이거 우즈로선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이들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이미 정규 투어에서 우승까지 따낸 무서운 10대들이다.
로리 맥일로이 천재성 타고난 북유럽의 샛별
아일랜드 출신의 PGA투어 프로 대런 클라크는 “열서너 살의 로리를 처음 본 순간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바로 알았다”고 회고한다. 올해 초 두바이데저트클래식에서 예선 2라운드를 함께했던 마크 오메라는 “그 나이 때 우즈보다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US오픈 우승자인 호주의 제프 오길비 역시 “1년 안에 세계 랭킹 2, 3위 안에 들 정도로 훌륭하다”고 극찬한다. 스윙 코치인 밥 토런스는 “스윙은 기름을 바른 것처럼 매끄럽고, 약점이라곤 전혀 없다”고 자랑한다. 그래서 평소 토런스는 특별한 레슨 없이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니 지금 그대로만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로리 맥일로이는 타고난 자질을 보였다. 북아일랜드의 할리우드GC 바(Bar) 매니저였던 아버지의 골프채를 잡은 게 2세 때였다. 이때 드라이버 샷을 40야드나 보내면서 골프 천재의 탄생을 알렸다. 7세 때는 골프장 회원 자격을 가질 정도였다.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첫 승을 올리며 세계 정상에 올랐을 때 맥일로이도 세계 8~9세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제 또래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07년 하반기에 유로피언투어 로 데뷔한 뒤 첫해 상금 랭킹 96위, 지난해는 오메가마스터스에서 2위를 하면서 36위까지 올랐다. 세계 골프 랭킹 50위 이내 선수 중에서는 그가 가장 어렸다. 올해는 두바이데저트클래식에서 우승해 4월 12일 현재 유로피언투어 상금 랭킹 3위(88만5041유로)에 올라 있다.
대니 리 최연소 우승 기록 제조기
대니 리는 타이거 우즈가 세웠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8월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18세 1개월로 우승하면서 우즈가 가진 최연소 우승 기록(18세 7개월)을 반년 앞당겼다. 올 초 앤서니 김, 카밀로 비예가스 등이 참가한 조니워커클래식에서 18세 나이로 우승해 남아공의 데일 헤이스가 1971년 스페인오픈 우승 때 세웠던 최연소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마스터스대회 참가 후 프로로 전향한 대니 리에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북아일랜드의 민요 ‘대니 보이’에서 따온 가톨릭 세례명을 땄다. 인천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1학년이던 98년 말 티칭 프로였던 어머니 서수진 씨에게 골프를 배웠다. 국내에서는 국가대표 상비군에 들 정도로 전도유망했지만 아버지의 간병을 위해 2002년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2005년부터는 미국 아마추어 무대를 본격 노크하더니 지난해 7월 메이저 대회인 웨스턴아마추어챔피언십과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최연소 챔피언이 되면서 타이거 우즈에 이어 두 번째로 두 개의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미국 언론은 ‘제2의 타이거 우즈’라고 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2007년 매경오픈에 참가해 전체 3위와 아마추어 1위를 한 것이 유일하다. 올 10월 한국오픈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국적은 뉴질랜드지만 식습관은 한국적이다. 즐기는 음식은 김치찌개와 육개장이고 가끔 끓여 먹는 라면을 좋아한다.
노승열 최연소 국가대표 된 장타자
앳된 외모와 호리호리한 몸매에서 어떻게 300야드에 육박하는 드라이버 샷이 나올까 싶다. 초등학교 1학년인 7세 때 아버지 노구현 씨의 손을 잡고 골프 연습장을 간 것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계기다. 자질을 발견한 아버지는 강원도 고성 앞 바닷가를 매일 뛰면서 지구력을 키우고 하체를 단련시켰다.
2005년 13세 8개월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에 선발된 노승열은 그 해 허정구배 제52회 한국아마추어선수권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더니 2006년엔 매경오픈에서 공동 3위, 아마추어 1위에 올랐다. 사실 그 대회 5일 전에 장염에 걸려 고생했지만 9일 동안 링거를 맞으면서 대회에 출전하는 강단을 보였다.
2007년 프로로 전향했지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나이 제한(만 17세)에 걸려 국내 투어 진입이 불가능하자 지난해부터는 Q스쿨을 통해 아시안투어 무대를 뛰고 있다. 어린 나이에 아시아 각국을 돌아다니는 투어 생활이 얼마나 고될까 싶지만 그는 오히려 즐겼다.
SAIL오픈과 매경오픈에서 2위, 볼보차이나오픈에서 8위, 지난해 10월 말 아시안투어 미디어차이나클래식에서 사상 세 번째 어린 나이에 미디어차이나클래식을 제패하면서 상금 랭킹 10위(34만5823달러)에 올랐다. 한국인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올해 현재 9위로 한 계단 뛰어올라 있다.
이시카와 료 일본 골프의 슈퍼 아이콘
여섯 살에 은행원인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다니며 골프를 시작한 이시카와 료는 일본 남자 골프의 슈퍼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한때 미야자토 아이가 일본의 골프 붐을 이끈 그 자리를 이시카와가 메우고 있다.
잘 생긴 외모에 ‘수줍은 왕자’로 불릴 정도로 겸손함을 겸비한 엄친아 분위기, 그리고 때때로 보여주는 놀라운 칩 샷과 드라마틱한 게임 스타일이 일본 젊은층에 골프 붐을 일으키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번 마스터스에 출전하려 미국으로 향할 때 일본 취재진이 100여 명 이상 따라붙을 정도였다.
프로로 데뷔할 무렵 한 신문은 ‘이시카와 덕에 골프 산업에서 60억 엔(당시 약 529억 원)의 성장 효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2007년까지 전체 투어 수가 24개로 줄었던 일본 투어는 이시카와 덕에 도요타, 캐논 같은 새로운 스폰서를 확보했다.
이시카와는 2007년 먼싱웨어컵오픈KSB컵에서 15세 나이로 우승했다. 이후 아마추어 신분으로 몇 개의 일본프로투어(JGTO) 예선을 통과하다가 지난해 초 JGTO에 데뷔하면서 본격 프로가 됐다. 시즌 개막전에서 공동 5위에 오르는 등 차근차근 성적을 올렸다. 일본오픈에서는 2위에 오르더니 지난해 11월 초 마이나비ABC에서 프로 첫 승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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