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준대도 유세윤 절대 안 놔”
“유재석 준대도 유세윤 절대 안 놔”
‘분장실의 강 선생님’ 리허설 모습. 배우들 뒤로 ‘봉숭아학당’에 쓸 소품이 보인다. |
지난 5월 20일 KBS 신관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녹화장. 리허설이 시작되는 오후 3시 즈음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담당 연출자인 김석현 PD의 깜짝 생일 파티다. 김 PD는 2000년에 조연출로 개콘과 인연을 맺어, 잠시 외도한 기간을 빼고 7년여를 함께했다.
기업에 비유하면 그는 CEO요, ‘니들이 고생이 많다~’ ‘그~건 니 생각이고’ 같은 유행어는 올해 최고 히트상품이다. 개콘은 최근 평균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정상의 공개 코미디’ 자리를 다졌다. 이뿐만 아니다. 개콘 출신 개그맨들이 잇달아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로 진출하면서 유재석·이휘재 등에 이은 ‘MC 2세대’ 탄생을 예고한다.
올해로 10년째. 수많은 히트 상품과 인재를 배출한 장수 기업 개콘은 어떻게 웃음을 생산할까? 현재 개콘 출연진에 이름을 올린 개그맨은 93명이다. 무대를 장악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말 한마디 못하는 사람이 있고 얼굴조차 못 내미는 이가 숱하다.
매주 뺄 사람, 다시 들일 사람, 역할을 바꿀 사람을 결정하고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김 PD의 몫이다. 인기 있는 개그맨만 모아서 팀을 짜면 무조건 대박날 것 같은데 그는 고개를 흔든다.
“축구팀에 센터포워드만 11명이면?”
“축구팀에 공격수만 잔뜩 있으면 팀이 좋은 성적을 내겠어요? 다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장 유재석과 맞바꾸자는 제안을 받아도 유세윤을 보내지 않을 겁니다.”
인기와 능력은 천차만별이지만 개인마다 꼭 맞는 역할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스타 한 명이 빠지더라도 개콘은 무너지지 않는다. 큰 것 사이의 빈틈을 작은 것으로 메우며 견고한 시스템을 형성해 왔기 때문이다. ‘학생주임’을 자처하며 출연진과 동고동락했기에 가능한 용인술이다.
“연습실이 공장이 돼야 한다”
보통 공개 코미디에서 같은 소속사 개그맨들끼리 코너를 짠다. 아무래도 다른 소속사 연예인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경쟁 환경이라 그렇다. 그런데 개콘은 좀 다르다. 다 모인 자리에서 기획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어떤 때는 한 코너에 등장하는 개그맨 5명의 소속사가 모두 다르다.
개콘 역시 이전에는 끼리끼리 머리를 맞댔다. 2004년 김 PD가 연출을 맡으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소속사별 아이디어 회의를 금지한 것이다. 그는 연습실이 공장이라며 “여기서 아이디어를 분해하고 녹여서 조립해야지 다른 곳에서 만들어온 제품을 여기서 팔면 되겠느냐”고 했다.
출연자가 코너를 완성해 오면 PD가 ‘예스’ ‘노’만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PD의 몫이지만 아이디어는 누구나 자유롭게 낸다. 이때만큼은 선후배가 없다.
“강 선생도 안 웃기면 ‘아웃’”
개콘 출연진은 매주 목요일이 되면 긴장한다. 전날 녹화에 대한 평이 이날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 PD는 목요일 편집이 끝나면 ‘봉숭아 학당’을 제외한 11개 코너를 저울에 단다. 단순히 시청자에게 인기가 많은 종목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과거 인지도, 리허설 현장에서 반응, 현재 가치 등을 골고루 고려한다.
최근의 우량주는 ‘분장실의 강 선생님’. 인지도가 높은 ‘달인’이 뒤를 잇는다. 주가에 대한 불만은 없을까? 여지가 없단다. 주가가 왜 떨어졌는지 개그맨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김 PD는 “인위적으로 경쟁 분위기를 만들지 않지만 주가 하위권 3개 코너는 언제든 편집될 수 있기 때문에 저절로 긴장 모드가 조성된다”고 알려줬다.
항상 그 정도 여유분을 두고 녹화한다. 봉숭아 학당은 개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메인 코너다. 출연자 수가 가장 많고 새 캐릭터의 가능성을 점치는, 없어서는 안 될 코너다. 그런데 지금까지 두 차례, 봉숭아 학당이 방송되지 않았다. 김 PD가 ‘통 편집’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개그 프로그램은 관성이 약해서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제자리에 올려놓기 무척 어렵다”며 “아무리 봉숭아 학당이라도 웃기지 않으면 편집”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술 더 떠 지금 최고 인기인 분장실의 강 선생님 역시 재미없으면 바로 ‘아웃’이란다.
“철저한 품질 관리가 필요해요. 제품에 하자가 있는 걸 알면서 어떻게 공장 밖으로 내보냅니까? 작은 차이가 관객을 웃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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