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환경&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녹색성장’, 환경&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을 제시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무엇이 변했을까. ‘전국 곳곳에서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고, 증시에서 녹색테마주가 주목 받기는 했지만 변한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 비해 자가용 운전자가 훨씬 많고, 녹색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1년의 여러 지표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흐름과 함께하고 있다. 삼성은 2013년까지 녹색산업에 5조4000억원, 현대·기아차는 2013년까지 친환경차 개발과 온실가스 감축에 4조1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LG, SK 등 그룹은 올해 안에 녹색사업에 3조8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녹색석장 국가전략이 지난 1년 동안 구체화됐다. 정부는 2020년 세계 7대 강국, 2050년 5대 녹색강국 진입을 목표로 매년 국내총생산의 2%, 향후 5년간 107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민간이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녹색채권과 예금을 발행한다. 자동차업계와 관련해서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평균연비를 L당 17㎞로 높이거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을 ㎞당 140g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이렇게 새로 짜인 로드맵과 규제 또는 인센티브에 따라 곧 변화가 가시화할 것이다. 이 변화의 모멘텀은 이번 12월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 제15차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가 될 전망이다. 여기서 탄소배출규제에 대한 합의안이 도출되면 이에 따라 각국 정부,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5년간 107조원 투입하는 그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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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한승수 총리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관련해 어떤 상황에서도 국익과 기업들의 국가경쟁력 그리고 수용능력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원칙이 지켜질 것”이라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 제15차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에 우리 정부도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나 온실가스 감축목표처럼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도입 시기와 시행방법 등을 신중하게 다루어 줄 것”을 건의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코펜하겐 총회에 대비해 4일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감축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으로선 처음 있는 일이다. 굳이 자발적으로 감축계획을 발표한 이유는 두 가지다. 선언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약속을 이용해 대외적으로는 ‘포스트 2012 체제’에 대한 협상에 대비하고 국내적으로는 그린산업을 육성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녹색성장위원회 우기종 기획단장은 이번 코펜하겐 협약에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을 두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기 싸움이 상당해 협상의 진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제시하는 것은 개도국을 리드해 나가며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코펜하겐 협약에서 자국에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것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다. 이는 선진국, 개도국 모두의 문제로 각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례로 영국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 문제만을 독립적으로 다루는 부처인 에너지·기후변화부를 별도로 설립했다. 이 부처 고위 관료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코펜하겐 협상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에 기회 많다
최근 방한한 조안 러독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 부장관은 청와대, 외통부, 지경부, 환경부, 녹색성장위 및 재계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안과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러독 부장관은 “한국은 개발도상국(비부속국가) 중 처음으로 온실가스 감축안을 발표했으며,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 12일 원자바오 총리 주재로 열린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온실가스 방출 규제를 국가 공식 계획에 포함하고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감축 의무 수용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 의사를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 정부도 환경보호청을 신설하면서 대대적인 환경 규제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환경 관련 분쟁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환경 법원’을 세우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FT는 지금까지 유명무실했던 인도의 환경 규제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에서 코펜하겐 협약이 우리가 ‘방어’해야 할 것이라면 국제사회에서 ‘녹색강국의 지위를 어떻게 선점할 것이냐’하는 것은 공격해야 할 부분이다. 녹색기술에 대한 여러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가 이에 재정을 쏟아 붓고 있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그린 뉴딜’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만 1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올 초 발표했다. 영국도 100억 파운드를 환경기술에 투자할 계획이며 일본은 후쿠다 비전을 통해 2015년까지 친환경 시장을 100조 엔 규모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성장 기본법부터 통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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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에 따르면 400개 주요 기업의 녹색사업 설비투자 예상액은 2009∼12년 누적기준 총 31조2000억원(연평균 7조8000억원)으로 매년 평균 1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녹색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클까. 녹색성장위원회 우기종 단장은 “한국이 보유한 원천기술이 적다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으나 한국에 강점이 있는 응용 제조 기술을 통해 녹색 기술에서도 선두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발달된 반도체 기술을 태양광 발전에 활용할 수 있으며, 통신·IT 기술이 발달해 스마트그리드에서도 강점이 있다. 지난 G8 확대정상회의에서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개발 선도국가로 한국이 선정된 바 있다. 풍력에서도 현재 덴마크가 세계 1위지만 한국이 이에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 단장은 “날개나 터빈 같은 경우 발달한 조선기술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데, 중소 조선업이 이를 생산한다면 유리할 것”이라며 “이미 풍력발전의 몸통인 타워 부분은 한국이 세계 1위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면 투자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당장 9월 정기국회에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통과가 늦춰지면 정부의 여러 정책이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녹색성장기본법은 5개년 계획의 밑바탕인 동시에 구체화해 주는 것으로 녹색인증제, 배출권거래제 등을 담고 있다. 이 법을 심의하고 있는 국회 기후변화대책특별위원회는 오는 25일 활동 기간이 종료된다.
여당은 위원회를 재구성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지만 당의 사정에 따라 여야 합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인기 기후변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여야의 정치 일정 때문에 원만한 회의를 할 수 없어 특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으나 법안 소위에서 법안 내용은 거의 다듬어졌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법안 통과를 전제로 한 녹색성장 활동이나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법안 통과가 너무 늦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서둘러 법을 제정하기보다는 더 꼼꼼히 살펴볼 것을 촉구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종혁 의원은 “녹색성장 분야가 워낙 다양한 분야와 관련 있다 보니 일관된 정책이 펼쳐지지 않고 있다”며 “컨트롤타워가 분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성장위원회 우 단장은 “녹색성장 정책을 만드는 단계에서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참여”라며 “정부가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 협약에 앞서 이미 지난 10일부터 독일 본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협상이 열리고 있다. 녹색 바람이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이번 기회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때다.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다리 놓아야 코펜하겐 총회에서 한국의 역할 2007년 12월 3일 시작된 제1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당초 14일 폐막하기로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하루를 더 연장해 15일에야 합의문을 도출할 수 있었다.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을 구상하는 이 자리에서 채택된 것이 발리 로드맵이다. 발리 로드맵에 따르면 새 기후변화협약은 2년간의 협상을 거쳐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에서 결정, 2013년 발효된다. 발리 로드맵 채택은 합의문 자체를 도출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 12월에 열릴 코펜하겐 협약에 무게를 실으며 올해까지는 어느 정도 가시화된 합의를 보도록 길을 열어 놓았다. 발리 로드맵에선 미국, 중국, 인도 등과 함께 한국도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대상국에 포함하고 있다. 교토의정서가 구분하는 감축목표를 가지고 있는 부속서 1국가 당사국과 감축목표가 없는 비부속서 1국가 중 한국은 부속서 1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아시아에서 셋째며 세계에서 13위의 경제 강대국에 올라 있어 코펜하겐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의 이보 더 부어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방한해 “매우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가질 수 있는 우려 사항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우리에게는 국가 간의 공감대를 찾아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한국과 같은 나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보 더 부어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대응 논의 과정에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모두 참여시키는 것에 한국이 개도국을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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