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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온실가스 감축,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 전략의 싱크탱크인 녹색성장위원회의 지난 6개월을 점검해 봤다.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 총론을 썼다면 이제부터 실질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앞으로 전개될 녹색성장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전민규 기자

녹색성장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정부의 녹색성장 추진계획을 결정하고 이행사항을 점검하는 녹색성장의 엔진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월 출범한 후 한승수 국무총리와 김형국 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 48명의 위원과 여러 전문가가 이끌어가고 있다.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 등이 모두 녹색성장위원회 작품이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녹색성장위원회는 8월 4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이에 대해 ‘너무 많다’ ‘부족하다’는 등 산업계와 환경단체 등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 중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 대해 ‘섣부르지 않으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지금 수출 세계 8위를 내다보는 나라로서 경제 활동, 무역 규모 등에서 국제적인 위상을 가지며 따라서 국제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국제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G8 정상회의에서) 대외적으로 약속한 바 있으며 올해 안으로 중기 감축 목표를 제시할 것을 밝힌 바 있다.

감축 목표 시나리오 발표 후 외신 등에서 ‘mild’ ‘modest’하다고 반응했다. 영어적 표현을 고려했을 때 이는 ‘나쁘지 않다’고 총평한 것이다. 한국은 얼리 무버(early mover)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면 국내 경제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고 대외적으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은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이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기업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여론 수렴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에 대한 최종안을 결정한다고 했다. 여론 수렴의 과정과 방법은 어떻게 이뤄지나? 여론 수렴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가장 큰 당사자는 기업, 그리고 환경단체다. 기업과 환경단체가 대치하는 형국으로도 볼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추후에 이산화탄소 총량규제를 한다면(즉, 앞으로 기본법이 통과되고 구체적인 정책이 만들어지고 난 후), 이를 족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환경단체는 더 적극적인 감축을 촉구한다. 기업과 환경단체, 이 두 그룹을 함께 설득하는 것이 녹색성장위원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는 환경단체와, 기업 모두와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다. 대기업도 시민단체를 포용하려 하고 있으니 두 그룹 간의 절충과 화합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위원회는 위원회대로 두 그룹의 절충의 장을 만들고 논의가 많이 되도록 유도할 것이며, 어느 한쪽의 입장에 편향되지 않은 절충안이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다.”




녹색시장 선점이 중요




>> 여론 수렴보다 중요한 것이 ‘팩트’라고 생각한다. 녹색성장위원회는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과 감축에 참여해서 얻을 수 있는 국익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용과 이득은 각각의 분석방법이나 전제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가 어렵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녹색성장을 통한 생산유발 효과 등을 포함한 추가성장으로 비용을 상쇄하고도 이익이 남을 것이다. 전 세계 측면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스턴보고서(2006)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비용은 반드시 지출해야 할 비용에 해당하며, 조기 감축을 할수록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저탄소 기조는 우선 전 세계적인 흐름이고, 현재는 위기처럼 보이지만 이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 등 위기가 기회가 될 것은 확실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OECD 국가 중 가장 행보를 자유로이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김형국 위원장은 “한국은 자원의 족쇄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면서 “미국이나 중국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말하나 자원 보유에 따른 기득권도 갖고 싶어 한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하나 저탄소 기조에 대해 분명 기업은 규제나 압박으로 느낄 것 같다.

“기업은 이미 생사와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대응이 늦어지면 EU 등 선진국의 온실가스 규제 무역장벽으로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저탄소 정책은 정부가 부과하는 규제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 트렌드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피할 수 없다면 선두주자가 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올해 안에 녹색성장기본법 통과 가능성 높아



>> 기업이 실질적으로 녹색성장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측 가능한 정책방향이 수립돼야 하는데, 현재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보는가?


“산업계는 현재 녹색성장과 관련한 투자를 대폭 확대 중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30대 그룹은 녹색 사업에 대해 2009년 중 3.8조원 투자할 것으로 전경련에서 지난 7월 전망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6월 주요 400개 기업 녹색사업 설비투자는 2009~12년 누적기준 총 31.2조원으로 연평균 7.8조원이며 매년 평균 14.7%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산업계가 지금부터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해야 할 때임을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동시에 정부의 일관된 정책방향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 녹색성장위원회는 일관된 정책 기조를 보일 것이다.”



>> 저탄소 녹색성장에 관해 다른 법률에 가장 우선하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조차 통과가 불투명한 것은 아닌가?

“9월 중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 중 가장 이견이 없는 안건이 녹색성장이다. 기후변화특별위원회가 열의를 갖고 일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문제는 없다. 큰 문제 없이 통과되기를 희망하며 기대하고 있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통과는 중요하며, 이를 통해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어제(11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환영회에 갔는데, 반기문 총장이 많은 인사가 모인 자리에서 기후변화가 매우 심각하다며 국회의원, 공무원, 기업인 등 모두가 지금보다도 이 문제를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행동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그만큼 국제적인 이슈라는 이야기고 모인 사람들 대부분 공감했다고 본다.”



>> 산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것이 기본법 제46조의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 도입 여부다. 산업별로도 의견이 다양하다.

“현재는 국가 전체 온실가스 중기(2020년) 감축 목표를 총량적으로 설정하기 위한 것이며, 산업부문의 감축량 할당 및 업종별 규제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발표는 국가적인 총량만 이야기한 것이다. 산업 부문이나 업종별 수치는 국가적 목표치가 정해진 후, 나중에 상당히 세밀한 작업을 거쳐 진행되어야 한다.

산업계 업종별 특수성, 국제경쟁력, 기후변화 협상동향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갈 것이다. 산업계의 목표치 수준 설정은 매우 민감하므로 부문·업계별로 현지 조사도 면밀히 하고 있다. 현재도 많은 정보를 얻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많은 논란이 있으므로 이는 추후에 충분히 조사해 진행할 사안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이 큰 사안이다. 자기 나라 기업 망하라고 하는 일이 있겠는가?”



4대강 사업은 깨끗한 물을 많이 확보하는 것



>> 녹색성장은 4대강 사업과도 관련이 있다. 녹색성장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국정과제로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녹색성장위원회가 아니라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와 지역발전위원회가 전담조직으로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야기에 앞서 ‘녹색성장’의 이론적 배경 설명을 하자면, ‘녹색성장’이란 개념은 ‘경제과 환경이 같이 갈 수 있다’는 생태경제과학 이론 위에 서 있다.

이전에는 이를 지속가능발전이라 불렀는데, 생태경제과학이론은 이보다 전략적인 면에서 강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녹색뉴딜이라는 것도 가능하다. 뉴딜정책은 공공부문 투자를 통해 고용이라는 사회적 효과도 올리고 국내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영국은 현재 기후변화 뉴딜이라 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해 공공투자를 높여 일자리 창출, 경제 부양을 하려고 하고 있다. 한국은 이 녹색뉴딜을 영국보다 폭넓게 5개 부문에서 진행하려 하는데 ▶그린카 ▶그린홈 ▶유기농(green agriculture) ▶신재생에너지 ▶ fresh water가 바로 그 5개 분야다. 이는 국제적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에서 권장하는 상위 대상 순위다.”

김 위원장의 4대강 사업 설명은 다시 이어졌다. “그것은 쉽게 말해 수자원을 관리하겠다는 것이고 ①수량의 문제 ②수질확보 ③강이라는 생태계 유지를 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운하 사업과 헷갈려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말한 대운하는 이 3개에 물류 기능을 더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이걸 포기하기로 했으니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만 확보하는 것이 4대강 사업이다.” 그러면서 그는 “4대강 사업은 뉴딜정책 차원에서는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삽에 녹색 칠한다고 녹색성장인가?’라는 지적이 있는데….

“시민단체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들의 주장 중에는 중요한 지적도 있긴 하지만 첫째, 삽질 안 하고 홍수를 막을 수는 없다. 치수 사업에 토목 사업이 따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30~40년간 우리나라는 많은 건설을 해 왔으나 대부분 도로행정(길 닦기)이었고 강은 완전히 버려진 지대였다. 그 결과 홍수대책이 늘 미비했다. 늘 예방비용이 1이면 복구비용에 3을 썼다. 일본은 홍수 예방비가 3, 홍수 복구비가 1이다. 우리가 9배나 뒤처졌단 애기다. 이제 지난 30~40년간 비중을 덜 두었던 수자원 관리에 힘을 쓸 때가 됐다.”



>> 녹색위원회 정책이 다소 산만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선택과 집중에 대해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가.

“위원회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국책 사업은 장기적이고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화석연료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먼저 가시화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분야가 그린카, 그린홈, 스마트 그리드 등이다.”



>> 그러나 여전히 저탄소 녹색성장이 피부로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자신들과 관련성이 없는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인지 무심한 측면이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해 등 때문에 일부에서는 공포감을 느끼는 듯하다. 많은 사람이 구름 잡는 소리, 허황된 이야기라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실감할 수 있도록 국민생활에 서서히 침투할 것이다. 베토벤 음악을 듣다 보면 베토벤을 알게 되는 것처럼 국민이 녹색성장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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