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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고령화 이중고 겪는다

인구 감소·고령화 이중고 겪는다

▎중국은 현재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중국은 현재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무한공급을 자랑하는 노동인구가 2017년 9억9900만 명을 정점으로 줄어든다. 세계 최다 13억 인구는 2022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선다. 이대로 가다간 금세기 말 중국 인구는 5억6000만 명으로 쪼그라든다.”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이 최근 내놓은 인구예측 보고서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급속한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의 예측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00년 1억 명에서 2027년에는 2억 명으로 늘어난다. 매년 350만 명이 새로 노인 대열에 합류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5% 선에 달한다.

2028년 이후의 장기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이 시기에 노인인구는 매년 1000만 명씩 불어나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이 될 것이란다.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해 자식 하나가 부모 둘, 조부모 넷을 부양해야 하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는 예측도 있다. 먼 훗날의 일 같지만 2018년부터 노동인구가 감소한다면 그 징후는 바로 몇 년 후부터 나타나게 될 것이다.

미래 중국을 위협하는 최대의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 충격파는 기후변화, 자원부족, 식량수급 등 다른 모든 문제를 압도할 것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중국의 모든 것을 뿌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 인민들의 생활과 생존방식부터 산업, 소비, 문화, 비즈니스 전반이 직·간접적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상황부터 가정해 보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 국가와 사회, 가정이 지불해야 하는 양로비용이 급증하고 청장년층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 사회 총투자가 감소하고 결국 경제의 성장동력 자체를 가로막게 된다. 양로금 부족 현상은 미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직장을 떠난 이직자와 퇴직자들은 85% 이상이 양로금 혜택을 받고 있지만 도시의 일반 취업자들은 수혜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인구구조 변화의 근본 원인은 1970년대 시작된 1가구 1자녀 정책의 장기 잠복효과에 있다.

당시 급속히 늘어나는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 시작된 정책이 이제는 국가 장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중국의 인구 학자들은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본격화되기 20~30년 전부터 국가와 사회, 가정이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한다. 중국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하이가 선두에 나섰다.

상하이는 둘째 아이 출산을 조건부 허용하기로 했다. 부부가 모두 독자고 첫째를 낳은 후 4년이 지났다면 둘째를 낳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만간 다른 도시들도 유사한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1가구 1자녀 정책의 미래그러나 이런 조치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진행속도를 다소 완화시킬 뿐 근본적인 대책은 어디서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인구구조 변화가 우리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시사점과 대응방향도 함께 봐야 한다.

일하는 사람 수가 줄어들면 성장동력이 위축된다. 노동력 감소로 생산과 소비가 줄어든다. 기업이 생산성 향상으로 실적을 개선한다고 해도 한계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기업들은 고령화로 실버산업이 뜰 것이라는 기대를 할 것이다. 가능한 일이다. 특히 금융 서비스와 의료보건산업은 특수 업종으로 기대할 만하다.

생명보험의 경우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이 새로 형성돼 독일보다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의료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문제는 고령화사회 진입과 실버산업은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이는 1990년대 말 이후 중국인들의 소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실버산업이 뜨는 데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그 하나는 노인층이 스스로 충분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다른 하나는 인구가 감소한 청장년층이 더 많아진 노인층을 부양할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니다.

정부의 양로기금이 획기적으로 확충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많은 중산층 가정의 노인들은 얼마 안 되는 퇴직금에 의존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미리 저축해 놓은 돈을 찾아 쓰면서 소비지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청장년층의 호주머니도 두둑해질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중국의 신흥 중산층을 이루는 사람들은 대개 자녀가 없는 30대 젊은 부부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자녀 낳는 나이가 늦어지고 있다.

그 결과 부모를 부양해야 할 시기와 자녀에게 돈 들어가는 시기가 겹쳐 노인층을 돌보기에 빠듯한 형편이 될 것이다. 자식 낳기를 미루고 맞벌이를 해서 안팎으로 번다지만 실제 소비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고령화사회는 곧 실버산업의 성장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인구구조의 변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별적인 변화를 잘 포착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다.

중국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고령화 대책을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소비시장의 변화를 예상해 보자. 현재까지 중국은 물량 위주로 성장해 왔고 소비시장도 급속히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전체 소비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자동차의 경우 올 들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부상했다.



실버산업의 부상자동차 시장은 2017년께까지는 양적 성장을 지속하겠지만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2018년부터는 질적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때가 소형차 위주에서 중대형차 위주로 시장구조가 바뀌는 시점이 될 것이다. 기타 일용품과 식품류 시장도 고급화 경향을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다음으로 눈여겨볼 부분은 개인자산운용 시장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것이 고령사회와 고령화사회를 구분하는 것이다. 선진국에 보편적인 고령사회는 노인에 특화된 실버산업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과 같은 고령화사회는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계층이 사회 주류로 등장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사회안전망이 미미한 중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자산운용시장이 앞으로 황금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 밖에 앞으로 뜰 업종은 관광산업과 장례산업이다. 종래 노인 관광시장은 중국 여행업계의 계륵(鷄肋)이었다. 가격과 이윤 폭이 낮아 돈벌이가 안 되는 업종이었다. 하지만 최근 70세 이상 노인들의 단체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여행업계가 앞 다퉈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실버관광 시장은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하나는 저가 위주의 중국 국내관광 수요고 다른 하나는 멀지 않은 장래에 나타날 해외여행 수요다. 우리 관광업계는 한국 내 유명 관광지와 연계한 중국 노인특화 패키지 상품 개발에 지금부터 나서야 한다.

장례산업이야말로 미래 중국시장의 유망업종이다. 중국의 장례시장은 현재 약 1000억 위안 규모로 10대 폭리업종으로 꼽힐 정도로 마진이 큰 분야다. 중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로 기업들은 중국시장 전략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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