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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백신업계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컴퓨터 백신업계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컴퓨터보안 전문가들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5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전역의 디지털 인프라를 총괄할 연방부서 설립을 발표하면서 백악관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용어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에게 피해를 안겨주는 사이버 범죄자들보다 한발 앞서 가려면 스파이웨어나 악성코드·피싱·봇넷 같은 새로운 용어를 습득해야 했다”고 말하면서 2008년 대선 준비기간에 선거본부 컴퓨터 네트워크가 e-메일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았던 사건을 거론하며 자신이 사이버 보안에 문외한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었다(그는 지난 12월 말 사이버 보안을 총괄할 조정관을 임명했다).

블랙베리에 중독된 미국 최고 통수권자가 악성코드의 유해성을 거론하자, 백신 소프트웨어 업체들(60억 달러에 달하는 미 컴퓨터 백신시장은 시만텍과 매카피가 독점한다)은 눈앞에 중요 임무가 던져졌음을 알게 됐다.

“대통령의 입에서 봇넷이나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가 언급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백신 프로그램 노턴을 개발한 컴퓨터 보안업체 시만텍의 중역 로완 트롤로피가 말했다. “백신산업을 향한 관심과 중요도가 크게 증가했다.” 그뿐이 아니다. 컴퓨터 사용자의 인터넷 이용 패턴이 변화하면서 산업 자체도 크게 진화했다.

세계 전역에서는 데스크톱 PC 사용이 줄고 아이폰 같은 모바일 기기의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새로운 형태의 기기가 등장하면서 보안 환경의 변화가 불가피해졌고, 사이버 공격의 형태 또한 변화했다.

초기에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해커들이 혼란을 초래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릴 목적으로 바이러스 공격을 했지만, 지금은 전문 범죄자들이 보다 정교하고 계획된 수법을 통해 신용카드 번호나 계좌번호, 페이팔과 같은 결제 사이트 비밀번호 등 돈 되는 정보를 훔쳐가려 한다.

시간이 지나며 악성코드의 형태도 다양해졌지만, 가장 최근에 모습을 드러낸 악성코드는 특히 위험하다. ‘다형성(polymorphic) 바이러스’라 불리는 이 악성코드는 다른 컴퓨터로 전염되는 과정에서 코드를 저절로 바꾸어 탐지를 더욱 어렵게 한다. 백신 소프트웨어의 경우, 악성코드 목록을 사용자에게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이 목록에 포함된 악성코드를 감시한다.

2009년 시만텍이 개발한 바이러스 진단법 ‘시그너처(signature)’의 수는 56% 증가해서 250만 개를 기록했는데, 이 시그너처로 발견한 보안 위협의 수는 무려 75% 증가해서 2억1000만 개에 달했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할 목적으로 시만텍은 위험 파일의 ‘평판(reputation)’, 즉 어디에서 왔는지, 인터넷 상에서 흔히 눈에 띄는 파일인지, 사용자는 위험 파일을 사용한 적이 있는지 등을 심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딸의 데이트 상대를 날카로운 눈으로 관찰하는 아버지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이전에는 다른 아버지들이 경고한 ‘요주의 인물’만 감시했지만, 이제는 모든 상대를 하나하나 검증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달라진 점이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다형성 바이러스’와 함께 백신업체의 수익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개인이나 기업 사용자들이 하드 드라이버 대신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이 구축한 별도의 인터넷 서버 ‘클라우드’에 정보를 저장하기 시작한 점이다.

개인 PC에 중요 정보가 저장되지 않는다면 컴퓨터 백신 수요도 시간이 갈수록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백신의 가치를 보는 시각 또한 달라졌다. 데스크톱 PC가 1500달러 하던 시절에는 백신 프로그램 설치에 99달러를 쓰는 게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기본 기능을 갖춘 넷북이 단돈 99달러에 판매되는 지금은 백신 프로그램에 그만큼의 돈을 쓰는 일이 그렇게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백신 개발업체들은 백신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비트와 바이트로 저장되는 우리 삶의 부분이 증가한 만큼, 적어도 당분간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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