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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후 재산 줄여도 세금 안 줄어든다

사망 후 재산 줄여도 세금 안 줄어든다

몇개월 전 고객 한 분에게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 사망했는데,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의외의 대답을 했다.

사망신고를 하면 상속재산이 국세청에 노출돼 상속세가 많이 계산될 것이기 때문에 사망신고하기 전에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금융재산을 인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분은 상속세를 줄일 수 없다. 상속세 계산의 시작은 사망 신고일이 아니라 사망 개시일이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순간 납세의무가 생긴다. 상속세가 정확하게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망 시점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지된다.

사망일 이후에 상속재산을 줄이는 노력은 절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상속세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사전에 증여하거나 상속이 진행되기 전에 상속재산을 소진시킴으로써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사망일 이후라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일단 상속재산의 평가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속개시 후 6개월 이내에 상속재산을 양도하거나 감정평가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 상속재산은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동안에 매매, 공매, 경매, 감정평가 등의 거래가 있을 경우 그 가격을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상속재산의 일부를 매각하거나 은행대출을 받기 위해 상속재산에 담보를 설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할 경우 감정평가를 받기 때문에 시가평가의 발단이 된다. 상속 후 6개월을 경과한 거래라도 안심할 수 없다. 비록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이 지났어도 국세청 심의평가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시가로 판단할 수 있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속재산의 분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을 중심으로 계산하는 유산세 체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의 분할로 상속세를 줄일 수 없다. 하지만 배우자에게 분할하는 경우는 예외다. 상속세는 배우자에게 상속재산을 어떻게 분할하는지에 따라 배우자상속공제의 금액이 달라진다.

배우자상속공제는 배우자가 상속받는 재산에 따라 최고 3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배우자상속공제는 배우자에게 실제 상속하는 재산, 배우자에 대한 법정상속 금액, 30억원 등 세 가지 금액 중 적은 액수로 정한다. 이 금액이 5억원에 미달할 경우 배우자상속공제 금액은 5억원이 된다.

배우자상속공제를 최대한 받기 위해서는 배우자 법정상속 지분만큼 실제 배우자가 상속재산을 나눠서 받아야 한다. 단 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배우자상속공제가 어렵기 때문에 30억원을 초과해서 상속재산을 수령하는 것은 절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우자의 법정상속 지분은 다른 상속인에 비해 50%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배우자를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은 모두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 예를 들어 상속인이 자녀 2명과 배우자 1명이라고 가정해 보자. 배우자의 법정상속 지분은 42.85%(1.5/3.5)가 되고 자녀들은 각자 28.57%(1/3.5)가 된다. 그렇다면 위 가족이 상속재산 100억원을 상속받을 때 배우자상속공제를 최대한 받기 위해서는 배우자에게 얼마의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것이 유리할까?

배우자가 법정지분대로 상속재산을 수령하면 42억8000만원이다. 하지만 상속재산을 배우자에게 42억원을 분할하더라도 배우자상속공제는 30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결국 배우자상속공제를 최대한으로 받기 위해서는 실제 법정상속 지분까지 상속재산을 수령해야 하지만 그 금액이 30억원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30억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배우자가 상속받을 경우, 현 시점의 상속세도 더 이상 줄이지 못하면서, 향후 본인(배우자)의 사망에 따른 잠재적인 상속세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특히 상속하는 시점에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배우자상속공제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상속공제는 매우 적어진다. 피상속인(망자)의 배우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상속공제는 일괄공제 5억원과 금융재산상속공제 2억원 정도를 받아 최대 7억원 정도의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피상속인(망자)의 배우자가 있을 경우 최대 37억원(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상속공제 30억원, 금융재산상속공제 2억원)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공제 규모가 턱없이 적다. 그래서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셨을 경우 배우자에게 필요 이상의 재산을 분할하는 것은 또 다른 상속세 부담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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