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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기업의 콧대 기술력으로 눌러

獨 기업의 콧대 기술력으로 눌러

두꺼운 금속을 깎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값비싼 공구는 물론 윤활유의 일종인 절삭유제가 필요하다. 이 오일은 공구의 날 끝이 마모되거나 고온에서 녹는 것을 방지한다. 절삭유제는 그냥 오일이 아니다. 첨가제가 들어있다. 첨가제만 있으면 누구나 절삭유제를 만들 수 있을까.

그렇진 않다. 첨가제 비율을 맞추는 게 기술이다. 연간 1만5000t에 이르는 산업용 오일을 생산하고 이를 중국·필리핀·대만·예멘 등 15개국에 수출하는 국내 대표 석유정제업체 제우스유화공업도 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1978년 유성정유공업(현 제우스유화공업)을 설립한 이창남(67) 창업주는 독일산(産) 첨가제를 수입해 절삭유제 등 윤활유를 만들었다.

문제는 드럼당 10만원에 달하는 높은 도입단가. 오퍼상(무역대리업체)이야 판매가를 높여 마진을 챙기면 됐지만 이 창업주의 생각은 달랐다. “단순 오퍼상으로 살면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미래가 없다. 석유정제업체로 성장해야 한다.” 제우스유화공업은 1985년 독일 석유정제업체와 기술제휴를 했다.

첨가제 제조 및 배합기술을 배우기 위해 비싼 로열티 지급을 마다하지 않았다. 웬걸. 독일 업체는 기술을 전수하기는커녕 첨가제를 파는 데만 열을 바짝 올렸다. 로열티만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 이 창업주는 궁여지책으로 첨가제 샘플을 직접 들여와 실험하고 분석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1988년, 이 회사는 첨가제를 개발해 윤활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KS인증도 받았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유압작동유·프로세스유·전기절연유·절삭유제 등 산업용 윤활유엔 모두 KS마크가 달려 있다. KS인증 제품 수는 8개.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 수다. 특허도 있다.

나노 물질을 이용한 친환경적 표면처리제와 첨가제가 그것이다. 1985년 수모를 줬던 독일 업체조차 깜짝 놀랄 만한 기술력이다. 이선도(35) 대표는 “1980년대 우리에게 수모를 준 독일 업체에도 이 기술은 없다”며 “조만간 해외 특허를 출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첨가제 기술력만 남다른 게 아니다.

품질관리는 더 철저하다. 제우스유화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검사장비는 수분측정기·절연파괴전압 시험기·인화점 시험기·절연유 산화안정성 시험기 등 30개에 이른다. 매출의 5% 이상을 설비 구축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다.

이 대표는 “우리가 생산하는 산업용 오일의 불량률은 0.01%에 불과하다”며 “이것이 한국전력·코레일 등 정부 및 공공기관과 20년 넘게 거래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를 발판으로 이 회사는 성장 일로를 걷는다. 1987년 1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년이 흐른 2007년 110억원으로 11배가 됐다.

유례없는 불황에 몸살을 앓은 2008년에도 전년 대비 39% 성장한 15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엔 157억원으로 커졌다. 올해엔 200억원 돌파가 목표다. 최근 개발을 완료한 친환경 잉크용제와 풍력에너지용 고효율 전기절연유가 본격 출시되는 2011년엔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

제우스유화공업이 마이스터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얘기다. 핵심 무기는 독일 기업의 콧대를 단번에 누른 기술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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