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지구 재건축이 반포보다 유리
개포지구 재건축이 반포보다 유리
독일 베를린의 포츠담은 유럽 문화와 교통의 중심지로 유명하다. 우리에게는 1945년 7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독일이 패망하고, 일본의 항복을 권고하는 ‘포츠담 선언’을 발표한 곳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쟁은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도시를 영광의 흔적도 없이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곳을 사람은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이후 동서장벽이 무너지면서 하나가 된 베를린 주정부는 이곳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 후 베를린 주정부가 주도해 포츠담 광장 49만5000여㎡(15만 평)에 세계적 규모의 복합용도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바로 여기에 들어서는 게 소니타워와 다임러빌딩 등으로 대표되는 국제비즈니스 거점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세계적 트렌드독일뿐 아니라 미국 뉴욕과 보스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이른바 국제 도시들은 1980년대 초부터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발하게 하면서 한때 슬럼으로 주저앉았던 구도심으로 다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되살아난 도심은 ‘도시 마케팅’의 핵심으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 비즈니스·문화·관광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의 ‘도시재생사업’ 또한 우리나라가 닮아가고 있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도쿄 안의 작은 도쿄’로 불리는 롯폰기힐스다.
세계적인 부동산 개발회사인 모리그룹이 그저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술집들로만 즐비했던 유흥가에 54층 규모의 오피스빌딩, 21층의 특급호텔,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840가구(4개 동)뿐 아니라 아사히TV의 야외 스튜디오, 모리정원 그리고 최고급 쇼핑몰을 갖춘 일본 최대의 콤플렉스를 개발했다.
대도시 건물의 순환 주기는 대략 40년이다. 서울시는 순환 주기의 시발점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가정에서 2000년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재개발·재건축은 앞으로도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심개발 계획은 필수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가격은 마치 ‘고무줄’과 같다. 조금만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반면 주택 시장이 약세장이면 가장 먼저 가격이 폭락한다. 그렇다면 재건축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토지 가격은 아파트 분양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지가가 높으면 분양금액은 높아지고, 반면 지가가 낮으면 분양금액은 낮아진다. 그러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건물 가치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대체로 재건축 단지는 그 지역 내 최초 입주 시에는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곳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곳에 사람들이 모여드니 학교도 생기고, 버스 정류장·지하철이 하나 둘 들어서고, 상업·문화시설 등과 같은 인프라가 점차 구축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 지역 내 토지 가격이 단연 뛰게 된다. 높은 지가는 자연스레 분양가격을 상승시키고, 그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주에 참여하고, 단지의 고급성·차별화로 인해 지역 내 높은 소득계층의 이동과 함께 가격 또한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모든 재건축 단지가 투자 수익성이 뛰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투자하기 전에 심각히 고려할 사항이 있다. 우선 해당 주택의 토지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대지 지분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등기부등본은 표제부, 갑구, 을구로 구분되는데 갑구는 소유권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42/43122’라고 표시돼 있다면, 아파트 전체 대지면적이 43,122㎡(1만3044평)이고, 그중 지분이 42㎡(12.7평)라는 것을 의미한다. 대지 지분은 향후 관리처분 시 아파트 평형 배정을 결정할 때 조합원이 무상으로 배정받을 수 있는 평형대와 재건축에 따른 추가 부담액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 대지 지분을 가지고 현재 조합원 수 대비 일반분양 물량이 배정된다. 예를 들어 강동구 고덕지구, 송파구 잠실지구, 강남구 개포지구, 서초구 반포지구, 강서구 화곡지구 등은 서울 지역의 5층 이하 저층 아파트 단지를 대표하는데, 이들 단지가 높은 평당 매매 가격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세대별로 높은 대지 지분에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둘째,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임대 비중이 클수록 유리하다. 혹자는 소유자 거주 비율이 높아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는 경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재건축 추진은 더욱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가령 개포지구는 임대 비중이 크고, 반포 1단지는 소유주 거주 비율이 높다. 이럴 경우 현실적으로 개포지구가 재건축 추진에서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
셋째, 적용되는 용적률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여기에다 대지 지분까지 높은 편이라면 조합원 부담금은 크게 경감될 것이다. 넷째, 기존 입주민의 재건축 추진 의지를 살펴야 한다. 이를 쉽게 알아내기는 힘들지만 단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중개업소는 그 동네에서 영업을 오래 한 곳이면서 재건축 조합원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섯째, 만약 조합원 분양권을 매입한다면 시공사의 능력이나 사업 진행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형 건설사라고 모두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 매매 시세를 견인할 수 있는 브랜드 파워가 있다면 나쁠 것은 없다.
재건축 투자는 믿고 기다리는 일
예전에는 단순하게 대규모 단지를 대형 건설사가 짓는다는 자체로 충분했지만 최근엔 이와 더불어 단지 조경, 주민 편의시설, 동(棟) 배치 상태, 동선 등이 매우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동 간 거리가 좁은 고층 아파트라면 주거단지로서 가치도 그만큼 낮아진다.
재개발은 초기 투자가 중요해 마지막으로 주변 지역이 아파트 단지일수록 유리하다. 예를 들어 재건축 단지 주변이 단독·다세대·연립 주택 등의 구성 비율이 높다면 그리 좋은 단지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주변 지역이 아파트 단지로 구성돼 있다면 지역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지역적인 프리미엄을 추가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재개발 투자 사업성의 관건은 초기 투자에 달려 있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각 구분 소유권에 따라 다소 매매 가격이 변동할지라도 결국 아파트 단지는 1개의 번지만 존재한다. 이에 따라 토지에 대해 동일한 개별공시지가를 적용받는다. 즉 아파트는 층, 방향, 면적 등의 차이만 있을 뿐 단위 면적당 동일하게 토지 가격의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재개발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위치에 따라 적용되는 평가 가치가 천차만별로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주택이 도로변에 있다면 높은 공시지가를 적용받을 것이다. 또 재건축 아파트는 세대수가 확정돼 있는 반면 재개발은 단독주택을 멸실한 후 다세대 주택을 지을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기존 다가구 주택을 개조해 구분 소유권 등기를 할 수 있다.
이를 흔히 ‘지분 쪼개기’라고 하는데, 만약 재개발정비구역 내 지분 쪼개기가 성행한다면 조합원은 예상보다 증가할 것이고 그에 따라 사업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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