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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마음도 M&A 하는 CEO

직원 마음도 M&A 하는 CEO


S&T그룹 회장은 '기인’이다. 근엄한 표정과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회장님’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 회장은 22개 계열사에 1조5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그룹사의 오너지만 거의 매일 밤 회사 임직원과 저녁식사를 하고 소주를 마신다. 옷차림은 항상 작업복이다. 늘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는 ‘이상한 회장님’이다. 지난 13일 부산 기장군 철마면에 위치한 S&T대우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S&T대우 반도체 장비 부품 라인에서 포즈를 취한 최평규 회장

▎S&T대우 반도체 장비 부품 라인에서 포즈를 취한 최평규 회장



#술과 최평규 회장



인터뷰는 술 얘기로 시작됐다.

최평규(58) S&T그룹 회장은 “1년에 대략 360일은 술을 마신다”고 했다. 심지어 “인간이 창조한 창조물 중 최고는 술”이라고 말했다. 27세에 창업한 그는 사업하는 것이 겁나고 불안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잔술을 팔았어요. 글라스에 소주 반 병을 채워 한잔 마시고 뜨끈한 우동 국물 먹고 들어가 자면 잠이 잘 옵디다.”

최 회장의 표현대로라면 그렇게 시작된 ‘좋은 버릇’은 환갑을 앞둔 지금까지 이어졌다. 달라진 것은 있다. 지금은 사업하는 게 무서워 술을 마시지 않는다. 대신 연중 300일 정도를 회사 임직원과 얘기를 나누기 위해 술을 마신다.


그는 계열사 22개에 3500명의 임직원이 다니는 그룹사의 오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최평규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주식 부자 90위다(바로 위가 구자홍 LS그룹 회장이다). 평직원이라면 1년에 한두 번 얼굴 보기도 힘든 자리에 앉았는데, 구태여 매일 밤 회사 인근 삼겹살 집과 밥집을 찾는다. 적게는 직원 서너 명, 많게는 수십 명과 함께다.


이런 술자리는 직원이야 1년에 몇 차례지만 최 회장은 거의 매일이다(최 회장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간부급과 평직원 예닐곱 명에게 최 회장과 술자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한 여직원은 올해만 대여섯 번 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외부와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임직원들과 저녁을 한다”고 말했다.


“CEO는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100% 표현하지 못한다지만 나는 달라요. 다 얘기를 해버립니다. 매일매일 생기는 일들을 얘기하죠. 그것이 내 나름의 투명함입니다. 사실은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그는 재계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 서울에 올라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외부에 변변한 직함도 없다. 그저 임직원과 술 한잔 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어쩌면 최 회장에게 매일 밤 회식은 150명짜리 회사를 운영하다 3500명이나 되는 그룹사 CEO가 된 그가 조직의 마음을 얻는 행군일지 모른다. 그는 “이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열에 여덟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 있으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세확장 그리고 고난의 길



최 회장은 2003년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 2006년 대우정밀(현 S&T대우), 2007년 효성기계(현 S&T모터스)를 연이어 인수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사람들은 그를 ‘M&A의 귀재’라며 치켜세웠지만 그에게는 고난의 길이었다. 삼영열기(현 S&Tc)라는 조그만 중소기업에 인수된 대기업 노조는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기를 꺾으려 했다. 그는 지난 5년간 노사 분규 현장을 찾았다가 세 차례 폭행을 당했다.

2005년 S&T중공업 파업 사태 때다. 노조원 50여 명이 회장실 복도로 몰려왔다. 노조원은 최 회장과의 담판을 요구하며 욕을 하고 고함을 쳤다. 비서진은 “절대 나가면 안 된다”며 문을 걸어 잠갔다.

“집무실에 앉아 있는데 밖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소리가 들립디다. 이건 아니다 싶어 ‘누가 그랬노’ 하며 복도로 나갔는데 좁은 복도에서 밀리면서 폭행을 당했죠. 낭심을 잡히고 넘어지면서 목이 꺾였어요. 4개월간 입원했죠.”


2007년에는 그룹 회장이 노조원들 앞에서 단식을 하는 희한한(?) 일도 벌어졌다. 당시 그는 S&T대우 노조의 파업 현장인 구내식당을 찾았다. 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다. 오전 9시에 현장을 찾은 최 회장은 노조 간부와 “파업을 끝내자”며 격론을 벌였다. 점심시간이 됐다.

노조 간부는 “밥이나 먹고 하자”고 했다. 최 회장은 밥이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그는 이를 “노조원과 기업인의 차이”라고 했다). 오후 4시가 되자 노조 간부가 컵라면 2개를 끓여왔다. 최 회장은 은근히 화가 나 소리를 쳤다. “지금이 밥 먹을 때가?”

한 시간 후 한 인터넷 매체에 ‘최평규 회장, 단식 돌입’이라는 기사가 떴다. 이어 통신사와 다른 언론사에 관련기사가 줄줄이 이어졌다. 최 회장은 “언론이 그러니 단식을 안 할 수 없더라”며 웃었다. 단식은 5일간 이어졌고, 결국 또 병원 신세를 졌다. 지난해에도 분규 현장에 나갔다가 폭행을 당했다. 손자회사인 S&T기전에 들렀다가 시위 장면을 보고는 차에서 내린 게 화근이었다. 그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원에게 둘러싸여 멱살을 잡히고 둔기에 맞았다. 또 병원행.


최 회장은 “일부 강성노조의 마음을 바꾸는 데 정말 힘이 들었지만 한번 바뀌면 빨리 바뀌더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복도에서 마주치면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고 인사도 안 하던 노조원들이 이제는 마주치면 서로 웃고 인사한다”며 “8년 만에 얻은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현장, 현장 또 현장



최평규 회장은 인터뷰 내내 현장 얘기를 했다. 그는 “S&T 직원 중 현장에서 내 얼굴 안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수한 회사에 주로 머무는 편이다. 2003~2005년에는 주로 S&T중공업에 있었고, 지난해부터는 부산에 있는 S&T대우에서 주로 머문다.


최 회장은 “관리자가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품질을 올리는 작업을 독려하고 현장에서 발견한 결함을 바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경영은 내부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생겼을 때 톱 매니저부터 먼저 알아 빨리 의사 결정을 내리는 스피드 경영을 위한 중요한 기법”이라고 했다. 이 회사의 모토는 ‘생각 즉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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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는 어떤 회사


M&A로 확장 ...그룹 매출 1조 5000억원


[S&T그룹의 모태는 최평규 회장이 1979년 직원 7명으로 인천 주안에 설립한 삼영열기다. 열교환기 핵심부품인 ‘피닝 머신’ 기계를 한 대 수입해 시작한 이 회사는 이후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198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창업 첫해 매출 1억원이던 회사는 2001년 ‘5천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2000년에 상장한 이 회사는 2002년 거래소 상장회사 중 영업이익률 30%로 최고 순위에 올랐다.


현재 S&T그룹은 국내외 계열사 22곳을 거느리고 있다. 주력회사는 지주사인 S&T홀딩스를 비롯해 열교환기와 폐열회수 장치 및 탈질설비 등을 생산하는 S&Tc, 방위산업품과 상용차 파워트레인 전문회사인 S&T중공업, 자동차 부품 및 방산업체인 S&T대우, 이륜차를 생산하는 S&T모터스다. 5개 회사 모두 상장사다.

그룹 주력 5개사는 지난해 경기 침체에도 좋은 실적을 냈다. S&T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은 4677억원, 영업이익은 502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대비 7.5%, 39% 증가한 수치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S&T중공업의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10.7%)는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S&Tc는 글로벌 플랜트 시장이 침체하면서 매출은 전년에 비해 9% 감소한 182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높아지고,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6% 늘어난 4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T대우는 주력 매출처인 GM대우를 비롯해 세계 자동차 산업이 침체하면서 매출이 4404억원, 229억원에 그쳤다. 전년보다 각각 20%, 43%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회사 측은 최근 공시에서 “올해 매출액 6850억원, 영업이익 650억원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이 주관하는 ‘히든 챔피언(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 대상기업에 선정됐다. 이륜차를 생산하는 S&T모터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001억원이었고 영업손실은 58억원이었다.


고무적인 것은 올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 1분기 S&T대우와 S&T모터스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주력 5개사가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S&T대우는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137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3억원이었다. S&T모터스는 304억원 매출에 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증권가는 “S&T그룹의 사업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주력 계열사들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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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현장경영’은 1년에 몇 차례 공장을 순시하는 다른 그룹 회장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는 늘 사무실과 생산 현장에 있다. “현장에 있는 것 그 자체가 현장경영”이라는 게 최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요즘도 오전에는 S&T대우에 있다가 오후에 창원에 있는 S&T모터스에 들르고, S&Tc를 찾는다. 최 회장은 “사업장을 끊임없이 다니면서 직원들과 대화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문제가 보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가 노사 분규 현장에서 고초를 겪은 것 역시 현장에서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사건이었다.


최평규 회장의 현장경영은 사실 하루 이틀 얘기도 아니고 ‘쇼’는 더더욱 아니다. 지난해 창업 3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사내보에서 S&Tc의 김상문 파트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김 파트장은 28년째 최평규 회장과 함께한 엔지니어다.

“회장님은 사무실보다 현장에서 살았어요. 자연스레 현장에 있었던 우리(생산직)와 더 많이 가까웠죠. 같이 일하다가 기계 옆에서 주무시고, 지게차 운전도 직접 했어요. 뭐든지 우리와 함께했죠. 지금도 작업복 입고 다니시는 건 30년 현장경영의 증거입니다. 회장님은 그렇게 항상 우리 곁에 계셨습니다.”



#M&A의 추억



최평규 회장은 한때 강덕수 STX회장, 임병석 C&그룹 회장과 함께 ‘M&A 3인방’으로 불렸다. 이 회사가 그룹사 수준으로 성장한 것은 전적으로 M&A 때문이었다.

최 회장은 2002년 경우상호저축은행(현 S&T상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2003년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 2004년 대화브레이크(현 S&T브레이크), 2006년 대우정밀(현 S&T대우), 2007년 효성기계(현 S&T모터스)를 연이어 인수했다. 그에게 M&A란 무엇일까?


최 회장은 “M&A 그 자체보다 이후가 더 힘들었다”고 밝혔다. “골병이 날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인수 후 회사를 살리는 것을 쉽게 보는 것 같은데 M&A는 안 좋은 회사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화 과정은 너무 힘들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문화를 통합하는 것이 어려웠다.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대우정밀은 대우그룹, 효성기계는 효성그룹의 문화가 있고, 통일중공업은 종교적인 문화(통일중공업은 한때 통일교 재단 소유였다)가 흐르더군요. 당최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현장에서 얘기하고 부닥쳤죠. 저는 삼영열기 조직을 피인수 기업을 장악하기 위해 보내지 않았어요. 나 혼자 들어가서 기존 조직을 활용해 회사를 살리려다 보니 내 생각을 사무조직과 융합해 한 목소리를 내는 데만 1년이 걸립디다.”


최 회장은 “여러 회사가 뭉치다 보니 결과적으로 새롭게 창조되고 융합된 S&T의 문화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대신 그는 “앞으로는 M&A는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있고 시너지가 있고, 게다가 아주 싼 회사라면 사겠지만 M&A보다는 신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M&A는 리스트럭처(구조개편)지만 신사업은 창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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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평규 회장이 말하는 계열 상장사 투자 포인트


상장 4개사 모두 미래 성장축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평규 회장에게 지주사인 S&T홀딩스를 제외한 주력 상장 4개사의 미래 투자 포인트를 물었다. 최 회장은 “4개 회사가 모두 미래의 성장축을 제시한 상태”라며 “이 점을 잘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T중공업에 대해 “차기 전차용 1500마력 변속기를 개발했다”며 “내년부터 매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 부문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최 회장은 “S&T중공업은 풍력발전용 파워 트레인 시제품을 연말에 내놓을 것”이라며 “세계시장으로 나간다면 상상도 못할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S&T중공업의 주가는 7월 16일 현재 1만8550원이다.

S&T대우에 대해서는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모터 사업”을 투자 포인트로 짚었다. 최 회장은 “전기차 모터는 기존 자동차의 엔진이나 마찬가지”라며 “곧 GM에 전기차용 모터를 납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주가는 16일 현재 2만7250원이다. S&Tc에 대해서는 차세대 동력을 원자력 발전 설비로 꼽으며 “원전 보조기기 시장 진출 이후 주기기 시장 진출”을 투자 포인트로 짚었다. 이 회사의 최근 3개월간 주가는 2만100~3만200원이었다.

최 회장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은 S&T모터스(7월 16일 종가 780원)에 대해 “SB리모티브(삼성SDI와 독일 보슈의 합작사)와 전기이륜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100만 대 공급 MOU를 맺었다”며 “전기 오토바이 시대는 거의 다 왔다”고 말했다. 그는 “8월 말에 S&T모터스의 전기 오토바이 128대가 서울시에 납품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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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몸이 된 경영진



최평규 회장은 1952년생이다. 곧 환갑이다. 때이른 얘기지만 그에게 ‘최평규 없는 S&T그룹’에 대해 물었다. 답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내가 사라져도 회사는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배경에는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최평규 회장이 S&T대우와 국방과학연구소가 공동개발한 K-11을 들고 있다. S&T대우는 지난 5월 방위사업청과 694억원 규모의 K-11 공급계약을 했다.

▎최평규 회장이 S&T대우와 국방과학연구소가 공동개발한 K-11을 들고 있다. S&T대우는 지난 5월 방위사업청과 694억원 규모의 K-11 공급계약을 했다.

최 회장은 김택권 S&T대우 사장을 한 예로 들었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김 사장은 S&T중공업의 경영고문을 하다가 2006년 S&T대우 사장을 맡았다. 최 회장은 “김 사장께서 큰 결심을 한 것”이라며 “이제는 내가 거의 간섭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잘 경영을 하시기 때문에 내가 물러나도 아무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최평규 회장은 각 계열사 사장들과도 수시로 만났다. 그는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계열사 사장들과 갈비집 같은 곳에서 모여 난상토론을 한 후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낸다고 한다.


“계열사 사장들과 같이 저녁마다 소주를 마시면서 정말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김택권 사장과는 직원들과 함께 1년에 200번 정도는 저녁을 함께한 것 같아요. 덕분에 새로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빨랐고 인간적으로 친해졌죠. 내가 물러나도 괜찮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니 대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이 한 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최 회장은 “돌아보면 난 한번도 어떤 회사로 키우겠다고 목표를 세워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 안정과 기술 개발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면서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를 하다가 되는 사업이다 싶으면 빨리 잡아서 진행한 것뿐”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S&T그룹은 지금도 그런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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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 그룹관련 뉴스의 진실은


자녀에 그룹승계 안 할 것!


최평규 회장은 지난 7월 1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관투자가들을 모아놓고 직접 IR(투자설명회)을 했다. 이날 최대 관심은 S&T대우가 지분 8.9%를 갖고 있는 델파이를 인수하느냐는 것이었다. IR 직후 언론에서는 상반된 뉴스가 나왔다. 한 언론은 ‘최평규 회장, 델파이 인수 관심 있다’고 썼고, 다른 언론은 ‘당분간 M&A 안 하겠다’고 보도했다. 최 회장에게 정확한 의사를 다시 물었다.


“델파이는 3년 전보다 사업성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3년 전 인수했다면 모르지만, 미래가치를 본다면 퇴색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싸다면 인수 안 할 이유도 없지요.”

‘당분간 M&A 안 하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싸고 시너지가 있으며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한다”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M&A보다는 신사업을 창출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생각이 그렇게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사 전체가 억울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억울하냐고 물어보는데 아니라고 답하느냐”고 웃었다. 최 회장은 “계열 상장사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주식시장이 1년에 두 배씩 왔다 갔다 하는데, 언제를 저평가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은 오래 기다렸다가 비쌀 때 팔면 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그동안 인수해 달라고 제안하는 기업이 많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규모가 S&T대우 정도 되는 회사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시너지가 없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장녀가 지주사인 S&T홀딩스 등기이사에 오른 것을 ‘승계 작업’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승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30대 이하 창업 그룹 중 2대로 내려가 망한 곳이 많다”며 “향후에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어려운 사업을 내 자녀가 끌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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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는 없었다



올 초 HMC투자증권은 ‘S&T그룹 - 절제된 M&A의 미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S&T그룹이 과도한 차입을 하지 않고, 욕심이 나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인수하지 않는다는 M&A원칙을 고수했다"고 평가하면서 “S&T그룹의 투자 매력이 M&A 성공 이후 높아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많은 기업이 '승자의 저주'로 흔들리는 사이 S&T그룹은 알차게 성장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말대로 "최회장이 얻어맞고 작원들과 술 마셔가며 키운"결과다. S&T그룹은 향후 10년 이내에 '그룹 매출 5조원달성'과 '일류 글로벌기업 실현'을 목표로 세웠다. 최평규 회장은 그때까지 또 작업복 차림으로 현장을 누비고 직원들과 선술집을 드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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