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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담아 세계자연유산센터 설계'

'제주의 자연 담아 세계자연유산센터 설계'

▎김용권 대표

▎김용권 대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한국형 아파트가 들어선다. 국내 회사인 (주)종합건축사사무소 도시인이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다. 한국식 주거문화를 몽골에 이식하는 최초의 시도로 평가 받는다.

최근 들어 도시인이 주목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한글박물관 건립 현상설계 공모전’에서 이 회사가 출품한 ‘소통의 켜’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소통의 켜’는 한글 모음의 제자 원리인 ‘천지인(天地人)’을 건축물로 형상화했다. 게다가 친환경건축물 인증, 건물에너지효율 1등급 인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건물로 설계된다. 한글박물관은 한글에 담긴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국가대표 문화시설로 오는 2012년 10월 9일 한글날에 개관될 예정이다.

도시인은 지난해 각종 현상공모전에서도 두드러진 성적을 냈다. 1년 동안 총 12개의 당선작을 냈다. 지난 5년간 현상공모에 당선된 박물관, 미술관 등의 작품도 22개에 이른다. 국립생물자원관,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이 대표적이다. 보성 녹차박물관, 영주 인삼박물관, 광주 영상복합문화관, 공주 고마복합예술센터 등도 도시인의 독창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공주 고마복합예술센터는 ‘2009 국제공공디자인 베스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6,600㎡(2000평) 규모의 이 건물은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거문오름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유선형의 친환경 건축 디자인이다.

김태영 객원기자가 지난 7월 19일 몽골 출장을 앞둔 김용권 대표를 만나 도시인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한글박물관 당선작 ‘소통의 켜’는 어떤 부분을 높게 평가 받았나? ‘소통의 켜’는 한글 모음의 제자 원리인 천지인을 건축물로 형상화했다. 천지인의 의미를 살려 층별로 형상화한 공간 구성(하늘의 켜, 사람의 켜, 땅의 켜)이 매력적이다. 한글을 형상화한 외부 디자인, 전통가옥의 처마와 단청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표현한 외관 등이 높이 평가됐다. ‘하늘’은 상설전시관으로 구성되며 ‘사람’ 즉 데크층은 기획전시관, 저층부인 ‘땅’은 학회 연구를 위한 공간으로 구성된다. 세 개의 ‘켜’를 ‘ㅁ’자 마당인 중정(中庭)으로 모두 연결했다. 또한 ‘소통’이라는 주제를 건축적으로 구현, 박물관 내부 전시홀 뿐만 아니라 외부 전면 LED 등을 통해 외관 및 디자인적으로도 관람객과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건물을 구현했다. 한글박물관은 이용객과 건축물의 상호소통뿐 아니라 한글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공간적인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실시설계를 앞두고 기존 국립중앙박물관과의 조화와 한글박물관의 상징성, 독창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해 말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의 건축설계 현상공모에도 당선됐는데.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는 제주의 특징적인 자연환경을 조형적으로 잘 풀어내고 자연훼손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문오름에서부터 이어지는 자연과 부지를 매끄럽게 융합하고 바다, 섬, 제주의 자연을 생태습지와 공원식 녹화지붕으로 구현해냈다. 가장 제주다운 건축물을 만들어내려고 많은 고민을 했던 작품이다. 얼마 전 착공도면을 납품했는데 설계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에 맞는 디테일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지만 마무리가 잘 됐다. 고생한 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멋진 작품이 탄생하리라 기대한다.



공주 고마복합예술센터에는 어떤 디자인 개념을 적용했나?고마복합예술센터의 테마는 ‘천년의 빛’이다. ‘천년의 빛’은 공주의 중심에 있는 공산성과 공주를 가로지르는 금강의 물줄기를 반영한 것이다. 소통의 공간을 조성하면서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상징성을 표현했다. 부지면적 6만6000㎡에 이르는 대형 예술공간으로 ‘2010 세계대백제전’의 주행사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왼쪽부터)도시인이 디자인한 한글박물관,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 공주 고마복합예술센터 조감도.

▎(왼쪽부터)도시인이 디자인한 한글박물관,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 공주 고마복합예술센터 조감도.





몽골의 한국형 아파트 건립 프로젝트가 추진된 경위는?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는 12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나 약 55%가 게르(천막)와 판잣집에서 거주하는 등 고질적인 주택난을 겪으면서 새로운 주거 문화 구축이 절실하다. 한국형 아파트의 몽골 진출과 맞물려 우리 회사의 건축과 디자인 능력에도 새로운 동력이 붙으리라 기대한다.



평소 추구하는 건축철학을 소개해달라.한발 앞서가는 디자인,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이 강한 디자인을 하고자 한다. 우리 회사는 건축 디자인 리더로서의 자부심을 안고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시대와 장소에 맞게 계속 변화하고 계속 진화하는 힘의 배양이 도시인이 추구하는 건축철학이다.



세계 건축계에는 친환경디자인이 화두다. 도시인은 이와 관련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나? 우리는 현재 경북 문경에 ‘에너지 제조 하우스’를 실험 중이다. 대학과 협력해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건축을 시도할 계획이다. 오는 10월에는 도시인 부설 친환경건축연구소를 열게 된다.



도시인이 최근 들어 각종 건축상을 휩쓸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 비결을 뭐라고 생각하나?신입사원부터 오너까지 모두가 한 명의 디자이너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우리 회사는 누구나 자유롭게 기획안을 내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수직적인 문화가 아니라 수평적인 문화가 도시인의 강점이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120개의 제안서가 쏟아져 나온 적도 있다. 평소에 직원들의 해외여행, 답사 등 취미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창의성을 키우도록 돕기도 한다.



향후 도시인이 꿈꾸는 목표가 있다면?전체 직원 90명 가운데 순수 설계인원이 80명이나 된다. 사업초기 100명 규모를 목표로 했는데 목표치에 거의 근접했다. 도시인의 디자인 철학과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100명이 알맞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진로를 고민 중이다. 몽골 진출도 그런 모색 중에 나온 결정이다. 창립 10주년이 되는 2012년 3월 23일에는 새 사옥에 입주할 계획도 세워두었다. 나는 사업을 잘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사업을 예술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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