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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종부세 환급 소송 줄 이을 듯

[Law] 종부세 환급 소송 줄 이을 듯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6월 2일 선고한 판결 하나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국민은행 등 25개 조합 및 회사가 강남세무서장을 비롯한 17개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부동산세부과처분취소청구소송이 그것이다. 종부세액을 계산할 때 공제해야 할 재산세액을 적게 산정해 결과적으로 종부세를 부당하게 많이 매겼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종부세는 해마다 6월 1일 현재 일정한 가액(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과 토지를 보유하는 자에 대해 초과하는 금액만큼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부과하는 세금이다. 일정한 부동산의 보유 자체에 담세력을 인정해 부과하는 재산보유세에 해당한다. 과세대상, 과세목적, 과세성격 등이 재산세와 동일하다. 따라서 이미 재산세가 부과된 부동산에 대해 종부세를 다시 부과하는 건 하나의 과세대상에 대해 두 가지 조세를 과세하는 것이 된다. 이는 납세자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나아가 조세법률주의와 실질과세원칙에도 위배된다.



재산세액의 일부 공제서 누락이를 감안해 종부세법은 종부세 과세대상이 되는 부동산 부분에 대해 과세된 재산세액만큼 그 부동산의 종부세액에서 이를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산세가 부과되어 그만큼 담세력의 감소가 생긴 부분에 대해 다시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해서 이중과세를 방지하려는 의도다.

종부세에서 공제되는 재산세액을 산정하는 계산방식은 종부세법 시행규칙에 나온다. 과세 기준 초과분 공시지가에 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표를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 80%)을 곱한 금액에 다시 재산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곱한 후 여기에 재산세 표준세율(0.4%)을 적용해 하고 있다.

이 내용을 쉽게 풀어보자. 종부세는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해 과세표준액을 산출한다. 종부세액은 이 과세표준액에 세율 0.5%를 곱해 산정한다. 예를 들면 공시가격 10억원인 주택을 보유한 납세자의 경우 과세기준(6억원)을 초과한 금액은 4억원이다. 여기에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한 3억2000만원이 과표가 되고, 종부세 세율 0.5%를 곱해 나오는 종부세액은 160만원이 된다. 종부세법 시행규칙은 위 종부세액 160만원에서 공제할 재산세액을, 과표(3억2000만원)를 기준으로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60%)과 재산세율(0.4%)을 적용해 76만8000원으로 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종부세 과세대상이 되는 부분에 대해 부과된 재산세액 중 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80%)이 적용된 만큼만 공제되고 나머지 부분에 해당하는 재산세액의 20%는 공제에서 누락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위 20% 부분은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이중으로 과세하는 셈이 된다.

시행규칙상의 계산식은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과표를 종전보다 낮추면서 공제할 재산세액마저 늘리면 과세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09년부터 적용한 방식이다. 과세관청은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는 공제기준 초과액의 80%만을 적용하면서, 재산세 공제액을 계산할 때는 공제기준 초과액의 100%를 적용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종부세액에서 과세기준 초과분 공시지가 전부에 대해 부과된 재산세액을 전액 공제하게 되면 종부세를 과세하지 않은 부분의 재산세액까지도 공제되는 결과가 되어 과다공제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의 입장은 달랐다. 과세대상과 과세표준은 서로 구별되는 개념이다.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위와 같이 산정한다 하더라도 거기에 세율을 적용해 산출·부과하는 종부세액은 과세기준 초과분 전부를 과세대상으로 부과된 세금으로 보아야 한다. 종부세의 과세대상 자체가 위 과세표준에 해당하는 금액에 비례해 축소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종부세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계산방식은 종부세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방식보다 공제되는 재산세액의 범위를 축소한 결과가 된다. 이런 결과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고, 이중과세에 해당하므로 위법하다.



집단 소송이나 기업의 소송 늘 수도위에서 든 예로 다시 돌아가면, 법원은 애초 과세기준 초과액 4억원을 기준으로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재산세율을 적용한 96만원을 공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산세 공제액을 계산할 때 과표를 4억원의 80%가 아닌 100%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계산방식의 차이에 따라 실제 납부해야 할 종부세도 시행규칙에 따르면 83만2000원(160만원-76만8000원)이 되는 것이,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64만원(160만원-96만원)이 되어 결과적으로 19만2000원이 줄어든다. 위 판결은 하급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 선고된 것이고, 국세청에서는 이에 불복해 최종심 판결이 나오면 그 판결에 따를 것이라고 한다.

대법원에서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더라도 이미 고지된 종부세에 대한 불복소송을 내지 않은 납세자는 2009년과 2010년분 종부세에 대해 환급을 요구할 수 없다. 위헌판결과 달리 납세자들이 환급 받으려면 개별적으로 불복소송을 내야 하는데 지난해 11월에 고지된 2010년분은 이미 불복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 11월에 부과될 올해 납부분은 과거와 같은 계산방식대로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납세자는 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불복청구 절차를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소송이 제기될지는 의문이다. 그 이후에라도 대법원 판결이 1심 판결과 같은 내용으로 선고된다면 과세관청이 어떤 형태로든 잘못 부과된 부분을 일률적으로 취소 정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못해 실제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받게 되는 이익이 20만원밖에 되지 않는데 이를 받기 위해 소송하기에는 별로 실익이 없다.

다만 인터넷 장터 옥션 회원, GS칼텍스 고객 등 1000만 명이 넘는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 때처럼 환급을 원하는 납세자가 집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2009년 종부세 납세자는 21만2000명이며, 이들이 납부한 세액은 9677억원이다. 이 가운데 법인 납부세액이 6492억원(9989명)으로 압도적이다. 2010년의 경우엔 25만 명에 대해 1조2213억원이 부과됐다. 이미 소송을 낸 25개 기업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경우 180억원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아직까지 이들 기업 외에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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