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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섬유공업 - 53년 기술력으로 나이키에 원단 공급

오성섬유공업 - 53년 기술력으로 나이키에 원단 공급

백창욱 오성섬유공업 대표는 11월 24일 경기도 안산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00년 기업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30년대 말. 평북 의주에 ‘백상사’라고 불리는 상인이 있었다. 염색업체 주인이었던 그의 이름은 백용서씨. 탁월한 염색기술로 의주에서 이름을 날렸다. 1945년 서울로 사업영역을 넓힌 그는 13년 후인 1958년 동대문시장 옆에 커다란 염색공장을 세웠다. 5명이 공동 창업했다는 의미를 담아 사명을 ‘오성섬유공업(이하 오성)’이라고 지었다. 3000㎡(약 1000평)가 넘는 큰 공장을 보유했지만 옷이나 담요를 염색해 동대문시장에 파는 수준이었다.

창업한 지 53년. 오성은 벌써 3대째 가업(家業)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백용서 창업주의 손자 백창욱(50) 대표가 2004년부터 7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늘어난 업력 못지않게 실적도 좋아졌다. 연 매출은 약 400억원, 종업원은 90명에 이른다. 나이키·리복·슈페리어·K2 등 국내외 60여개 업체와 거래하고, 미국·독일·스리랑카·인도네시아 4개국에 원단을 수출한다. 현대차의 천정용 카시트 원단도 납품한다.

오성의 경쟁력은 긴 업력과 성공적인 가업승계에서 나온다. 오성엔 염색에 정통한 전문인력이 많다. 창업 때부터 오성에서 일한 근로자도 있다. 거래선 역시 탄탄하다. 창업주인 할아버지 때부터 거래한 업체 대부분과 지금도 관계를 맺고 있다.

창업주의 장남인 2대 CEO 백형진(79) 전 대표도 오성의 성장에 한몫을 했다. 그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폈다. 1985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9900㎡(약 3000평) 규모의 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에서는 월 400t의 원단을 만든다.

성인 윗도리 400만벌을 만들 수 있는 생산량이다. 그는 후계자도 적기에 세웠다. 1990년대 중반 중국 염색가공업체들의 저가공세가 거세지자 미국 남가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LA에서 일하던 장남 백창욱 대표를 1994년 불러들였다.

기술이사로 입사한 백창욱 대표는 오성의 혁신에 힘을 쏟았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50억원을 투자해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다. 원단을 나르는 지게차를 섬유업계 최초로 도입한 이도 그다. 연구개발(R&D)에도 전력을 기울였다. 1998년 기술연구소를 만들고 섬유공학과를 나온 연구원을 배치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은 알찬 성과로 이어졌다. 2000년 오성은 ‘EF(Extra-Fine) 벨보아(인조 모피와 같은 효과를 주는 기모 직물)’ 제품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섬유업계에서 EF벨보아는 EF로 불린다. 백 대표가 만든 EF벨보아가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마스코트의 옷에 쓰인 원단이 바로 오성의 EF벨보아다.

2009년에는 친환경 신소재로 꼽히는 CDP(고선명 염기성 염색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염색하는 기술을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오성은 나이키와 4만 달러 규모의 CDP 원사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엔 땀이 잘 마르는 소재 ‘테드라이드’를 이용한 스포츠웨어 개발을 마쳤다. 백 대표는 “오성은 현재 염색가공업체에서 친소재업체이자 전문의류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창업주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혜택을 많이 봤다”며 “창업 때부터 알게 모르게 쌓인 염색가공기술과 탄탄한 거래처가 없었다면 오성은 혁신은커녕 성장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대 경영이 1·2대 경영보다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3대 경영, 정말 쉽지 않아요. 경영환경이 급변해 강도 높은 혁신을 해야 합니다. 반대로 경험 많은 근로자의 은퇴시기는 다가오고 있죠. 3대 경영은 제2의 창업과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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