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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M&A 급증 - 한 달에 한 개 꼴 주인 바뀌고 회원권 값도 뚝뚝 떨어져

골프장 M&A 급증 - 한 달에 한 개 꼴 주인 바뀌고 회원권 값도 뚝뚝 떨어져


국내 골프장 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다. 회원권 가격 하락에 따른 입회금 반환 사태, 골프장 급증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골프장 M&A도 활발하다. 경영난에 빠진 골프장들은 속속 퍼블릭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골프장 M&A가 활발해지면서 퍼블릭 골프장 전환이 늘고 있다. 올해 10월 주인이 바뀐 오스타CC.

지난 10월 27일 신안그룹과 현대시멘트는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현대시멘트가 소유하고 있는 현대성우리조트의 오스타CC·스키장·콘도를 포함한 모든 자산과 부채를 신안그룹이 일괄 인수한다는 포괄영업양수도 본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오스타CC는 회원제 36홀, 퍼블릭 9홀을 갖춘 45홀 규모의 골프장이다.

신안그룹은 당초 인수대금 4300억원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부채를 제외한 실질 인수대금은 1184억원이다. 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현대시멘트는 자구계획 일환으로 성우리조트를 시장에 내놨다. 당초 지난 5월 MOU를 맺고 본 계약은 7월말에 할 예정이었지만 자산 가격에 대한 양측의 이견으로 지연됐다.

현대시멘트 관계자는 “기업이 워크아웃 상태인데 레저산업을 펼치는 것에 부담을 안고 있었다”며 “이번 매각으로 금융부채 상당 부분을 해소해 워크아웃 조기 졸업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밝혔다.



2010년 이후 대형 골프장 15곳 매각최근 골프장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10월에는 국내 골프장 중 내장객이 많은 편인 김해 가야CC를 운영하는 가야개발이 신어홀딩스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MOU를 체결했다. 부산상공인컨소시엄이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 신어홀딩스에는 세운철강·넥센·서원유통·태웅·삼한종합건설·성우하이텍·쿠쿠 등 7개 법인이 참여했다. 가야개발의 최대주주인 신한은행 계열의 신한CRC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난해부터 가야CC 매각을 추진해 왔다.

경기도 포천의 가산노블리제CC와 몽베르CC 또한 비슷한 시기에 각각 개인사업자와 대유그룹에 매각됐다. 4월에는 무주CC가 국내 최대의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인 부영그룹에 팔려 덕유산CC로 이름을 바꿨다. 1월에는 임광개발의 여주그랜드CC가 남성대CC의 대체 골프장을 찼던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매각돼 동여주CC로 다시 태어났다.

2010년에는 링스이앤씨의 경북 상주 오렌지CC가 태영건설에 팔려 블루원상주CC로, 제주 핀크스CC가 SK네트웍스에 매각돼 SK핀크스CC로 간판을 바꿨다. 전남 나주에 있는 남양개발의 휴튼CC는 호원에 팔려 해피니스CC로 변모했다. 충남 당진 파인스톤CC와 전북 익산의 상떼힐익산CC는 모두 광산관광개발이 인수했다. 최근엔 스크린골프의 대표 기업인 골프존이 고창의 선운산CC를 인수하기 위해 대한전선과 막바지 협상 중이다. 골프존은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에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선운산CC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전선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을 고려 중”이라고 같은 날 공시했다.

2010년 이후 굵직한 매각만 15건에 달한다. 한 달에 한 개 꼴로 대형 골프장 매각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M&A시장에 직간접으로 나온 매물이 20~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골프장이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2010년 골프장 업체들의 경영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114개 회원제 골프장 운영업체(제주권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1.8%로 2009년보다 7.4% 포인트 급락했다. 신설 골프장 수가 18홀 기준으로 37.2개(10.0%)나 급증한 데다 골프 붐 진정, 기상이변 등으로 홀 당 이용객이 8.2%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적자를 기록한 회원제 골프장은 21개로 2009년의 13개보다 8개 증가했다. 지금까지의 각종 수치로 볼 때 이제 더 이상 골프장 사업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진 것이다.



입회금 반환앞두고 골프장들 초긴장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최근 골프 인구는 줄어드는 데 반해 골프장 수가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회원권 가격 하락에 따른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 사태가 일고 있다”며 “올해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는 34곳 골프장의 반환 규모가 1조7400억원에 달하는데 상환 능력이 없는 사업자가 골프장을 매물로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은 자기자본비율이 적어 내장객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경영이 가능한 구조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8%)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골프장(회원제) 내장객이 2009년 1823만 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6% 줄어든 1776만 명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엔 774만 명에 불과해 올 한해 1600만 명을 넘기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골프 붐이 가라앉은 원인으로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력 감소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가속화를 꼽는다.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기업들은 물론 개인들의 골프장 이용횟수가 줄었고, 골프 붐을 이끌었던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 하면서 골프 인구가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골프장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은 435개(퍼블릭 포함)에 달한다. 또한 100여 개의 골프장이 공사 중이거나 착공이 예정돼 있다. 수요 대비 공급 과잉 상황인 셈이다.

우리와 비슷한 입회금 제도를 운영한 일본의 경우 1990년대 골프장이 포화 상태에 빠진 후 2000여 개의 골프장 중 3분의 1이 넘는 860여 개 골프장 주인이 바뀌었거나 도산했다.

업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규모 입회금 반환 사태다. 입회금은 골프장 회원권을 분양할 때 골프장이 보증금 형태로 받는 돈으로 통상 5년 정도의 거치기간이 지난 후 분양가보다 시가가 떨어졌을 때 회원이 반환을 요청하면 돌려줘야 한다. 올해 추산되는 입회금 반환 규모는 34곳 골프장에서 1조7400억원 정도. 내년에는 더욱 늘어난 47곳에서 3조1114억원을 돌려줘야 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회원권 가격이 정점을 기록한 2007~2008년에 분양한 골프장이 많았던 게 원인이다. 실제로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는 경기 가평베네스트CC와 남촌CC의 회원권 가격은 2007년 초 10억~13억원에 달했으나 지금은 3억~5억원 정도 하락했다. 11억4500만원이었던 이스트밸리CC는 7억원 대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상당수 골프장이 입회금을 반환할 자금이 없다는 점이다. 골프장 사업은 통상 10% 정도의 자본을 갖고 시작한다. 90%는 은행대출(PF)을 받고, 회원권 분양을 한 후 대출금과 건설 비용을 상환한다. 보증금의 일종인 입회금도 대부분 공사비로 지출된다. 자본금이 적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골프장들이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을 견디지 못해 줄도산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업계에는 내년에 골프장이 연쇄 도산할 것이란 괴담이 돌고 있다.

서천범 소장은 “주가지수와 회원권지수의 관계가 최근 탈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골프 회원권에 대한 투자가치가 사라지고 회원권 없이도 칠 수 있는 퍼블릭 골프장이 늘면서 회원권 가격이 경제 상황과 연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이용권에 불과한 골프 회원권 가격이 몇 억씩 한다는 것은 거품”이라며 “현재 평균 회원권 가격이 1억4700만원 정도인데 개인적으로는 5000만원까지 떨어져야 정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퍼블릭 골프장 증가로 ‘손맛’ 볼 기회 늘어최근 골프장의 잦은 M&A가 골프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M&A 시장이 활성화 되면 골퍼들은 지금보다 값싼 요금을 지불하고 라운딩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골프장 사업자 입장에선 골프장을 값싸게 인수하면 낮은 이용료로도 수익을 낼 수 있고, 또 수익성 확보를 위한 마케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요금이 더욱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수·합병 된 회원제 골프장들이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크로CC, 선운산CC, 횡성 벨라스톤CC 등이 18홀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다수의 골프장도 이를 계획 중이다. 올해 신설된 골프장의 경우에도 회원제와 퍼블릭을 병행하는 골프장 10개, 퍼블릭 전용 골프장 7개 등 퍼블릭 골프장이 늘고 있다.

전체 1만7000개 골프장 중 약 70%가 퍼블릭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국, 회원제 골프장 비중이 전체의 70% 정도지만 대부분 세미 퍼블릭으로 운영되고 있는 일본과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프장들은 골퍼들을 더 많이 유치한다는 점에서, 골퍼들은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셀프(self or no caddies) 플레이가 평일에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퍼블릭 골프장에서 시작된 ‘노(NO) 캐디’와 ‘2인 플레이’가 레이크힐스제주CC 등 회원제 골프장에서 시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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