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고품질 사회공헌의 새 지평 열다
[CEO]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고품질 사회공헌의 새 지평 열다
정몽구(73)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본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12월 4일 기존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의 명칭을 ‘현대차 정몽구 재단’으로 바꾸고 내년부터 저소득층 인재 육성을 위한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본인이 책임지고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카네기재단처럼 기업 오너의 이름을 딴 공익재단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드물었다. 재단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기존 해비치재단의 비상근 이사장이던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사임했다. 재단은 그룹 외부에서 이사장을 새로 영입하기로 했다.
정몽구 재단은 내년부터 5년간 저소득층 학생과 창업 준비자 등 모두 8만4000명을 지원한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대학생 학자금 지원이다. 재단 측은 KB국민은행과 함께 연 6%대 저금리 학자금 대출상품을 내놓고 전국 대학에서 추천 받은 1만3000명의 대학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또 고금리 대부업체를 이용한 학생에게는 연체이자를 대신 내주고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준다.
또 새로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이 재학 중 부담해야 하는 이자를 재단에서 내주기로 했다. 과중한 등록금 부담으로 졸업과 동시에 빚에 허덕이는 대학생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저소득층 학생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장학 사업에 힘을 쏟았지만 대부업체 대출 학생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정몽구 재단이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한 건 정 회장이 8월에 순수 개인 기부로는 사상 최대 금액인 5000억원을 내놓으면서 “저소득층 자녀의 사회적 계층 이동을 위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해 미래의 인재 육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정몽구 재단의 누적 출연금 규모는 6500억원이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 만들어정 회장의 이번 발표는 재계의 사회공헌 방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를 동원하는 방식에서 개인 기부로, 또한 시혜성 사업에서 저소득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리란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정 회장은 평소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해왔다. 정 회장은 “우리가 사업에서는 성공했지만 국민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과 기업인은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게 1차 목표이지만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자주 말했다.
그는 특히 “저소득층 자녀의 사회적 계층 이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계층 이동의 역동성 강화와 기회 확보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모든 연령대를 포괄하면서도 차별화된 지원 방안을 담고 있어 계층 이동의 ‘사다리’ 개념을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희망의 사다리 복원에 일조하겠다는 취지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초등학생 지원 프로그램, 중고생 프로그램, 대학생 프로그램에 청년 창업 지원까지 각 단계별로 복합적 지원을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재단 명칭을 바꾼 것도 사회공헌 활동의 의지를 강력히 나타냈다는 평가다. 특히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사재 기부에 이어 3개월간 심사숙고 끝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의례적·일회성 활동이 아니라는 말이다. 정 회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학자금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게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아 신용불량 등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대학생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런 점은 정몽구 회장 특유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소신을 가지고 뚝심 있게 추진하는 스타일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사회공헌의 품질도 한 차원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정몽구 재단은 각계의 신망 있는 전문가로 이사진을 인선해 공정하고 효과적인 사업 시행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국가의 공익사업 지원 차원에서 공공 시설물 지원, 문화예술 지원, 산학연계 지원 사업과 해외 지역 사회공헌 활동인 글로벌 지원 사업 등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자동차 기업 특성 살려 기프트카 캠페인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 역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동반성장에 힘을 쏟아왔다. 정몽구 재단의 기본 방침처럼 공생 발전에 무게중심을 두되 자립의 토대를 마련하는 건강한 사회 만들기를 지향한다. 일회성의 퍼주기식 지원을 지양하고 협력업체와 소외계층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예컨대 R&D 협력사 테크데이, R&D모터쇼 등으로 새로운 기술 동향과 개발 노하우를 협력업체와 공유해 그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올 초에는 협력업체와 사회공헌 활동을 공동 추진하는 ‘사회책임경영 지원 협약’을 맺었고, 자동차산업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부품 협력사의 수출 활동을 지원하는 ‘부품 협력업체 글로벌 시장 공략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2010년 1차 기프트카 캠페인에 이어 2011년에도 실직 가장과 영세 소상인을 대상으로 2차 기프트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차량을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20세대를 선정해 총 20대의 희망드림 기프트카를 무상 지원한다.
차량 등록에 필요한 세금과 보험료도 250만원까지 제공한다. 유류비와 생활비 등으로 6개월 동안 월 60만원씩의 자립 지원금도 준다. 저소득층 가정이 자동차를 기반으로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현대차미소금융재단과 연계한 창업과 경영개선을 위한 저리대출, 창업을 위한 맞춤 컨설팅 등 전반적인 프로그램도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사회공헌 활동의 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있다. 32개국의 글로벌 사업장에서 빈곤퇴치 캠페인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고 글로벌 청년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생 봉사단인 ‘해피무브 글로벌청년봉사단’을 2008년 창단했다. 해마다 1000명씩 현재까지 총 3500명의 봉사단을 해외에 파견했다. 이들은 주로 중국, 인도, 브라질, 태국, 에티오피아 등에서 환경과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봉사와 문화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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