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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essay] 한국적 르네상스를 꿈꾸며

[CEO essay] 한국적 르네상스를 꿈꾸며

눈이 내리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여기저기서 울리는 연말이다. 2년 전 이맘때 한 경제연구소에서 만든 ‘내-생-소’라는 프로그램에 응모한 일이 있다. ‘내 생에 소원’을 제출하는 프로젝트에 운 좋게 당첨됐다. CEO·교수·변호사 등 6명이 자칭 ‘르네상스 탐험대’를 조직해 인류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된 르네상스 탐험을 떠났다.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로마 등은 도시 전체가 인류의 역사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피렌체에 위치한 조그만 산타크로체 성당에 들렀을 때 큰 감명을 받았다. 피렌체에 연고가 있는 천재들의 무덤에서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갈릴레이, 로렌초 기베르티 등이 잠들어 있다. 또 피렌체가 낳은 대문호인 단테의 기념비도 자리 잡고 있다. 피렌체에서는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 비너스의 탄생,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라파엘로의 작품 등이 전시된 우피치 박물관과 산 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밀라노는 어떤가. 브레라 회화관에는 죠반니 벨리니의 피에타, 라파엘로의 마리아의 결혼식, 르네상스의 대표 건축물인 스포르체스코성이 있다.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한 산마르코 광장도 베네치아에 있다. 로마의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규모와 천재성에서 관람객을 압도한다.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든 대작의 향연이 가는 곳마다 펼쳐쳤다. 거장의 혼이 실린 예술 작품의 위대함과 몇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 숨 쉬는 치열한 시대 정신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처럼 각 분야에서 길이 남을 천재가 나타나길 소망했다. 문화·예술·과학 등에서 동시대뿐만 아니라 후세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며, 시간을 축약한 듯 비약적으로 진화한 르네상스의 출현과 전파는 시대를 빛낸 수많은 천재가 존재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세계 역사상 9번째로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 몇 세대가 땀을 흘린 결과다. 다들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눈부신 압축 성장을 일궜다. 문화·예술·과학 등에선 어떤가. 아직 경제 성장에 걸맞은 수준에 이르지 못한 느낌이다. 찬란한 문화유산과 전통을 물려받았지만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겪으면서 우리 문화와 가치가 많이 훼손됐다. 더구나 경제 성장이 급해 문화적이고 철학적인 가치를 살필 겨를이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는 빛나는 우리 문화를 계승하고 선비문화가 보여준 철학적 가치관을 재정립 하는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종묘 제례 등 이미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이 숱하게 많다. 진정한 의미의 경제·문화적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를 이끌 한국의 르네상스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르네상스를 이끈 산타 크로체 성당에 묻힌 인류의 역사를 빛낸 천재들. 세계의 수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그들과 그들의 작품을 다시 떠올리면 새로운 희망을 품어본다. 2012년에는 세종대왕과 같은 성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순신 장군, 율곡과 퇴계 그리고 신사임당 같은 철학적 지도자와 문화를 빛낼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화려하게 부활하길. 그게 한국인의 ‘내-생-소’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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