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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에서 안정 성장으로 방향 틀다

긴축에서 안정 성장으로 방향 틀다

중국 정부는 12월 14일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적극적 재정정책과 신중한 통화정책을 두 축으로 하는 거시경제 정책 기조를 밝혔다. 발표된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2011년 중점을 둔 ‘긴축의 유지’보다는 ‘안정적 성장’을 위한 긴축 완화 쪽에 보다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이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그동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물가상승률이 한풀 꺾였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가장 큰 정책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2011년 초 중국 정부가 목표로 잡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억제라인은 4%였다. 정부 방침이 무색하게 1월 4.9%에서 7월 6.5%로 고점을 찍을 때까지 물가는 계속해서 고공 행진을 벌였다. 11월 물가지수는 4.2%로 떨어져 겨우 목표 수준에 근접했다.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출 역시 최근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11월 수출 증가율 13.8%는 설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1, 2월을 제외하면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2012년 수출환경은 더욱 암울하다. 최근 상무부는 중국의 2012년 무역환경이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2012년 1분기 수출은 최근 수년 이래 최악의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중국 수출제품에 대한 각국의 반덤핑 제소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불리한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도 주춤하고 있다. 2011년 11월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9.8% 감소한 87억 달러에 그쳤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09년 7월 이후 28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출 증가세 둔화에 외국인 투자도 주춤최근 중국의 통화량(M2) 증가속도는 과거 10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통화량 증가 억제 목표는 2010년 16% 선인 반면 실제 증가율은 12% 정도에 그쳤다. 2011년에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려 시중 유동성도 크게 줄어들었다.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정부의 부담이 그만큼 크게 줄어든 것이다.

앞으로 중국 정부가 취할 현실적인 목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2012년에도 세계 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일자리 창출 등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최소 8%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다. 중국은 과거 10년간 연평균 1억1500만명의 가용노동력이 발생해왔다. 이에 걸맞은 취업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8%의 경제성장률을 확보해야 한다. 비록 최근 인구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부르짖는 ‘사회통합(社會和諧)’을 위해서는 여전히 취업안정이 필수적이다. 성장이 없다면 취업도 없고, 취업이 없다면 재정수입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보험, 의료보험, 민생문제 역시 재정수입이 뒷받침돼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재정수입의 확대는 결국 경제성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정된 경제성장 유지는 2012년 경제정책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겉으로는 신중한 통화정책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정책 집행에선 성장 쪽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폭의 사전 대응적 미세조정 조치는 불가피하다. 그보다는 더욱 중요한 성장 둔화 방지를 위해 중국 정부는 통화정책을 차츰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정책과 정책대출은 2012년 1분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1분기의 수출환경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각종 건설 프로젝트가 이때 다수 추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 역시 중국 정부가 신경 쓰는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다. 특히 농민공의 수입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2012년 3월 중 양회(兩會)에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오랜 시간 동안 경제 구조조정과 업그레이드에 노력해온 것 역시 내수 비중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이는 곧 주민수입의 증가와 연결된다. 과거처럼 ‘국내총생산(GDP) 지상주의’ 대신 일반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른바 ‘포용성 성장’의 추구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구조적인 감세 정책으로 주민의 소비를 유도하는 한편, 재정지출을 늘려 사회보장시스템을 적극 바꿔나갈 방침이다.

관심을 모으는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서는 2011년처럼 큰 폭은 아니겠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절상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전반적으로 미 달러화의 강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기타 통화는 평가절하가 예상되는 반면, 위안화는 2~3% 정도의 소폭 절상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단, 2011년처럼 일방적인 절상이 아니라 시장 환경에 따라 절하와 절상을 반복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중국 경제는 대체적으로 2008~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2011년 4분기 GDP 성장률이 7.4%에 그치고 2012년 1분기는 심리적 지지선인 8%를 훨씬 밑도는 7.2%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과거 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둔화를 탈피하기 위한 내수확대와 소비진작이라는 쌍두마차가 2012년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두 가지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2012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의 수출 감소와 내수둔화 영향으로 2011년과 비슷한 수준인 10% 후반 대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의 대외 수출과 동조 현상을 보여 왔다.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줄어드는 식이다. 우리가 중국의 수출에 필요한 원부자재와 부품소재 등을 상당 부분 공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 재정위기가 길어지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 부품은 2012년 수출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2011년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갈수록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2012년에는 경기둔화에다 에너지절약형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원기준 강화로 차량 가격이 오르면서 자동차와 부품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은 2012년에도 중국의 대규모 건설공사로 수요가 탄탄할 전망이다. 2012년 중국의 철강수요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6억8060t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2012년 우리의 대중국 철강수출 역시 약간의 증가세가 예상된다. 석유화학은 선진국 수요 부진으로 벌크 스톡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중국 내 석유화학 제품 수요확대로 수입이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의 철강 수출 전망은 밝아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최대 수출품목인 평판디스플레이 수출은 다소 비관적이다. 중국이 7.5세대, 8.5세대 LCD 패널생산을 시작하고 있으며, 자국산 LCD 패널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부터 액정패널 수입관세율을 기존 3~5%에서 8~12%로 인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중국산의 수입산 대체가 더욱 빨라지면서 평판디스플레이 수출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할 전망이다.

한편 2012년 유망시장으로는 서민용 저가 분양·임대 주택인 보장방(保障房) 3000만채 건설에 따른 건설장비와 건자재, 수리시스템과 관개 프로젝트 투자에 따른 물 산업 분야, 도시화·권역화 추진에 따른 U-시티 설비, 에너지 절감 제품, 의료시스템 개혁에 따른 의료기기, 환경보호 설비 분야를 관심 있게 봐야 한다. 이외에도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실버산업, 중산층 확대로 소비가 증가할 친환경 제품과 식품,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전자상거래 시장 등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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