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cy Investment] 올해 위안화 가치 평균 1% 오를 듯
[Currency Investment] 올해 위안화 가치 평균 1% 오를 듯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가치 상승)에만 익숙해진 국제 투자은행들이 보다 신중해졌다. 지난 연말 위안화의 평가절하(가치 하락)를 경험한 뒤의 일이다. 12월 초중순에는 10일 연속 장중에 기준가(중간 환율)의 0.5%로 정해진 상승 제한 폭까지 올랐다. 신년 초 위안화는 다시 절상세로 돌아섰지만, 상하이 외환시장엔 위안화 변동 추이를 놓고 전과 다른 긴장감이 엿보인다는 게 현지 언론 보도이다.
지난 연말에 가치 하락 경험도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위안화 전망보고를 내놓았던 23개 국제투자은행들의 전망치를 평균하면, 올해 연평균 위안화 가치는 지난 연말 대비 1% 정도 절상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한 해의 절상 폭이 5% 안팎이라는 점과, 1년 전 2012년 3% 정도의 절상 폭을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절상 기대치가 상당히 낮아졌다. 이중엔 올 1분기 상당 폭의 절하를 내다본 곳까지 나타났다. 이 은행의 기대치를 믿는다면, 글로벌 기업과 은행들의 올해 중국 사업 리스크 관리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일이다.
언제부터인지 중국 위안화의 달러 환율이 출렁거릴 때면, 미·중 관계를 떠올리곤 한다. 위안화 환율이 이미 미·중 간 외교적 이슈의 하나로 변질된 탓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행진을 탈피하지 못하고, 중국 외환당국이 ‘관리’변동 환율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위안화 절상압박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실제로 2005년 중국이 위안화 환율제도를 개혁하면서 일회성의 큰 폭의 절상을 실행했던 이면에 미국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의가 있었던 사실이 추후 드러나기도 했다.
지금도 위안화의 절상이 실제 미국의 대중 적자 개선에 도움을 주게 될지 이견이 많지만, 적어도 미 의회와 오바마 행정부에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지난 연말 나타난 위안화의 예상 밖 절하 흐름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난 연말 위안화 절하 추이는 중국 외환당국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외환당국이 가지고 있는 유력한 환율관리 수단은 매일 오전 개장 전 발표하는 ‘기준환율(중간환율)’이다.
외환거래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기준치는 당일 개장 전 주요 외환 거래은행들의 매도 매수 주문환율(미공개)을 받은 뒤 이를 가중 평균해 고시한다. 이 기준치가 실제 전날 시장에서 공개됐던 매수가·매도가 수준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살펴보면, 중국 당국의 절상·절하의지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 고시 기준환율이 전날 형성됐던 매수가∼매도가 환율범위의 중간 대역에 들어있지 않고, 더 낮다면 중국 외환당국은 절상 추세를 용인하거나 유도하려는 정책동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지난 한 해 고시환율과 전날 매수매도 환율을 비교해보면, 고시환율은 9월 중순부터 매수∼매도 환율범위 내 아랫단에 있거나, 아예 매수 범위 이하의 수치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또 12월 실제 외환거래액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일간 평균환율과 고시 기준환율을 비교해도 기준환율은 평균환율보다 낮은 일수가 훨씬 많았다. 중국 외환당국은 시장이 강한 위안화 절하압력을 받는 동안 절상을 유도하려 노력했던 것이다.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9월 이후 달러 매수세가 득세했던 건 무엇보다 수출환경 악화가 첫손에 꼽힌다. 최근 수 년 동안 진전됐던 임금 상승세와 위안화 절상세 등으로 수출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증가율은 하향세를 보이는 반면, 수입 증가율은 내수진작책 등으로 비교적 완만하게 하락해왔다. 특히 교역액에서 수출입 품목의 가격변화 요인을 제외한 실질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수입이 수출보다 2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줄고 있으며, 이것이 달러 초과수요를 낳는 기본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에 유로존과 미국의 수출 비중은 거의 40%에 육박한다. 두 거대 경제권의 경제위기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중국 외환시장의 달러 초과수요도 보다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외환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이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달러 초과수요가 만성적으로 나타나 위안화 평가절하 추이가 고착되는 것일 수 있다. 실망한 외자의 유출이 일어나고, 이것이 다시 위안화 절하추이를 강화시키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의 붕괴가 현실화되면서 우려했던 중국 경제의 경착륙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지난 연말 중국 외환당국의 기준환율 정책은 이런 우려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런 위기 시나리오가 국제 투자은행들의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 부문 흑자규모가 줄고는 있지만, 기조가 바뀌지는 않고 있으며 내수시장을 겨냥한 외국인 직접투자도 꾸준히 유입되는 등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여전히 중국 만한 투자처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국제투자은행들이 올해보다 내년 위안화의 큰 폭 절상세를 기대하는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한달 전의 위안화 절하사태 속에서 중국 외환 당국은 ‘±0.5%’로 협소하게 정해진 변동제한 폭의 문제점을 실감했다. 장중 절하압력이 커져(환율상승) 상한선에 닿으면, 더 높은 수준의 매수 주문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달러 매도세가 실종돼버리는 것이다. 결국 일부 수입기업의 달러결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인민은행이 주기적으로 나서 달러를 풀어야 하고(위안화 매입) 이는 가뜩이나 자금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위안화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은 해가 지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위안화 무역블록 조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시장 수급을 보다 잘 반영하는 위안화의 가치 수준은 무역 상대방에게도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위안화 변동폭 확대 가능성 커져다만 현재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아래에서 변동폭 확대의 위험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위안화 변동에 대한 기대치가 절하나 절상 어느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면, 앞서 설명한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환율 예상치가 양방향으로 골고루 분산된 이후가 적기(適期)일 것이다. 지난 연말 투자자들이 경험한 위안화의 평가절하 흐름은 이 점에서 중국 외환시장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촉매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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