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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대 그룹 승부수] 현대중공업 - 최악의 폭풍우 특수선 수주로 피한다

[2012 10대 그룹 승부수] 현대중공업 - 최악의 폭풍우 특수선 수주로 피한다

지난해 12월 29일 현대중공업은 울산 본사에서 2011년 마지막 본부장 회의를 열었다. 대표이사와 7개 사업본부장, 경영지원본부 중역이 참석하는 정례 회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 자리에 민계식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1년 2월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회장직만 유지했던 민 회장은 지난 연말 인사 때 상담역으로 위촉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최대주주지만 경영에 참여 않는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대신해 2001년부터 현대중공업을 이끌어 왔던 민 전 회장의 빈자리는 이재성 대표이사 사장과 7개 사업본부장(사장 1명, 부사장 6명)이 맡게 됐다. ‘재무통’으로 불리는 이재성호의 사실상 첫 출항이 시작됐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창립 40돌을 맞는다. 잔치를 벌일 분위기는 아니다. 세계 경기 침체, 특히 선박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조선·해운 업황이 매우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세계 해운업계가 25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해운 분석회사인 클락슨에 따르면 2011년 11월 말 기준 전세계 선박 수주잔고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 감소했다. 클락슨은 “가까운 시일 내에 엄청난 규모의 신규 주문이 나오지 않으면 세계 조선사는 폭풍우 속에서 항해해야 할 것”으로 경고했다. 이재성 사장은 지난 연말 송년사를 통해 “내년에는 세계 경제 침체 여파로 수주활동과 영업을 비롯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수익성과 자금수지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적 선전에도 시가총액 40% 줄어

현대중공업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차갑다. 2011년 4월 현대중공업 주가는 사상 최대인 55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2분기를 지나 조선업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는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20만원 대 후반에서 거래된다. 1년 사이 시가총액은 40%나 줄었다. 실적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 매출은 25조1690억원, 수주액은 255억 달러라고 잠정공시했다. 애초 목표에는 다소 모자랐지만, 각각 전년 대비 12.3%, 48.4%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을 2조9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전체 계열사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그룹 전체 매출은 61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조선·해양플랜트 부문(현대삼호중공업 포함)에서 선박 83척, 해양공사 4건 등 201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해양설비 부문 수주가 두드러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척(60억 달러)의 드릴십을 수주했고, 12억 달러 규모의 부유식생산저장설비(FPSO) 1척 등 해양설비 부문에서만 약 100억 달러를 따냈다. 일반 상선 부문에서는 대형컨테이너선 50척(48억 달러)을 수주했다. LNG·LPG 등 가스선 15척(30억 달러) 등 특수선 부문에서도 성과를 냈다.

현대중공업은 불황의 파고를 정면 돌파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재성 사장이 2012년 내세운 경영 키워드는 혁신과 도전”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경영환경은 불확실하지만 내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성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2년 목표는 수주 305억 달러, 매출 27조573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2011년 대비 각각 19%, 9% 늘려 잡은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2012년 그룹 전체 매출 목표는 64조원”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성장동력 확보’ ‘핵심역량 강화’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 ‘안전하고 보람된 일터’를 올해 4대 경영방침으로 정했다.



올해 수주 305억 달러 목표현대중공업은 올해 일반상선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보고 특수선 분야 수주에 전력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전년 대비 17% 증가한 236억 달러를 수주 목표로 삼았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일반 상선은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고유가가 지속되고 자원개발 움직임이 활발해 LNG선, LPG선 드릴십 등 특수선종과 육해상 플랜트 부문에서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하이테크, 친환경, 에너지고효율 선박을 개발해 어려움을 타개하고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이 추진하는 신성장동력사업 중 하나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다. 선박평형수는 배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선박 탱크에 채워지는 해양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건조되는 모든 선박에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의무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확보한 현대중공업은 향후 4년간 15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시장을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국내외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데도 전력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북·중남미 변압기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에 변압기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전 세계 휠로더(공사 현장이나 광산에서 흙이나 모래, 골재 등을 옮기는 데 사용하는 장비) 시장의 77%를 차지하는 중국에 연산 8000대 규모의 휠로더 공장을 설립했다. 또한 러시아와 브라질에 각각 공압차단기와 건설장비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올해 투자규모는 2조2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태양광 분야는 당분간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그린에너지 사업부는 2011년 매출 목표인 1조20000억원에 30%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최근 충북 음성의 태양광 모듈 공장 1곳의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관련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정유 부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매출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시장 상황을 봐야겠지만, 증권가에서는 올 상반기 중에 IPO가 추진될 것으로 본다. IPO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현대오일뱅크 지분 91%를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상당한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 돈이 조선·해운 불황의 파고를 넘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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