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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WOMEN]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FORBES WOMEN]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서울대 의대 수석졸업, 의사고시 수석 합격,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 탄탄대로를 버리고 2000년 제대혈이라는 불모지에 뛰어들었다. 10년 뒤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가가 됐다. 세계 최초 타가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출시한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의 스토리다. 사진

오상민 기자

최근 증권시장의 화제는 바이오테마주와 정치테마주다. 그 중에서도 메디포스트의 상승세는 놀랄 정도다. 지난해 초 주당 4만원대에서 22만원대까지 급등했던 메디포스트 주식은 연말 잠시 주춤했으나 새해 들어 또다시 가파른 상승세다. 제대혈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 출시가 원인이다.

양윤선 대표는 “2000년 대학병원 전문의를 그만 두고 제대혈 시장에 뛰어들 때만 해도 줄기세포 등 바이오 산업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진행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파미셀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 타가줄기세포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다.

의학계에서는 퇴행성관절염을 포함한 무릎 연골 결손 환자를 전 국민의 12%인 500만명으로 추산한다. 카티스템이 상용화될 경우 관절염, 연골손상 환자들의 원인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포스트의 주가가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는 이유다. 지분 8.07%를 보유한 양 대표의 주식 가치는 1000억원에 육박, 부자가 됐다.



줄기세포 이용 관절염 치료제 출시메디포스트는 국내에 신생아 탯줄 속 혈액인 제대혈 붐을 일으킨 개척자로 평가 받는다. 2010년 기준 제대혈 은행 시장의 41%(보건복지부 자료)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와 함께 제대혈 내 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제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양 대표는 “의사로 일하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환자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혈병, 소아암 환자들이 골수 기증자를 찾지 못해 이식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환자들에게 골수 대신 제대혈을 이식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첫 사업 모델로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보관하는 ‘제대혈 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병원에서 제대혈은 출산 후 그냥 버려지는 폐기물일 뿐이었다.

2001년 창업 후 직접 전국의 산부인과를 돌며 제대혈의 가치와 보관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잡상인 취급이 예사였다. 같은 의사 출신이라고 설명해도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의사를 만나기 위해 환자들처럼 번호표를 뽑고 산모들에게 브로슈어를 돌린 지 1년, 드디어 제대혈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제대혈 사업이 안정되자 그녀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양 대표는 “제대혈 줄기세포를 배양해 증식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난치병 치료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엄청난 연구비 탓에 힘겹던 2001년 지식경제부에서 지원하는 국책연구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본격적인 신약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제대혈 줄기세포를 배양해 난치병 치료제를 만들겠다는 꿈이 현실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3년 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대형 제약사와 병원 등이 제대혈 시장에 뛰어들면서 덤핑 경쟁이 이어졌고, 2004년 황우석 사태로 대부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됐다. 제대혈과 줄기세포에 대한 인식은 극도로 악화됐다.

하지만 메디포스트는 연구를 중단하지 않았다. 어려운 자금 사정에도 R&D 투자는 매년 매출의 50% 이상을 유지했다. 그 결과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이 지난 1월19일 식품의약품안전청 승인을 받았다.

양 대표는 “인공관절 수술처럼 무릎을 째서 연골 부위에 카티스템을 바르면 손상된 연골이 재생한다”며 “수술 없이 간단하게 주사액으로 주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열린 ‘세계 줄기세포 정상회의(World Stem Cell Summit)’에 연사로 초대받기도 했다.



줄기세포 치료 영역은 무한하다메디포스트는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타가방식을 택하고 있다. 자가방식이 해당 환자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자신만 치료할 수 있는 반면, 제대혈 방식의 경우 타인의(타가) 줄기세포를 이용할 수도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현재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뉴로스템’과 발달성 폐질환치료제 ‘뉴모스템’도 임상실험 중이다. 양 대표는 “2000년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시작할 무렵만 해도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주변에서 만류했다”며 “하지만 최근 암세포를 추적해 치료하는 줄기세포가 발견되는 등 줄기세포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안전한 줄기세포를 찾아내고 이를 제대로 배양, 확장하는 기술에 관한 한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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