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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영화 ‘코리아’ -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 느끼는 감동

[Culture] 영화 ‘코리아’ -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 느끼는 감동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 중계에서 관용구처럼 등장하는 멘트다. 스포츠는 그 자체로 기승전결의 드라마를 품는다. 본 경기를 시작하기 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상대와의 기 싸움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 본 경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미 한 편의 드라마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는 영화가 탐낼 수밖에 없는 소재다. 여기에 실화라는 요소가 가미되면 금상첨화. 5월 3일 개봉한 ‘코리아’는 이런 장점을 모두 챙긴 영화다.

1991년 한국 역사상 최초로 남북한 단일팀을 결성해 출전한 지바세계탁구선수권 대회의 과정을 스크린에 옮긴다. 짧은 소개만 봐도 관심이 쏠린다. 특별히 가상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힘쓰지 않아도 될 만큼 힘 있는 드라마다. 남한과 북한이라는 배경은 태생적인 갈등 구조를 낳고, 양측 최고의 선수 현정화와 리분희의 만남은 ‘스포츠 영화의 백미’인 라이벌 구도로 이어진다. 결코 섞일 수 없는 인물들이 특별한 ‘이벤트’를 치르기 위해 한 팀으로 묶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가와 개인의 자존심을 건 갈등이 빚어진다. 이미 탄탄한 ‘기와 승’의 구조를 가진 ‘코리아’의 성공 여부는 ‘전과 결’을 얼마나 감동적으로 그려낼 것인지에 달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리아’는 그 짐을 여배우들이 짊어진다. 그녀들은 진심으로 ‘괴물 같은’ 실력으로 영화를 살려낸다.



땀 흘리는 육체의 진정성‘코리아’는 한국 최고의 탁구선수 현정화(하지원)와 북한의 최고 실력자 리분희(배두나)의 ‘라이벌’ 역사를 보여주면서 영화의 기초 공사를 시작한다. 두 사람이 한 팀으로 묶이기 전 어떤 개성을 보여주었는지 설명함으로써 갈등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마치 이 경기가 끝나면 탈수증으로 죽을 것처럼 코트 위에서 육체를 불사르는 현정화와 리분희는 중국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건다.

가장 높은 시상대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중국 선수 양 옆에 선 현정화와 리분희. 리분희는 침착하게 웃으며 카메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현정화에게 비수를 던진다. “고작 은메달 따려고 그렇게 죽도록 했냐?”는 리분희의 말에 현정화도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처지. 서로 꺾어야만 하는 경쟁자였던 두 사람은 남북 단일팀이 결성되자 심적으로 반발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2인 3각’의 호흡을 맞춰간다.

실제 탁구 선수를 캐스팅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러운 몸짓을 보여주는 하지원과 배두나 덕에 예선 경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는 듯한 쾌감이 쏟아진다. 두 여배우가 이 영화를 위해 얼마나 오래, 그리고 혹독하게 탁구 훈련을 받았는지 구구절절 한 설명 없이 모두 이해가 된다. 그녀들의 연기를 ‘재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례다. 라켓을 쥔 손의 모양, 스매싱을 날릴 때 어깨와 팔의 각도, 그리고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훔치며 상대의 공을 노려보는 눈매까지 경기장면에서 보여지는 하지원과 배두나는 세계적인 실력을 가진 탁구 선수 그 자체다.

두 여배우는 가냘프지만 강단 있는 육체와 그 육체를 흠뻑 젖게 만든 땀으로 영화의 진정성을 전달한다. 선수들의 숨소리와 땀방울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경기 장면에서 인간 현정화와 리분희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녀들이 얼마나 탁구에 미쳐있는지, 이 경기를 얼마나 이기고 싶은지, 지금까지 라이벌이었던 내 옆의 동료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인위적인 이야기가 필요 없다. 그녀들의 감정 자체가 감동적이다.

드디어 경기를 마치고 원했던 승리를 맛 본 현정화와 리분희에게 이제 남은 것은 이별이다. ‘코리아’는 분명 스포츠 영화로서 기획되었겠지만, ‘여성들의 멜로드라마’로 읽히기도 한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며 점점 가까워지고, 오직 둘 만이 느낄 수 있는 소통의 쾌감을 만끽한 뒤 헤어진다. 그녀들이 다시 ‘남과 북’으로 나뉘어 헤어지는 장면은 웬만한 남녀 멜로의 이별 장면보다 슬프고 애절하다.



멜로의 이별 장면보다 슬프고 애절앞서 말한 것처럼 ‘코리아’는 하지원과 배두나에게 ‘엎힌’ 영화다. 그녀들의 진심이 묻어나는 에너지가 영화의 흠을 메운다. 하지만 ‘코리아’는 두 여배우가 뿜어내는 에너지의 드라마만으로는 이야기가 다소 약할지 모른다고 우려한 모양이다. 남북한 단일팀이 꾸려진 뒤 북한 남자 선수를 짝사랑하는 남한 여자 배우 에피소드 등 드라마의 가지를 뻗으려는 노력을 했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줄기를 해칠 뿐이다. 대신 하지원과 배두나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더 집중적으로 보여주거나 경기 장면을 더 많이 보여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노력파’의 대명사 하지원은 이번 영화에서도 안정적으로 ‘땀으로 빚은 진심’을 전한다. 탁구 훈련을 맡았던 현정화 감독은 자신을 연기하는 하지원에게 무한한 신뢰를 내비쳤다. 북한 탁구선수 리분희를 연기한 배두나 역시 괴물 같은 집중력과 몰입도를 보여준다. 애초 하지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렸다면 영화가 공개된 뒤에는 배두나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배두나는 ‘북한 선수’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심정적인 거리감을 완전히 좁혀준다.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고, 탁구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리분희는 매력적이다. 괴물 같은 여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코리아’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가족 관객에게 추천할 신작 3



로렉스


감독 크리스 리노드, 카일 발다



목소리 대니 드비토, 잭 에프론, 테일러 스위프트 |

개봉 5월 3일 |

전체 관람가
21세기의 안데르센이라 불리는 동화 작가 ‘닥터 수스’의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 모든 것이 인공적인 도시 스니드빌에 사는 소년 테드는 옆 집 소녀 오드리를 짝사랑한다. 오드리의 소원이 ‘살아 있는 나무’를 보는 것임을 알게 된 소년은 지금은 사라진 트러풀라 나무를 찾아 환상의 숲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나무 요정 로렉스를 만나 스니드빌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귀여운 캐릭터의 재롱에 실컷 웃다 보면 어느 새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백설공주

감독
타셈 싱



출연 줄리아 로버츠, 릴리 콜린스, 아미 해머 |

개봉 5월 3일 |

전체 관람가독특한 비주얼로 할리우드에 새바람을 몰고 온 ‘비주얼리스트’ 타셈 싱 감독이 ‘백설공주’ 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다. 사치스럽고 사치를 즐기는 왕비(줄리아 로버츠) 때문에 왕국이 파산 직전에 몰린다. 이때 우연히 이웃나라 부자 왕자(아미 해머)를 알게 된 여왕은 왕자와 결혼하려고 수를 쓰고, 왕자가 백설공주에게 반할까봐 걱정한 왕비는 백설공주를 숲으로 쫓아낸다는 내용. 일곱난쟁이를 만나 전투력을 키운 백설공주의 귀여운 복수가 시작된다. 줄리아 로버츠의 코믹 연기에 웃음이 터진다.



아버지를 위한 노래

감독
파올로 로렌티노



출연 숀 펜, 프랜시스 맥도맨드, 케리 콘돈 |

개봉 5월 3일 |

12세 관람가한껏 부풀려진 머리, 붉은 립스틱, 진한 아이라이너로 분장한 숀 펜의 얼굴만으로도 인상적이다. 과거 자신의 음악을 듣다가 젊은이 2명이 자살한 사건 때문에 슬럼프를 겪고 있는 록 스타 셰이엔(숀 펜)은 30년 간 왕래가 끊겼던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가 유대인 수용소에서 만난 나치 전범을 평생 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셰이엔은 아버지를 대신해 복수의 길을 떠난다. 하지만 셰이엔은 그 길에서 용서와 위안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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