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고속성장 거듭한 홈앤쇼핑 - 장관까지 출연해 ‘中企제품 사세요’
[Business] 고속성장 거듭한 홈앤쇼핑 - 장관까지 출연해 ‘中企제품 사세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인 홈앤(&)쇼핑이 5월 9일 실적을 발표하자 홈쇼핑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내 6번째 홈쇼핑 사업자로 올해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홈앤쇼핑의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1월 7일 첫 판매방송을 시작한 홈앤쇼핑은 3월까지 취급액 1770억원을 기록했다. 취급액은 주문액 중 취소·반품·교환 물량을 제외한 실제 매출액이다.
지금과 같이 성장세를 거듭한다면 방송 첫해에 취급액 4000억원 이상 올리기 힘들 것이란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홈앤쇼핑이 개국 전에 목표로 잡은 올해 5000억원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이는 2001년 첫 방송을 시작해 작년에 사업 10년 만에 취급액 8600억원을 기록한 5위 홈쇼핑 업체 NS홈쇼핑과 비교할 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중기 제품 편성율 93%이런 성과에 고무되었는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29일 홈앤쇼핑 방송에 직접 출연해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5월 16일 페이스북에 “29일 제가 홈쇼핑에 출연해 중소기업 상품을 팝니다. TV·PC·스마트폰으로 시청하다가 필요한 물건을 주문해 주시면 됩니다^^ 제 기획이 성공할까요?”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상품판매심의규정 65조의 ‘공무원은 상품소개와 판매방송에 출연할 수 없다’는 조항을 들어 제동을 걸었다. 박 장관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문구를 근거로 들어 방송에 출연하되 특정 상품을 언급하지는 않기로 했다. 장관까지 나서 판매를 돕는 홈앤쇼핑이 지금의 매출 호조를 이어갈 수 있을까. 또 기업과 소비자, 홈쇼핑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펼쳐질까.
이 같은 판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홈앤쇼핑의 독특한 태생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바로 ‘중소기업 제품 전용’ 홈쇼핑 채널을 무기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3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사업자인 쇼핑원(현 홈앤쇼핑)의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안을 선정 의결했다.
방통위는 중소기업 육성과 판로 확보라는 기존 취지를 살리기 위해 홈앤쇼핑 사업 승인의 조건을 달았다. 중소기업 우대 주주의 지분율을 전체 지분(의결권 보유)의 70% 이상으로 유지할 것과 판매 제품의 8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편성하는 조건도 내걸었다. 현재 홈앤쇼핑은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분 33%를 가진 최대주주로, 기업은행과 농협, 중소기업유통센터가 각각 15%씩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기존 홈쇼핑 업체들은 방통위의 승인 조건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중소기업 제품 편성 조건인 80%는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것이었다. 일반 홈쇼핑 업계의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율은 60% 수준으로 대기업 제품보다 편성 비율이 높다. 90~100%도 아닌 80% 비율은 일반 홈쇼핑 업계와 크게 차별화된 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홈앤쇼핑의 1분기 전체 판매방송 중 중소기업제품 편성비율은 93.3%로 방통위가 내건 조건 80%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의류와 레포츠·잡화류·생활용품·가구·침구·보석상품 품목의 중소기업 편성비율은 100%에 달했다. 판매수수료율도 평균 30.8%로 다른 홈쇼핑 대비 평균 5%포인트, 상품별로는 1~7%포인트 더 낮췄다. 여기에 그동안 홈쇼핑 입점기업이 부담한 무이자 할부비용과 카드할인, 모델비, 성우료 등 부대비용도 홈앤쇼핑에서 지원해준다는 점에 중소기업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제품은 뛰어난 데 마케팅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에는 상품 마케팅도 직접 지원하고 있다.
홈앤쇼핑 출범으로 중소기업 히트 상품도 생겨나고 있다. 중소 전자업체 대성헬스믹의 믹서기는 주부들 사이에서는 꽤 입소문이 나 있었다. 생과일 주스와 곡물 분쇄 등 한국형 음식을 만들기 용이한 데다 스테인리스 재질이어서 내구성도 좋다는 평이다. 그러나 판로가 넓지 못해 주부들은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제품을 구입해야 했다. 1월에 홈앤쇼핑에 입점한 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1분기에만 홈앤쇼핑을 통해 6만개, 80억원어치가 팔렸다. 기존 홈쇼핑 업체가 주로 판매하는 외국 유명 브랜드 믹서기에 뒤지지 않는 실적이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우수 중기 제품을 발굴해 중소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홈앤쇼핑의 목적이 제대로 구현된 상품”이라고 말했다.
음식물처리기 제조기업인 매직카라가 선보인 ‘스마트카라’도 방송 때마다 매진행진이다. 그동안 스마트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제품을 알려나가기 시작했지만 홈쇼핑에 등장하기는 쉽지 않았다. 과거 높은 인기를 얻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기능과 과도한 전력 소모량 등으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기능을 다시 보완한 뒤 홈앤쇼핑에 입점해 매출 80억원을 올리면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호식 매직카라 대표는 “시장에서 한번 잃은 소비자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제품 성능향상에 주력해왔다”며 “홈앤쇼핑에서 4회에 걸쳐 판매 방송을 진행해 매진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홈앤쇼핑은 4월부터 중소기업과 제품을 소개하는 ‘중소기업이 희망입니다’라는 무료 방송을 시작했고, 5월에는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 발굴을 위해 홈앤쇼핑의 상품기획자가 중소기업을 1대1로 컨설팅해주는 ‘상품입점 설명회’도 열고 있다. 또 6월부터는 홈쇼핑사로는 이례적으로 중소기업 판로개척을 위한 중소기업청 주관의 ‘힘내라 중소氣Up!’이라는 ‘중소기업 판로지원 종합대전’ 박람회 현장까지 생방송 할 예정이다.
소비자도 홈앤쇼핑의 등장으로 저렴한 우수 중소기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홈쇼핑간 우수 중소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 장기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홈앤쇼핑 한 고객은 “홈쇼핑 방송의 구성이나 진행하는 방식의 기존의 홈쇼핑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라며 “유명 브랜드는 아니지만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상품이 많아 자주 구입한다”고 말했다.
상품입점 설명회도 열어홈앤쇼핑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남은 과제는 있다. 상품구성도 기존 업체를 따라가기에는 부족하고,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의 채널 협상도 과제로 남아있다. 홈쇼핑 특성상 기존의 홈쇼핑 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는 공중파 사이의 S급 채널에 진입해야 높은 매출과 우수한 중소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만큼 채널확보다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비용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홈앤쇼핑에게 쉽지 않다. 홈쇼핑이 SO에 내는 송출 수수료가 전체 취급액의 15% 수준에 이르고, 종합편성채널 등장으로 채널 경쟁도 심해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홈앤쇼핑이 타 홈쇼핑사와 상품 차별화를 위해 꾸준히 새로운 중소기업 상품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홈쇼핑 업체의 부대수입원인 인터넷몰이나 카탈로그 사업이 홈앤쇼핑에는 없다. 일반 대기업 상품보다 높은 중소기업 상품의 주문 취소율이나 반품율을 낮추는 것도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홈쇼핑 한 관계자는 “기존 홈쇼핑사의 판매 수수료율 30%대 보다 크게 낮지 않은 수준이고 기존 홈쇼핑 업체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많아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홈앤쇼핑 강남훈 전무는 “앞으로 상품 구성 업그레이드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안에는 상품 구성도 안정을 찾아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골고루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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